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스경제=양지원 기자] 소위 말하는 전형적인 미남은 아니지만 어떤 캐릭터를 연기해도 마치 제 옷을 입은 것처럼 흡수한다. 결코 과하지도, 부족하지도 않은 캐릭터 흡수력을 자랑한다. 바로 배우 박정민의 이야기다. 잠재된 폭발적인 에너지와 뛰어난 캐릭터 이해력은 영화 ‘사바하’에서도 고스란히 빛을 발했다. 박정민은 극 중 의문의 정비공 나한으로 분해 또 한 번 관객들을 미궁에 빠뜨리는 연기를 보여줬다.

- ‘사바하’를 직접 본 소감은.

“좋았다. 내가 좋아하는 영화의 장르이기도 하다. 장재현 감독님이 왜 이렇게 편집을 하셨고, 그 의도를 다 알고 보니 마음에 들었다. 누구 하나 두드러지는 인물 없이 이야기가 주인공이라는 점도. 그게 잘 전달이 된 것 같다.”

-캐릭터 위주로 영화를 보는 관객에게는 서사 중심 영화가 낯설 수 있는데.

“요즘 나오는 영화들이 캐릭터 중심인 작품들이 많다. 관객들도 아마 캐릭터 중심 영화에 적응이 많이 돼 있을 거라고 본다. 그래서 ‘사바하’를 보며 ‘내가 누구를 보고 가야하지?’라는 생각을 할 수 있다. 하지만 주인공은 박 목사(이정재)라고 생각한다. 박 목사의 시선에 감정 이입을 한다면 다른 영화의 매력이 될 거라고 생각한다.”

-후반으로 갈수록 극한적인 감정 연기를 펼쳐야 했는데.

“후반부에는 감추고 있던 나약한 모습을 무너뜨리고 보여줘야 했다. 감정적으로 연기할 때 몰아붙였다. 슬프고, 아프고, 혼란스러운 감정을 모두 표현해야 하니 처음에는 걱정이 많았다. 그래도 현장에서 연기를 하면서 나름대로 적응이 돼서 재미있게 촬영했다. 나는 이 현장이 너무 좋았다. 내가 이런 영화를 찍고 있다는 게 신이 났다. 입에 발린 말이 아니라 진심이다.”

-원래 종교 문제에 관심이 많았나.

“무교지만 유신론자다. 원래는 신도 없다고 믿었다가 어느 순간 신이 있다고 믿게 됐다.”

-영화 속 나한이 외우는 주문이 인상적인데.

“그게 말썽이었다. 굉장히 긴데 맥락은 없었다. 어렸을 때 구구단 외우듯이 했다. ‘변산’에서 한 랩 연기가 도움 되지는 않았다.(웃음)”

-데뷔 이래 가장 어두운 캐릭터다. 나한 역을 어떻게 표현하고 싶었나.

“어둡게 해야겠다는 생각은 하지 않았다. 자연스럽게 어두워졌다. 이 아이가 굉장히 나약하고 혼란스러운 상태라고 생각했다. 죄책감에 매일 악몽을 꾸는 사람이기도 하다. 하지만 모든 걸 다 감추는 사람. 어떤 감정도 드러내지 말자는 생각으로 연기했다.”

-나한과 엄마의 정서는 어떻게 이해했나.

“나한의 정서의 핵심은 엄마다. 불행한 어린 시절을 보내고, 힘든 삶을 사는 캐릭터인데 무의식적으로 엄마를 찾는 것이다. 그만큼 괴롭고 혼란스러운 인물이다. 엄마가 자장가를 불러주면 그제야 편히 잠이 든다. 분명히 엄마를 지키지 못했다는 죄의식도 있을 것이다.”

-이정재와 처음으로 연기 호흡을 맞췄는데 어떤 영감을 준 선배였나.

“나를 굉장히 편하게 만들어 주셨다. 사실 내가 연기할 때 ‘너 왜 그렇게 해?’라고 선배가 물어보면 아무것도 못하는 스타일이다. 하지만 이정재 선배는 오히려 칭찬만 해주셨다. 그렇게 해주시니까 편하게 연기할 수 있었다. 선배가 연기한 박목사는 내가 상상했던 것보다 재미있는 캐릭터였다. (이)정재 선배를 만나 입체성이 더 부각된 것 같다. 워낙 유쾌하고 재미있는 분이다.”

-연기하면서 어떤 게 가장 재미있다고 느끼나.

“원래 영화를 좋아하는 학생이자 청년이었다. 영화를 만들고 싶어서 영화과를 갔지만 내가 감독을 할 재주는 없다는 걸 깨달았다. 그러다 극단에서 생활을 하면서 내가 영화를 만드는 한 사람이 될 수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요즘 같은 경우는 영화에서 중요한 롤을 맡기도 하는데 여전히 신기하다. 많은 사람의 삶을 사는 것은 썩 관심 없다. 맡은 바 최선을 다할 뿐이다. 좋은 영화의 일원이 되는 게 가장 신난다.”

사진=CJ엔터테인먼트 제공 

 

양지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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