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용요약 글로벌 의결권 자문회사들, 현대차에 힘 보태
'엘리엇' 코너로 몰기 가능할까

[한스경제=강한빛 기자] 현대자동차와 현대모비스의 주주총회가 10일 앞으로 다가왔다. 글로벌 양대 의결권 자문회사가 잇달아 엘리엇의 고배당 요구에 반대하며 현대차에 힘을 보태고 있다. 하지만 사외이사 선임과 관련해선 입장이 엇갈렸다. 현대차그룹과 미국계 행동주의 펀드 엘리엇 간 주주총회 대결에서 현대차그룹이 판정승을 거두는 모양새다. 

 

현대차와 엘리엇/사진=연합뉴스

◆배당은 모두 현대차 ‘손’, 사외이사 안은 엇갈려

미국계 행동주의 펀드 엘리엇은 지난달 현대차에 보통주 1주당 2만1976원의 배당을, 현대모비스엔 보통주 1주당 2만6399원의 배당을 제안했다. 두 회사를 합쳐 총 7조원에 육박한다. 반면 현대차와 현대모비스는 지난달 개최된 이사회에서 각각 보통주 1주당 3000원, 4000원을 기말 배당하는 안건을 주총에 상정하기로 했다.

글로벌 의결권 자문회사 ‘ISS(Institutional Shareholder Services)’는 11일(현지시간) 현대차와 현대모비스의 입장에 찬성한다고 밝혔다. R&D(연구개발)나 공장 투자를 위한 자본 요건 충족에 어려움이 생길 수 있다고 판단했다.

글래스 루이스(Glass Lewis)도 현대차의 숨 돌리기에 힘을 보탰다. 엘리엇의 고배당을 두고 "대규모 일회성 배당금을 지급해 달라는 엘리엇의 제안에 관해 주주들의 지지를 권고하는 것은 가능하지 않다"며 "급변하는 자동차 산업의 특성을 고려할 때 현대차가 경쟁력과 수익률을 높이기 위해서는 상당한 R&D 비용과 M&A(인수합병) 활동이 필요할 것"이라고 밝혔다.

현대차는 최근 2023년까지 향후 5년간 R&D 및 미래 기술 등에 45조3000억원을 투자한다는 계획을 발표했다. 

두 자문사는 그러나 ‘사외이사’ 건에 대해 상반되는 시각을 내비쳤다. 현대차는 윤치원 UBS 그룹 자산관리부문 부회장, 유진 오 전 캐피탈그룹 인터내셔널 파트너, 이상승 서울대 경제학 교수 3명을 신규 사외이사 후보로 내세운 상태다.

글래스 루이스는 “사측이 제시한 사외이사들은 주주들의 지지를 받을 만한 충분한 자격을 갖추고 있다”며 현대차의 손을 들었다. 반면 ISS는 엘리엇이 추천한 사외이사 제안을 일부 지지했다. 엘리엇이 현대차 사외이사와 감사위원으로 추천한 후보 3명 중 2명인 존Y 류 베이징 사범대 교육기금이사회 구성원 및 투자위원회 의장, 로버트 랜들 매큐언 발라드파워시스템 회장에 찬성할 것을 권고했다.

또 이사회 구성을 9명에서 11명으로 늘리도록 권고하며 엘리엇이 추천한 후보에 지지 의사를 밝혔다. 엘리엇이 추천한 2명은 로버트 앨런 크루즈 카르마 오토모티브 최고기술경영자(CTO)와 루돌프 윌리엄 폰 마이스터 전 ZF 아시아퍼시픽 회장이다.

정의선 현대차그룹 수석부회장/사진=연합뉴스

◆글래스 루이스 “사내이사 정의선만 찬성”

글래스 루이스가 배당과 사외이사 안에 관해 현대차에 힘을 보태며 든든한 지원군으로 떠올랐지만, 사내이사 안에 대해선 부분적 추천을 내비쳤다. 글래스 루이스는 현대차 이사회가 제안한 사내이사 후보 중 정의선 현대차 수석부회장 재선임 안을 제외한 이원희 사장과 알버트 비어만 사장 안건에 대해서는 "이사후보추천위원회를 겸직하면 이사회 독립성을 침해할 수 있다"며 유일하게 반대 의견을 제시했다.

사실상 글래스 루이스는 어제의 ‘적군’이다. 지난해 현대모비스, 글로비스 분할·합병 안건에 반대를 권고했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올해 태도를 바꾼 건 엘리엇의 요구가 무리라고 판단한 것으로 해석된다. 어제의 적군이 오늘의 ‘우군’으로 변하며 현대차는 엘리엇을 코너로 몰 수 있게 됐다. 

증권업계에서는 현재 양대 의결권 자문사의 찬성률을 고려하면 현대차그룹이 우세하다고 밝혔다. 특히 현금배당 안건은 엘리엇 제안에 반대 권고가 나와 주총에서 표 대결이 이뤄지면 회사 측 제안이 통과될 가능성이 큰 것으로 보고 있다.

한편 현대차그룹은 22일 현대자동차, 현대모비스 주총과 연계해 1차로 사외이사후보를 글로벌 자본시장에서 수혈해 재무구조와 지배구조 투명성 제고에 나서겠다고 밝혔다. 국적과 상관없이 세계 각 분야에서 고도의 전문성을 확보한 사외이사 후보군 80여명의 풀을 만들어 운용 중이라고 강조했다.

 

강한빛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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