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 '버닝썬 사태'로 본 YG 대중무시史
[이슈+] '버닝썬 사태'로 본 YG 대중무시史
  • 정진영 기자
  • 승인 2019.03.12 01:0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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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달 27일 경찰에 출석하는 승리.

[한국스포츠경제=정진영 기자] '조작'이라고 단언했던 YG엔터테인먼트(이하 YG)의 입장이 궁색하게 됐다. 경찰이 성접대 의혹을 받고 있는 승리를 10일 피의자 신분으로 입건했다. 실제 승리에게 혐의가 있든 없든 이를 조사해볼 가치는 충분히 있다고 판단했기에 이뤄진 절차일 것이다. 성접대 의혹이 최초로 보도되던 날 "가짜 뉴스를 비롯한 루머 확대 및 재생산 등 일체의 행위에 대해 법적으로 강경 대응하겠다"는 입장을 냈던 YG는 승리의 피의자 입건 소식에 아무런 반응도 하지 않고 있다. 사실 '버닝썬 논란'이 촉발된 이래 YG의 대응은 줄곧 이랬다. 의혹에 대해 문의하면 침묵하는 경우가 많았고, 가끔 적극적으로 해명하는 부분도 있었다. 어떤 날은 전화를 안 받다가 시간이 다소 흐른 뒤에 입장문을 보내오기도 했다. YG의 수장 양현석이 인스타그램으로 직접 해명을 하는 경우도 있었다. '전지적 YG 시점'이라는 말이 적합할 듯한 일관성을 찾기 힘든 대응 방식이다.

■ 묵묵부답 연속… YG, '불통의 아이콘' 되나

포털 뉴스 검색창에 '묵묵부답'이라고 검색하면 '버닝썬 논란' 내지 YG와 관련된 기사가 상당수 나온다. 그만큼 YG가 어떤 사안에 대해 침묵으로 일관한 경우가 많다는 걸 보여준다. '양현석, 승리 홍대 클럽 실소유자+탈세 의혹까지 'YG 묵묵부답'', 'YG, 지드래곤 잦은 휴가+상병진급 누락 '묵묵부답'', ''경찰관 뇌물 의혹' 버닝썬 대표, 재출석.. 묵묵부답', '승리, 성접대 의혹 질문에는 묵묵부답' 등 묵묵부답을 한 내용도 다양하다.

'묵묵부답'이라는 제목은 사실 홍보팀에겐 부담이다. 어떤 일이 터지면 회사 내부에서 관련 내용을 파악하고 공식 입장을 정리할 때까지 시간이 걸리는데, 이 사이 '묵묵부답'이라는 제목으로 기사가 나오게 되면 "홍보팀이 일을 안 한다"는 질책을 받기 십상이기 때문이다. 때문에 대부분의 홍보팀들에서는 어떤 사안이 터지면 "확인을 해보고 입장을 내겠다"거나 "기다려 달라"고 요청한다. 당장 입장을 낼 수는 없지만 정리하고 있다는 걸 어필하는 것이다. 단순하게 이야기해 홍보팀의 가장 중요한 업무는 대중과 소통하는 것이다. 좋은 일이 있으면 더 많은 사람이 알 수 있게 하고, 부정 이슈가 터졌을 땐 수습한다. 그런 홍보팀이 중대한 사안이 터질 때마다 입을 굳게 다문다는 건 대중과 소통할 의지가 없음을 보여주는 신호라 해도 무리가 없다. '묵묵부답'이 내부 정책인가 싶을 정도인 YG의 대응 방식은 그래서 많은 이들의 고개를 갸우뚱하게 한다.

때로 침묵이 득이 될 때도 있다. 자꾸 말을 해서 논란을 키우는 스타, 소속사의 사례도 없었던 건 아니다. 하지만 침묵이 기본적인 정책이 되는 건 위험하다. 사회적으로 큰 영향을 줄 만한 사건이 발생했을 때 이에 대한 충분한 정보가 제공되지 않으면 유언비어가 발생한다. 묵묵부답이 이어지면 YG는 오히려 자신들이 경계하는 루머나 허위 사실 유포 등으로 더 고통받을 수 있다는 의미다.

승리가 대표로 있었던 클럽 버닝썬.
승리가 대표로 있었던 클럽 버닝썬.

■ 논란의 중심에서 신곡을 외치다

YG가 대중으로부터 '괘씸죄' 이야기를 듣게 된 이유는 따로 있다. 논란의 중심에 있을 때도 멈추지 않은 SNS 홍보글 때문이다.

'버닝썬 논란'의 시작은 지난 해 11월 있었던 폭행 사건이었다. 11월 24일 클럽을 찾았던 김상교 씨가 보안요원 등 버닝썬 직원들로부터 폭행을 당하는 일이 있었다. 김 씨는 바로 경찰에 신고했고, 경찰은 김 씨를 서로 데려갔다. 김 씨는 이 떄 경찰들로부터 2차 폭행이 있었다며 버닝썬과 경찰 사이의 유착 의혹을 제기했다. 침묵하던 승리는 며칠 뒤 "스태프를 통해 손님과 직원 간 쌍방폭행이 있었으며 경찰에서 조사 중이라는 정도로 이번 사건을 처음 알았다"며 "사업장 성격상 다툼이 적지 않아 이번에도 큰 문제 없이 원만히 해결되길 바랐다"고 이야기했다.

이후 폭행 사건이 일어나던 당일 승리가 버닝썬에 있었다는 목격담이 나오기 시작했다. 물론 폭행 사건이 일어날 때에는 클럽 밖으로 떠났을 수 있고, 바로 사건 발생을 인지하지 못 했을 수도 있지만 대중의 분노는 컸다. 폭행 사건이 일어났음을 알고 있었음에도 승리는 그 이후 이 사건이 보도되기까지 약 두 달 여 동안 아무 일 없다는 듯 인스타그램에서 자신의 활동을 홍보했기 때문이다. 심지어 폭행 논란에 대해 직접 심경글을 올렸던 지난 달 2일 이후에도 인스타그램을 통해 인도네시아 자카르타에서의 콘서트를 홍보해 "이 상황에 콘서트 홍보를 하고 싶으냐"는 여러 누리꾼들의 지적을 받았다. 약 한 달 뒤인 지난 달 말께 이 콘서트는 취소됐다.

YG 양현석 회장.

소속사 수장 양현석 회장 역시 마찬가지다. 승리의 '버닝썬 논란'과 지드래곤의 상병 진급 누락, 현역복무 부적합 심의 등의 이슈가 있는 와중에도 양현석 회장은 평소와 다름 없이 자신의 인스타그램에 빅뱅의 안무 영상이 1억 뷰를 돌파했다든가, 이하이의 앨범이 곧 나온다든가, 한 때 YG 밥을 먹었던 원타임 출신 송백경의 성우 데뷔를 축하한다든가 하는 내용을 꾸준히 올렸다. "회사 대표로서 소속 가수들의 잘한 일을 알리는 건 당연하다", "승리 논란이 있다고 다른 가수들까지 피해를 봐야 하느냐"는 반응과 "자신을 향한 탈세 의혹도 있는 마당에 몸을 낮추는 게 맞지 않느냐"는 의견이 분분한 상황이지만, 어쨌든 이런 행보가 논란이 되고 있는 건 사실이다. 이런 때야말로 홍보는 홍보 팀에게 일임했다면 어땠을까 아쉬움이 남는 이유다.

■ 군대는 도피처가 아니다

9일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는 '마약 성매매 알선 탈세 의혹을 받고 있는 빅뱅 멤버 승리 입대 반대합니다'라는 제목의 청원이 올라왔다. 자신이 대표로 있던 클럽 내에서의 마약 유통 정황, 경찰과 유착 관계가 있었는지 여부, 성접대 및 탈세 의혹 등 많은 사회적 논란거리들이 부상한 시점에 승리가 입대한다는 건 도피성이 강하지 않느냐는 게 많은 이들의 의견이다.

같은 날 YG는 승리가 지난 1월 7일 서울지방경찰청 의무경찰 선발시험에 지원한 사실이 있다면서도 불필요한 오해를 사지 않기 위해 중간 합격자 발표 결과 합격하더라도 포기하고 현역으로 입대하겠다고 했다. 결과적으로 승리는 오는 25일 현역으로 입대하게 됐다.

"군대가 도피처가 돼선 안 된다"는 지적에도 사실상 현재로선 승리의 입대를 막을 명분은 없다. 입대까지 15여 일이 남은 상황. 경찰은 성접대 의혹과 관련한 수사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는 입장이다. 입대 후 이뤄지는 수사나 재판은 일반적으로 언론 노출이 제한되기 때문에 상대적으로 대중의 관심이 떨어질 가능성이 높다.

이런 가운데 민갑룡 경찰청장은 11일 기자 간담회를 열고 “경찰이 수사를 시작했고 계속할 필요가 있는 사건은 (피의자가 입대를 해도) 경찰에서 수사하도록 과거 국방부와 협의해 놓은 것이 있다. 병영생활을 하니 이전보다 절차적으로 고려해야 할 것이 있겠지만 국방부와 잘 협의해서 수사해나갈 것”이라고 밝혔다. 지난 달 27일 경찰에 자진 출석한 승리는 "향후 조사가 더 필요하면 언제든지 불러 달라"고 이야기한 바 있다. 입대가 보름도 채 남지 않은 상황. 승리는 이 약속을 지킬 수 있을까.

사진=OSEN, 임민환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