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공황·주의집중장애, VR·챗봇으로 치료할 수 있어"
[인터뷰] "공황·주의집중장애, VR·챗봇으로 치료할 수 있어"
  • 변동진 기자
  • 승인 2019.03.14 14:27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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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재진 강남세브란스 정신건강의학과 교수 "15년 VR치료의 노하우 담아"
FNI·강남세브란스·샐바스AI·코리아메디케어 손잡고 공황 VR치료 서비스 개발
김재진 강남세브란스 정신건강의학과 교수.
김재진 강남세브란스 정신건강의학과 교수.

[한스경제=변동진 기자] 최근 VR(가상현실) 콘텐츠와 AI(인공지능) 챗봇을 이용해 공황장애와 주의집중력장애 관리에 도움을 주는 서비스가 등장해 눈길을 끌고 있다.

에프앤아이(FNI), 강남세브란스병원, 샐바스에이아이(AI), 코리아메디케어는 힘을 모아 가상현실로 불안함을 조절하루 수 있는 서비스를 개발했다.

이 서비스 개발에 참여한 김재진 강남세브란스병원 정신건강의학과 교수는 14일 한스경제와의 인터뷰에서 "VR 콘텐츠와 챗봇을 활용해 공황장애 등 환자들에게 큰 도움을 줄 수 있다"고 강조했다.

다음은 일문일답. 

-공황장애나 주의집중력장애 환자가 빠르게 증가하는 이유는.

“공황장애는 연예인병이라고 생각할 수 있다. 학생, 직장인, 주부, 연령을 불문하고 도시 생활을 하는 사람은 누구든 겪고 있는 어려움이다. 항상 불안에 시달리는 것이 현대인이다. 도시 생활을 하면서 경쟁적인 삶 속에 불안을 경험할 가능성은 계속 높아졌다. 불안이 극심한 상태를 공황이라 한다. 누구나 공황장애를 겪을 수 있다는 얘기다. 주의집중력 문제도 마찬가지다.

-VR 콘텐츠는 어떤 방법으로 공황장애 환자나 주의집중력장애 환자를 돕는가

“공황장애 환자는 불안할 때 스스로 조절하지 못해서 공포에 빠진다. 가상현실로 평상시 불안할 때 조절하는 방법을 훈련할 수 있다. 호흡 조절과 근이완 조절 등과 같은 훈련이다. 또 공황장애 환자는 극심하게 불안을 느끼는 특정 상황을 기피한다. 흔히 사람이 많은 광장 같은 곳, 터널이나 지하 등 답답한 곳, 높은 다리를 지나는 상황을 피해간다. 가상현실은 이런 상황을 체험하면서 스스로 통제할 수 있도록 도와준다.

주의집중력장애는 본인이 하나에 집중할 상황에서 주변 자극 때문에 산만해지는 것이다. 주의집중 훈련을 위해서는 일상 상황을 재현해줘야 한다. 이러한 상황에서 산만해지지 않도록 훈련이 필요하다. 가상현실은 이런 일상을 효과적으로 재현할 수 있다.”

-VR 콘텐츠는 실제가 아닌 가상인데, 정말 현실에서 도움이 될 수 있는지.

"효과는 운동 경기의 예를 들 수 있다. 선수는 실전을 잘 해야 한다. 그렇다고 선수가 경기만 하고 평소에 훈련을 하지 않으면 실력이 늘지 않는다. 가상현실은 환자가 힘들어 하는 실제 상황은 아니다. 문제가 없는 사람은 체험을 해도 ‘이런 거구나’ 정도에 그친다. 하지만 정말 문제가 있는 사람은 가상 상황도 현실처럼 힘들어한다. 이런 상황에서 훈련하고 경험을 쌓으면 실제 상황에서도 이겨낼 자신감을 가지게 된다.”

-공황장애 환자는 VR 콘텐츠와 함께 챗봇 서비스를 사용한다고 하는데, 챗봇은 어떤 역할을 하나.

“VR 콘텐츠가 환자의 모든 문제를 해결할 수는 없다. 콘텐츠가 제공하는 내용은 한정돼 있기 때문이다. VR콘텐츠를 넘어서는 부분에서 챗봇이 도움을 준다. VR 콘텐츠와 챗봇은 보완적인 관계라고 이해하면 쉬울 것이다. 챗봇에는 공황장애에 대한 책 내용이 거의 다 들어가 있다. 책은 처음부터 끝까지 읽어야 하고 그 내용을 잊을 수도 있다. 하지만 챗봇은 궁금한 것을 질문하면 적절하게 답해주는 장점이 있다.”

-정신질환 치료나 관리에 VR을 이용하는 사례가 있나.

-“강남세브란스병원에는 VR로 정신 질환을 치료하는 가상현실클리닉이 있다. 문을 연지 15년 됐다. 사실 VR은 최신 기술은 아니다. 기술이 발전하면서 기기가 작아지고 해상도가 좋아졌다. VR을 이용하면 좋은 치료 콘텐츠를 제공할 수 있다.

인지행동치료는 환자가 사람들 앞에서 자연스럽게 말하는 훈련도 한다. 주로 비슷한 질병을 가진 사람들이 집단으로 모여 서로 상대가 돼 훈련한다. 하지만 이 같은 그룹을 만들기가 어렵다. 일부 병원에서만 시행 중이다. 가상현실은 사람이 모여 있는 상황을 만들 수 있다. 효과가 상당히 좋다. 환자가 이전에 회피했던 상황을 이겨낼 힘을 얻을 수 있다.

이외에도 클리닉에서는 조현병 환자와 알코올 중독 환자를 위한 훈련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다. 이번 프로젝트에서는 이런 경험을 공황장애와 주의집중력장애로 확장한 것이다.”

-VR 콘텐츠를 이용하면 환자가 집에서 스스로 훈련할 수 있을 것 같다. 

“VR 콘텐츠를 이용하더라도 환자가 의료진을 만나지 않고 문제를 해결할 수는 없다. 근본적인 치료는 어렵다는 것이다. 공황장애는 약물치료가 필수고 VR은 보조수단이다. 환자들이 약물을 처방받고 나서 일상에서 힘들어하는 부분을 VR 콘텐츠에서 도움 받을 수 있다. 의사 입장에서도 정기적으로 환자를 상담하고 평소에 어떻게 해야 할지 알려주지만 실제로 제시할 수 있는 콘텐츠가 빈약한데, VR은 이런 부분에 도움을 준다.”

■김재진 교수는 1991년 서울대학교병원  신경정신과 전공의 과정 수료 및 전문의를 취득하고, 1994년~1997년까지 충북대학교 의과대학 전임강사 및 조교수로 활동했다. 그해 미국으로 건너가 아이오와주립대 정신건강클리닉연구센터에서 2년간 근무했으며 ▲서울대학교병원 핵의학과 연구교수(2000년~2002년) ▲연세대학교 의과대학 세브란스정신건강병원 부교수(2003년~2007년) ▲같은 대학 의학행동과학연구소 연구소장(2008년~2012년) 등을 지냈다.

이밖에 ▲강남세브란스병원 정신건강의학과 과장(2008년~2018년) ▲강남세브란스병원 홍보실장(2014년~2016년 2월) ▲강남세브란스병원 부원장(2016년 3월~2018년 8월) 등을 거쳤다. 현재 연세대 의대 정신과학교실 교수(2008년~) 겸 강남세브란스 정신건강의학과 교수로 활동 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