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용요약 최태원 SK그룹 회장, 27일 주총서 이사회 의장 물러나
삼성전자, 신규 사외이사 3명 중 2명 사회공헌 전문가 선임
LG그룹, 이사회·CEO 분리 '미온'
최태원 SK그룹 회장(왼쪽에서 두 번째)이 지난 1월 다보스포럼에서 사회적 가치 창출에 대해 역설하고 있다. 최 회장은 오는 27일 SK㈜ 정기 주주총회를 통해 이사회 의장에서 물러난다. /SK그룹

[한스경제=변동진 기자] 국내 대기업 주요 계열사의 정기 주주총회 시즌을 맞이해 어떤 ‘안건’이 상정됐는지 관심이 쏠리고 있다. 재계에서는 올해 주총 핵심으로 ‘이사회 책임 강회’와 ‘사회공헌 확대’를 꼽고 있다.

12일 재계에 따르면 SK㈜는 오는 27일 예정된 주총에서 대표이사와 이사회 의장 역할을 분리한다.

앞서 SK㈜는 지난 5일 이사회를 열고 대표이사가 이사회 의장직을 겸직하도록 했던 기존 정관을 변경하는 안건을 주총에 상정하기로 했다. 이에 따라 최태원 SK그룹 회장은 의장에서 물러나고, 그 자리를 염재호 전 고려대 총장이 사외이사 자격으로 맡을 가능성이 매우 크다.

SK그룹이 이 같은 결정을 한 까닭은 최 회장이 강조하고 있는 ‘사회적 가치 창출’을 강화하기 위함으로 풀이된다.

최 회장은 지난 1월 열린 다보스포럼에서 ‘사회적 가치 경영 철학’을 설파하는 등 기업의 사회적 역할에 방점을 찍었다. 계열사들도 기존 재무성과에 더해 사회적 가치를 측정하고 관리하는 ‘더블 보텀 라인’(DBL)을 도입했다. 사회적 가치 측정값을 핵심 성과지표에 반영하고 있는 것이다.

또한 SK그룹은 사회적 기업이 창출한 가치를 측정한 뒤 그에 비례해 인센티브를 지급하는 SPC를 4년간 190여개사 대상으로 시행했다. 그 결과 지원금(150억원)보다 더 많은 경제·사회적 성과를 만들어 냈다는 게 회사 측 설명이다.

삼성전자. /연합뉴스

◆삼성·SK, CEO 의사회 의장 겸직 분리…사회공헌 강화

삼성전자는 이미 2016년부터 대표이사와 이사회 의장을 분리하고 있다. 올해 주총에서는 신규 사외이사 3명 중 2명을 사회공헌 전문가로 선임할 예정이다. 주인공은 김한조 전 하나금융지주 부회장’과 안규리 서울대학교 의과대학 신장내과 교수다.

김 전 부회장은 외환은행장과 외환캐피탈 사장을 지낸 35년 경력의 금융 전문가다. 2015년부터 하나금융그룹의 자선 공익재단법인 하나금융나눔재단 이사장을 맡고 있다.

안 교수는 유전성 신장질환과 장기이식, 명역학 분야 연구·임상의 리더다. 지난 1997년 사회복지법인 라파엘클리닉을 열고 20년 넘게 외국인 노동자들을 무료로 진료했다. 이 공로를 인정받아 2016년 포스코청암상 봉사상, 2017년 호암상 사회봉사상을 받았다.

더불어 삼성전자는 지난 18일 ‘함께가요, 미래로! 인에이블링 피플’이라는 새 사회공헌 비전을 발표했다. 테마는 청소년 교육으로 설정했다. 지금껏 진행해 온 삼성전자의 ‘교육 사회공헌 활동’을 기반으로 구체적인 실행 계획이 조만간 마련될 것이란 전망이다.

구광모 LG그룹 회장은 ㈜LG 이사회 의장과 대표이사를 겸임하고 있다. /연합뉴스

◆LG그룹, 이사회 CEO 분리체제 지주사는 아직

LG그룹 최대 계열사인 LG전자는 오는 15일 주총과 이사회를 열고 조성진 부회장의 CEO(전문경영인) 및 이사회 의장 겸직을 해제한다. 새로운 이사회 의장에 권영수 ㈜LG 부회장(최고운영책임자)을 선임할 예정이다.

반면 일부 계열사는 이사회 독립성 보장을 침해한다는 지적을 받고 있다.

예컨대 LG하우시스는 ‘대표이사로 선임된 이사는 (이사회) 의장이 될 수 없다’는 기존의 정관 문구를 삭제한다. LG상사도 이번 주총에서 윤춘성 부사장을 신임 대표이사로 선임한 뒤 이후 별도 이사회에서 의장을 맡길 것으로 관측되고 있다. 특히 구광모 LG그룹 회장은 지주사인 ㈜LG의 대표이사와 이사회 의장까지 겸하고 있다.

LG는 그룹의 대표 사회공헌 활동으로 정의되는 ‘의인상’은 앞으로 더욱 확대될 것으로 보인다.

‘LG 의인상’은 LG복지재단이 지난 2015년부터 진행한 사회공헌 활동으로 ‘국가와 사회정의를 위해 자신을 희생한 의인에게 기업이 사회적 책임으로 보답한다’는 고(故) 구본무 전 LG그룹 회장의 뜻에 따라 제정됐다.

올해부터는 의인상의 시상 범위를 우리 사회와 이웃을 위한 선행과 봉사로 크게 귀감이 된 시민들로 확대키로 했다. 지난달 4일 설 연휴 근무 중 과로로 사망한 윤한덕 국립중앙의료원 중앙응급의료센터장이 수여 범위 확대 이후 첫 번째 의인으로 지정됐다.

아울러 구 전 회장은 그룹 산하 공익재단에 50억원을 기부하는 등 세상을 떠난 후에도 남다른 사회 공헌 철학으로 재계 귀감이 됐다.

이밖에 구 전 회장의 유족들은 지난해 11월 LG복지재단과 LG연암문화재단에 각 20억원씩, LG상록재단에는 10억원을 기부했다.

재계 관계자는 “이사회의 독립성 강화를 위해 CEO가 (이사회) 의장을 겸직하지 않도록 분리하는 것”이라며 “사내에는 여러 회의체가 있기 때문에 빠른 의사결정에는 문제가 없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사회공헌 강화는 그동안 관련 활동을 꾸준히 해왔지만 지속가능한 기업이 되기 위해서 필수적인 항목”이라며 “사외이사들 역시 여러 부분을 고려하지만 이 같은 일을 잘 실행할 수 있는 분들로 선임하는 추세"라고 덧붙였다. 

변동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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