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태원 SK그룹 회장이 지난 1월8일 서울 종로구 SK그룹 서린사옥에서 열린 ‘행복토크’ 행사에서 임직원들과 대화를 나누며 환히 웃고 있다. /사진=SK

[한스경제=김지영 기자] '이윤 창출' 대신 '사회적 가치'를 경영의 중심에 놓은 SK그룹. SK가 이러한 행보를 고집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최태원 SK그룹 회장은 지난 1월 서울 워커힐호텔에서 진행한 그룹 신년회에서 “SK가 건강한 공동체로 기능하면서, 동시에 행복을 더 키워나갈 수 있는 방법의 척도는 사회적 가치(Social Value)”라고 강조했다.

이날 최 회장은 “회사의 제도 기준을 관리에서 행복으로 바꿔야 한다”며 “단순히 제도만 만들 것이 아니라 실제적인 시행과 적극적 참여가 뒷받침돼야 한다”고 말했다.

SK가 사회적 가치를 강조하는 이유도 최 회장의 이런 소신과 멀지 않다.

최 회장은 신년회에서 사회적 가치 확산을 위해 핵심성과지표(KPI) 가운데 사회적 가치 비중을 50%까지 늘리겠다고도 했다. 이익 추구가 아닌 사회적 가치 추구 성과를 인사고과에 반영하겠다는 것이다. 이에 대해 최 회장은 “완벽한 평가가 되지 못하더라도 안 하는 것보다 하는 것이 좋다”고 설명했다.

최 회장뿐 아니라 이날 신년회에 참석한 CEO(최고경영자)들도 고객과 사회 등 여러 이해관계자의 행복을 추구해야 SK 구성원의 행복도 커질 수 있다고 강조했다.

국내 대기업이라면 사회공헌을 통한 이윤 배분 활동을 하지만 최 회장은 이를 넘어 ‘사회적 가치를 통한 행복 키우기’를 강조한다.

최 회장은 문재인 대통령과 함께 한 자리에서도 이 같은 메시지를 전달했다.

문 대통령은 지난 1월15일 대기업 총수·중견기업인 130여명을 청와대 영빈관으로 초청해 ‘2019 기업인과의 대화’ 진행했다. 이 자리에서 최 회장은 “유럽은 사회적 기업이 고용 창출의 6.5%를 차지하고 있지만, 한국은 협동조합 등 모든 것을 포함하더라도 1.4%에 불과하다”며 “사회적 경제는 일자리를 만들어낼 수 있는 잠재력 있는 분야”라고 말했다.

이처럼 최 회장이 틈날 때마다 강조하는 사회적 가치는 고(故) 최종현 선대 회장에서 비롯됐다.

최 선대 회장은 “돈 버는 것만이 기업의 목적이 아니다”며 “우리는 사회에 빚을 지고 있는 것이며, 기업의 이익은 처음부터 사회의 것”이라는 경영철학을 실천했다.

최 선대 회장은 이 같은 가치를 실현하기 위해 인재 양성에 힘썼다.

1972년 서해개발(현 SK임업) 설립을 시작으로 1973년 MBC 장학퀴즈 후원, 1974년 한국고등교육재단 설립 등을 추진했다.

배턴을 넘겨받은 최 회장은 선대 회장이 힘썼던 인재 양성을 사회적 가치 창출로 확장시켰다. 2017년에는 기업 핵심 가치를 ‘이윤 창출’에서 ‘사회적 가치 창출’로 바꿨다.

이후 단순한 봉사나 일회성 후원에 그치는 것이 아닌 다른 기업, 시민단체, 정부 등과 함께 사회적 가치를 추구할 수 있는 다양한 사업을 추진하고 있다. 사회적 기업에 대한 지원도 아끼지 않고 있다.

이러한 경영철학은 초기에는 내부 임직원들의 고개를 갸우뚱하게 했지만 현재는 SK 임직원은 물론 국제사회에서도 인정받는 분위기다.

글로벌 컨설팅 기업인 BCG(보스턴컨설팅그룹)의 한스 파울 뷔르크너 회장은 지난해 4월 중국 보아오포럼에서 한 발표에서 “사회경제적 약자 배려·환경보호 등 ‘착한 경영’으로 사회적 영향(Total Societal Impact) 점수가 상위 10% 이내 속한 기업은 중간 그룹(50%)에 비해 기업가치와 마진율이 높다”고 말했다.

기업이 사회적 가치를 추구할수록 이윤은 자연스럽게 따라온다는 최 회장의 경영철학이 입증된 셈이다.

김지영 기자

저작권자 © 한스경제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