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스경제=양지원 기자] 배우 고아성이 100만 관객을 돌파한 저예산 영화 ‘항거: 유관순 이야기’를 통해 데뷔 후 처음으로 실존 인물에 도전했다. 언젠가 꼭 한 번 실존 인물을 연기하고 싶었다는 고아성은 이 영화로 꿈을 이뤘으나 결코 쉽지 않은 작업이었다고 토로했다. 흉내 내듯 연기할 수 없는 유관순 열사였기 때문이다. 고아성은 “모두가 다 알고 있는 유관순이지만 내가 스스로 만들어야 하는 과정이 있었다”며 “매일 기도하듯이 연기했다”고 털어놨다.

-이번 영화를 찍은 소감이 남다르겠다.

“실화도 그렇고 실존인물을 연기하고 싶었는데 그 점을 충족하게 한 작품이었던 것 같다. 물론 과정은 결코 쉽지 않았다.”

-왜 실존인물을 연기하고 싶었나.

“어떤 구체적인 인물이 이런 말과 행동을 했다는 것은 연기하면서도 느낌이 많이 다를 거라고 생각했다. ‘명량’에서 이순신 장군을 연기한 최민식 선배가 ‘10분만이라도 이순신과 대화를 해보고 싶었다’고 하신 게 나한테는 막연했지만 정말 궁금했다. 어떤 심정이셨을지. 이번 영화로 실존인물을 연기하게 됐지만 마냥 소원 성취한 기분은 아니었다. 구체적으로 어떤 지점이 부담이었는지 파악하지 못했지만 굉장히 큰 마음의 짐을 느꼈다. 내가 스스로 오롯이 만들어야 하는 유관순의 모습이 있었기 때문에 쉽지 않았다.”

-유관순을 어떻게 표현하고 싶었나.

“서문처럼 편지 같은 걸 썼다. 편지에 리더에 대한 이야기가 많이 나왔다. 난 리더라고 하면 굉장히 뚝심 있고 신념이 강한, 주변 사람들에게 흔들리지 않는 걸 예상했다. 피상적으로 알고 있던 유관순이라는 인물은 신념은 누구보다 강했지만 이 영화 안에서는 눈물도 많이 보이고 후회도 하고, 고민을 공유하는 모습을 표현했다. 그게 이 영화의 방점이라고 생각했다.”

-유관순은 세 평도 안 되는 서대문 감옥 8호실에 스물 네 명과 함께 투옥된다. 영화에서도 그 장면이 오롯이 나오는데.

“실제로도 수용 인원의 2배, 3배 이상을 받았다고 한다. 그래서 영화 속 모습처럼 교대로 잠을 자기도 하고 교대로 앉아있기도 했다고 한다. 상상만 하다가 실제 현장에서 배우들과 그 방에 있으면서 실제로 이런 공간이 있었다는 것을 실감했다.”

-영화의 화면은 흑백으로 구성됐는데.

“고전영화에서만 봤을 뿐 실제로는 한 번도 흑백으로 찍은 영화에 참여한 적이 없다. 아쉽기는 하지만 다양한 색감을 구현하는 대신에 오히려 질감이 생생히 표현된 것 같아서 좋다. 어두운 방안에서 수인복의 상처나 서대문 형무소의 형상이 더 잘 나온 것 같다.”

-영화를 위해 아예 단식도 했는데 많이 힘들었겠다.

“아무리 좋은 마음을 담고 있어도 외적으로 표현이 돼야 더 효과적일 것 같다는 생각을 했다. 그게 메소드 연기는 아니더라도. 감독님이 건강을 해치지 않는 선에서 달라진 모습을 보여주면 좋겠다고 했다. 5일 동안 단식했다. 물도 마시지 않았다. 실제로도 유관순 열사가 단식 투쟁도 하지 않았나. 시나리오 순서대로 8호실에 혼자 남아있는 유관순의 모습을 마지막에 찍고 촬영이 끝나자마자 감독님과 배우들과 밥을 먹었다.”

-유관순 뿐 아니라 다양한 여성 독립운동가들의 모습을 알게 됐는데.

“서대문 형무소 8호실에 갔는데 다양한 분들이 만세운동에 참여한 걸 알았고, 마음이 뭉클했다. 우리가 몰랐던 독립운동가들이 이렇게 많았다는 걸 다시 한 번 깨달았다.”

-유관순이 오빠 유우석(심태영)와 김향화(김새벽)와 면회하는 장면 속 마지막 말의 의미는.

“내가 재미있게 본 영화 ‘내사랑’에서 주인공이 마지막으로 난 사랑 받았다고 얘기한다. 죽음에 임박한 사람이 가장 행복했던 시절을 떠올리는 말이다. 영화 전체를 축약할 수 있도록 그 말이 깊게 남았다. 감독님에게 우리 영화에서도 그렇게 의미 있는 대사가 한 마디 하고 싶다고 말했다. 감독님이 정말 다양한, 실제 유언들을 보내줬다. 나 혼자 만들 수는 없기 때문에 심태영, 김새벽과 함께 보여 이야기했다. 면회를 가면 밖에 있는 사람들이 정보를 줄 것 같지만 오히려 안에 있는 사람이 더 많은 말을 하게 된다고 하더라. 그래서 오히려 내가 이런저런 이야기를 하는 방향으로 흘러갔던 것 같다.”

-‘항거: 유관순 이야기’는 어떤 의미로 남을 작품인가.

“이만큼 용기를 낸 작품이 없었다. 물론 공식석상에서 운 사람으로서 할 말은 아니지만 이 영화를 통해 한층 단단해진 것 같다.”

사진=롯데엔터테인먼트 제공 

양지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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