[한스경제=양지원 기자] 배우 이정재가 영화 ‘사바하’를 통해 5년 만에 현대극으로 돌아왔다. 그 동안 ‘도둑들’ ‘관상’ ‘암살’로 주로 강인한 역할을 소화한 그가 ‘사바하’에서는 박 목사 역을 통해 전혀 다른 얼굴을 보여줬다. 겉으로는 가벼운 듯 하나 알고 보면 남 모를 사연을 지닌 캐릭터로 능청과 진중함을 오가는 연기를 펼쳤다. 톱스타의 위치에 있으면서도 늘 새로운 도전을 갈구하는 이정재의 노력은 이번 영화에서도 여지없이 빛을 발했다. 이야기가 중심인 이 영화에서 튀지 않는 연기로 극에 무게감을 더했다.

-어쩌다 ‘사바하’에 출연하게 됐나.

“장재현 감독의 차기작이라는 점이 날 솔깃하게 만들었다. 시나리오를 받았을 때는 사실 전작 ‘검은 사제들’과 비슷할 것이라고 생각했다. 그런데 전혀 그렇지 않았다. 탐정 수사물에 가깝다는 생각이 들었다. 굉장히 독특하고 신선했다. 캐릭터도 기존의 작품들과 달리 차별성이 있었다.”

-목사 역할은 처음인데 중복되는 캐릭터는 피하는 편인가.

“좀 피하는 편이다. 새로운 모습을 보여드리고 싶다는 욕심이 있다. 사실 남자배우가 외형적으로 변화를 줄 수 있는 작품은 그리 많지 않은 것 같다. 연기적으로도 마찬가지다. 자유분방할 정도로 연기 톤을 구사할 수 있는 작품은 드물다. 직업군이라도 바꾸면 연기 톤이 바뀌는데 용이하지 않을까 싶었다.”

-신흥종교의 비리를 소재로 한 영화라 더 참신하게 느껴졌을 것 같다. 원래 종교문제에 관심이 많았나.

“실제로는 기독교다. 믿음을 갖고 있는 입장에서 이러한 사건들에 대한 중요성은 잘 느낀 것 같다. 거짓으로 신자들을 이용해 경제적인 욕구를 채우는 잘못된 종교인이 간혹 있지 않나. 뉴스로 접할 때마다 많이 안타까웠다. 잘못된 일이다.”

- ‘사바하’는 새로운 종교적 색채를 띤 영화다. 종교인들의 반응에 대해 예상한 게 있나.

“종교 이야기를 직접적으로 하는 것에 대해 불편해 하시는 관객들이 있다. 하지만 내가 시나리오를 봤을 때는 그런 불편함이 전혀 없었다. 영화를 보고 나시면 종교인들도 꽤 좋아하실 거라고 생각한다. 잘못된 종교인을 처단하는 이야기니까. 기독교계의 박목사와 불교계의 해안스님(진선규)가 힘을 합쳐서 잘못된 걸 바로 잡는다.”

-박목사와 나한(박정민), 금화(이재인)는 얽히고설킨 연결고리를 지녔다. 후반부가 돼서야 드러나는 관계인데 관객들이 몰입할 수 있을지 걱정되지 않았나.

“후반부는 초 중반까지 펼친 단서들이 모이게 되는 시점이다. 그러다 보니 초반에 비해 내가 나오는 횟수가 적어지기도 한다. 하지만 박목사를 통해 전하는 단서의 중요성과 관객들이 느끼게 되는 충격, 이해가 해소돼야 할 것들에 대한 수위를 어떻게 하면 임팩트 있게 전달할 지 연출자와 상의를 많이 했다. 연출자만 믿고 따라간 영화다.”

-박정민의 연기를 보는 것도 새로웠는데.

“박정민이 참 잘했다. 감독님이 전달하고자 하는 주제가 어렵지 않게 잘 전달된 것 같다. 에너지가 굉장히 뛰어나고 폭발력이 좋다. 많이 배웠다. 관객들이 이 영화를 이해하지 못할까 봐 걱정을 많이 했는데 박정민의 연기가 살린 것 같다. 관객들 역시 믿음에 대한 이야기를 하는 것이라고 이해했을 것 같다. 오해 없는 작업의 결과물을 냈다고 생각한다.”

-흡연하는 장면이 참 많았는데 힘들지 않았나.

“금연초를 피웠다. 나도 영화를 찍을 때는 몰랐는데 ‘왠 목사가 저렇게 담배를 피우냐’ 하시는 분들이 있었다. (웃음)”

-‘사바하’의 속편이 제작된다면 출연할 의향이 있나.

“흥행에 관계 없이 속편이 나온다면 너무 좋을 것 같다. 여태까지 해 본 캐릭터 중 가장 재미있었다. 박목사의 애환에 담긴 사건들을 보여드릴 수도 있지 않나.”

-‘이정재 성대모사’가 유행처럼 번지고 있는데.

“이정재는 만인의 목소리인 것 같다. 뮤지가 내 연기 한 토막을 잘라 연기하는데 거의 똑같았다. 쑥스러웠다. 지금에야 많은 사람들이 내 성대모사를 하는 게 기쁜데 처음에는 많이 어색했다. 내가 연기를 잘못했나 싶었다. 웃음거리가 되나 걱정했던 것 같다. 하지만 그게 아니라는 걸 깨닫고 난 뒤에는 기분이 좋았다.”

사진=CJ엔터테인먼트 제공 

양지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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