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스경제=신정원 기자] 더 이상 '잘 자란 아역배우'란 말은 어울리지 않는다. 배우 여진구(22)는 이제 후배들이 보고 배우는 '연기의 교본'이 됐다. tvN 월화극 '왕이 된 남자'(연출 김희원, 극본 김선덕, 신하은)에서 이헌과 하선으로 1인 2역을 거뜬히 해내며 인생작 하나를 완성했다. 작품을 하면서 크게 성장했다고 말한 여진구. 그는 "이전까지는 내 연기에 대한 확신이 없었는데, 이번 작품을 하면서 자신감이 많이 생겼다"고 말했다.
 
-영화 '왕이 된 남자' 리메이크작에 대한 부담이 있었을 것 같다.
"처음 시놉시스와 대본을 받았을 땐 그 생각을 했다. 이름도 영화도 같은데, 이걸 드라마로 만든다니 '내가 할 수 있을까' 걱정했다. 그런데 제대로 읽고 나니 다른 작품이라는 느낌을 받았다. 김희원 감독님이 '원작의 빛을 지우고 재창조하지 않으면 보는 사람으로 하여금 왜 만들었는지 의문을 품게 만들 수밖에 없다. 원작의 빛을 빨리 털어내고 우리들만의 호흡을 가져야 된다. 그게 중요하다'라고 말씀하셔서 마음이 편해졌다. 물론 원작 팬이었지만, 원작을 생각하지 않고 연기하려 했다."
 
-1인 2역에 도전한 소감은 어떤가.
"1인 2역 자체가 힘들 거라는 각오하고 촬영에 들어갔음에도 불구하고 너무 힘들었다. 실체가 없는 곳에서 연기해야 되는 게 어려웠다. 대사를 왔다 갔다 하면서 호흡을 컨트롤하려니 힘들었다. 공 하나를 앞에 두고 연기를 하다 보니 헷갈리는 부분도 있었다. 경험이 좀 더 있거나, 지금의 나라면 좀 더 새로운 모습으로 연기할 수 있지 않을까 싶다."
 
-연기가 잘 안 풀리거나 답답할 땐 어떻게 극복했나.
"그때마다 감독님, 선배님들을 많이 찾아가는 것 같다. 나에게 해줄 수 있는 말을 그분들은 알고 있기 때문이다. 특히 하선이라는 캐릭터가 뒤로 갈수록 표현이 어려웠는데, 그때 감독님과 김상경 선배님이 옆에서 컨트롤해주셨다. 감독님께선 '오늘 힘들면 다음으로 넘겨도 돼. 한 번 더 해볼래 안 해볼래'라는 식으로 저의 입장을 존중해 주셨고, 상경 선배님은 정말 도승지 이규와 하선의 존재처럼 부족한 부분이나 자세, 호흡을 컨트롤하는 것에 있어서 디테일한 팁을 많이 주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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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생작', '인생 캐릭터'라는 평이 많다. 어떤가.
"김상경 선배님이 먼저 대본을 보면서 '이건 너의 인생작이 될 거야' 했다. 당시엔 '에이 선배 왜 그러지' 싶었는데, 나중에 보니까 이런 게 연륜인가 싶었다. 대본만 읽어도 어느 정도 느낌을 받으시는구나 싶어 놀랐다. 또 가장 행복했던 말 중에 하나가 '사극은 여진구가 타고난 것 같다'였다. 사극 틀에 갇히지 않을까 걱정되지 않나라는 말도 있는데, 나는 그게 내 무기인 것 같다."
 
-왕 이헌vs광대 하선, 본인이 생각했을 때 싱크로율이 어느 쪽에 더 가깝나.
"왕이 되기 전 하선이 가장 비슷한 것 같다. 나보다 확실히 낙천적이고, 인생을 즐길 줄 아는 친구긴 하다. 이헌의 모습도 없지 않아 있는 것 같다. 누구나 마음속에 그런 사람 한 명쯤 있지 않나.(웃음) 하지만 그 모습을 연기로 드러내기가 힘들었다. 광기 어려 있는 불안한 자아를 한 번도 연기해본 적이 없어서 드러내기 어려웠다."
 
-유소운(이세영)과의 러브라인을 연기할 때 참고한 게 있나.
"예전엔 다른 작품들을 찾아보면서 참고하곤 했는데, 이젠 직접 느끼면서 하는 게 맞구나 싶다. 계속 고민하고, 찾아본다고 해서 시원하게 풀리는 것도 아니고, 오히려 방해가 될 때가 있다. 실제 하선의 두근거림을 느끼려고 했다. 하선과 이헌의 범주 안에서 공감을 얻으려고 했다. 그래서 실제 소운을 보면서 두근거릴 때도 있지만, 미울 때도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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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우 여진구가 꿈꾸는 사랑은 무엇인가.
"이제는 꿈을 못 꾸겠다. 작품을 통해 여러 사랑을 꿈꿔보니까 이런 멋진 사랑을 나도 할 수 있을까 싶다. '나는 하선이처럼 사랑하는 이를 위해 화살을 대신 맞아줄 수 있는 사람일까'하는 생각도 들고. 그렇게 깊이 사랑할 수 있는 사람을 만날 수 있을까라는 생각이 먼저 들더라. 멋진 사랑을 해보고 싶긴 하다."
 
-차기작으로 tvN '호텔 델루나' 출연을 확정했다. 어떤 모습 기대하면 좋을까.
"엘리트 호텔리어 구찬성 역을 맡는데, 우선은 새롭게 보여드릴 수 있는 캐릭터다. 굉장히 남성스럽다. 호텔리어지만, 말투는 군인에 가까울 정도로 고객을 대할 때 선을 지키고 예의가 바르다. 어찌 보면 차갑게 보일 수 있는 캐릭터다. 그러면서도 인간미는 갖추고 있다. 표현이 겉으로 드러나는 역할이 아니라서 고민이 많다. 이헌-하선의 모습에서 플러스되는 느낌이다." 
 
-'진구오빠'라는 애칭이 고유명사가 됐을 정도다.
"나이가 들수록 듣기 힘들어지니 지켜나가야 한다.(웃음) 남원에서 촬영할 때 현장을 보러 온 여중생들이 '아저씨'라고 하더라. 그때 '진구오빠'의 소중함을 느꼈다. 어느 누가 부르던 너무 행복한 호칭이다. 우리들만의 별명 같다.(웃음) 부르고 싶으면 언제라도, 얼마든지 불러주셨음 좋겠다."

신정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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