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용요약 지난해 9월 기준 4대 은행 종사자 중 43.7~58%가 여성
행원 대리 등 창구업무 여성 종사자는 58%
올해 정기인사서 여성 임원 다수 나왔지만 여전한 유리천장
지난해 세계여성의 날을 맞아 서울 광화문광장에서 열린 전국여성노동자대회에서 참가자들이 성별에 따른 차별을 낳는 조직 내의 보이지 않는 장벽을 깨자는 의미에서 '유리천장 OUT'이라고 적힌 투명우산을 들고 구호를 외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한스경제=권혁기 기자] 은행권 '유리천장'이 여전한 것으로 나타났다. 올해 초 은행권 정기인사에서 여성 임원이 다수 나왔지만 여성 직원이 절반을 차지하는 상황에서 남녀 평등은 아직 멀었다는 지적이다.

10일 김병욱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금융감독원으로부터 지난해 제출받은 '은행권 직급별 여성 비율 현황'(2018년 3분기말 기준)을 살펴보면 4대 시중은행 부행장(전무) 72명 중 여성은 2명에 불과했다. 올해 초 인사에서 여성 임원은 11명으로 증가했다.

작년 9월 기준 4대 은행(신한·KB국민·KEB하나·우리) 종사자 중 여성은 43.7~58% 비중을 차지했다.

각 은행 공시자료에 따르면 신한은행은 지난 2017년 남성 7978명, 여성 6196명이었다. KB국민은행은 남성이 9528명, 여성이 8751명이었다.

KEB하나은행과 우리은행은 각각 5567명대 7979명, 6667명대 7791명으로 여성이 더 많았다.

몇몇 은행이 남성을 더 뽑는 등 신입행원 성비를 인위적으로 조정한 채용비리 혐의를 받고 있는 아이러니한 상황에서 절반에 가깝거나 그 이상을 여성이 자리하고 있지만 직급별로 살펴보면 성비(性比)는 불균형을 나타냈다.

특히 일선 영업점 창구 전담직원 '은행텔러(은행 창구에서 일어나는 각종 업무들을 신속하고 정확하게 처리해 고객에게 도움을 주고 상담을 통해 문제해결을 하도록 도와주는 직책)'는 대부분 여성이다.

대리와 일반 정규직 행원 여성 비중은 47.3~70.1%였다.

고용 형태는 정규직이지만 일반 정규직과 차별을 두는 정규직인 '2등 정규직'에서는 신한은행 99.2%, KEB하나은행 98.5%, KB국민은행 95.2%, 우리은행 94.4%가 여성이었다.

상위 직군으로 갈수록 여성 비중은 현저히 줄어든다. 임원급 승진의 길목인 지점장은 6.7%~9.9%, 부지점장은 14.7%에 불과했다.

다만 올해 은행권 임원에 여풍(女風)이 불어온 점은 긍정적으로 평가된다.

신한은행은 왕미화(55) WM사업부문장(부행장 겸)이 2015년 신순철 전(前) 부행장 퇴임 후 첫 여성 임원으로 발탁됐다.

KB국민은행은 여성 임원 비중을 크게 늘렸다. 김종란(55) 신탁본부 상무, 조순옥(54) 준법감시인 상무, 이미경(55) IPS(Investment Product & Service·투자상품서비스)본부장, 이지애(54) IT개발본부장, 김교란(56) 경서지역영업그룹장이 여성 임원이다.

우리은행은 WM그룹 정종숙(57) 부행장, 송한영(57) 외환그룹 상무가 여성 임원이다.

KEB하나은행은 노유정(51) 변화추진본부 본부장, 백미경(55) 소비자행복본부 그룹장(전무), 김남희(55) 남부영업본부 본부장이 여성 임원으로 이름을 올렸다.

비은행권에서는 박정림(55) KB증권 대표이사도 첫 증권가 여성 CEO로 상징적이다. KB금융지주 WM총괄 부사장, 국민은행 부행장, KB증권 부사장을 거쳐 여의도 첫 여성 수장이라는 점에서 업계의 이목을 집중시켰다.

그러나 지난 2013년 권선주(63) 전 IBK기업은행장 이후 여성 은행장은 전무후무한 상황이다.

정의당 여성위원회는 지난 8일 세계 여성의 날을 맞이해 "여성이라는 이유만으로 채용과정에서 지원자를 떨어뜨린 은행이 받은 처벌은 고작 500만원의 벌금뿐"이라며 "최저임금의 영향을 밀접하게 받는 계층의 여성 노동자 비중은 87%로 6명 중 5명은 최저임금의 영향을 받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여성의 노동은 비정규직, 최저 임금, 하청 고용, 경력 단절로부터 벗어날 수 없는 구조 속에 여전히 갇혀 있다"고 지적했다.

권혁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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