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용요약 특발성렘수면행동장애 12년 후 신경퇴행질환 이행 73.5%
서울대병원 등 전 세계 11개국 1280명 환자 장기 추적

[한스경제=홍성익 보건복지전문기자] 자면서 소리를 지르고 과격한 행동을 보이는 특발성렘수면행동장애 환자를 장기 추적한 결과, 4분의 3이 파킨슨·치매 등 신경퇴행질환을 보인 것으로 나타났다.

제공= 서울대병원

정기영 서울대병원 신경과 교수를 비롯해 전 세계 11개국, 24개 센터의 수면 및 신경 전문가들이 특발성렘수면행동장애 환자를 연구한 결과, 특발성렘수면행동장애 환자는 연간 약 6.3%, 12년 후에는 무려 73.5%가 신경퇴행질환으로 이행됐다.

신경퇴행질환 위험요인으로는 운동 검사 이상, 후각이상, 경도인지장애, 발기장애, 운동 증상, 도파민운반체 영상 이상, 색각이상, 변비, 렘수면무긴장증 소실, 나이 등 이었다.

‘렘수면’은 쉽게 말해 몸은 자고 있으나 뇌는 깨어있는 상태로 대부분 이때 꿈을 꾼다. 렘수면 때는 근육이 이완돼 움직이지 않는 것이 정상인데 특발성렘수면행동장애 환자는 근육이 마비되지 않고 긴장돼 꿈 속 행동을 그대로 재현하게 된다. 그 때문에 외상이 빈번하다. 전체인구에서 유병률은 약 0.38~0.5%이고 우리나라 노인들을 대상으로 한 연구에서는 2.01%로 알려졌다.

연구팀은 수면다원검사로 확진된 특발성렘수면행동장애 환자 1280명을 대상으로 추적 관찰했다. 환자들의 평균 연령은 66.3세였고 평균 추적관찰 기간은 4.6년, 최장 19년이었다. 치매와 파킨슨증 발생률 및 신경퇴행질환 위험도 예측은 각각 ‘카플란-마이어’와 ‘콕스 비례위험’ 분석을 통해 평가했다.

특발성렘수면행동장애는 파킨슨병, 루이소체 치매와 다계통위축증 등 신경퇴행질환의 전단계로 여겨지고 있다. 따라서 이 질환으로 진단했을 때 신경퇴행질환으로의 이행률과 진행 예측인자를 정확히 추정하면 신경보호를 위한 치료가 가능한 기회가 될 수 있다.

신경퇴행질환처럼 특발성렘수면행동장애 역시 완치할 수 있는 약제가 없어 조기진단으로 더 쉽게 치료될 것으로 기대할 수는 없다. 하지만 다른 신경퇴행질환의 경우 치료를 일찍 시작하면 진행을 늦추는 데 도움이 되기 때문에 특발성렘수면행동장애 역시 마찬가지일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신경퇴행질환으로 발병될 위험이 큰 환자를 미리 예측해 좀 더 적극적으로 관리하면 이후 환자 삶의 질이 훨씬 향상될 수 있다.

정기영 교수는 “특발성렘수면행동장애가 신경퇴행질환으로 진행된다고 알려졌으나 이를 다기관 장기 추적으로 밝힌 첫 연구이며 추가적으로 신경퇴행질환의 다양한 위험인자들을 같이 밝혔다”며, “특히, 한국인 환자의 데이터도 같은 양상으로 확인된 것이 이번 연구의 큰 의의”라고 강조했다.

한편 이번 연구결과는 뇌과학 분야 국제적 학술지인 ‘브레인(Brain)’ 최근호에 실렸다.

홍성익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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