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용요약 중국민생투자그룹, 30억 위안 규모 사채 상환 실패로 부실 우려 부각
김정태 하나금융그룹 회장(가운데)이 지난 2015년 중국 베이징에서 중국민생투자그룹과 중민국제융자리스사 공동 설립을 위한 조인식에 참석해 관계자들과 기념촬영하고 있다. /사진=KEB하나은행 제공

[한스경제=권혁기 기자] KEB하나은행이 총 3620억원을 투자한 중국민생투자그룹(中國民生投資, CMIG)에 대한 부실화 가능성 우려가 커지는 가운데 그 여파는 크지 않을 전망이다.

17일 금융권에 따르면 최근 하나은행이 투자한 중국민생투자그룹은 지난 1월 29일 만기 도래한 30억 위안(약 5074억 8000만원) 규모의 사채 상환에 실패하며 부실 우려가 부각됐다. 이번에 문제가 된 중국민생투자그룹 채권은 특정인들을 대상으로 발행된 사모사채인 것으로 알려졌다.

하나은행 측은 "중국민생투자그룹은 중국 공상연합회 소속 59개 대형 민영기업이 출자한 회사로 중국 정부가 적극적으로 재조정 노력을 하고 있다"며 "하나은행의 손실 가능성은 작다"고 해명했다.

지난달 1일 중국 상하이 금융법원은 중국민생투자그룹의 부동산투자회사 중민자옌투자에 대한 보유지분(67.26%)의 92%를 3년간 동결할 것을 명령했다.

중국민생투자그룹은 단기로 자금 조달 후 부동산 개발, 신재생에너지 등 장기 프로젝트에 투자를 했다. 최근 중국 경기 둔화와 기업들의 디레버리징(자기자본 대비 차입비율에서 차입비율을 낮추는 것) 심화로 유동성 문제가 불거졌다.

채권단은 ▲부채 부문의 만기 연장 ▲담보 및 보증 등을 통한 신용 보강으로 유동성 문제 해결에 나설 방침이다.

◆ 하나은행, 중국민생투자그룹 리스회사 지분 25%+재보험사 투자

하나은행은 중국민생투자그룹 자회사 중 중민국제융자리스에 지분 25%(1320억원), 재보험사(다른 보험사의 원수계약을 다시 보험을 들어주는 회사) 시리우스 인터내셔널에 2300억원을 투자한 것으로 알려졌다. 또 리스회사에 일부 대출도 보유하고 있다는 전언이다.

하나은행 중국법인인 '하나은행 중국유한공사'이 중민리스에 대출을 해주면서 중국수출입은행 주도의 채권단에 포함됐다. 중국수출입은행은 회의를 구성하고 자구책 마련을 진행 중이다.

중국민생투자그룹은 지난달 상하이 부동산 개발 사업 매각 등 다양한 방안을 통해 유동성을 마련했으며 2월 14일 해당 사채를 상환했다.

김재우 삼성증권 애널리스트는 "3월 24일 10억 위안의 사채 원금 상환 만기가 도래하며 4월에도 두 차례에 걸쳐 40억 위안 규모의 사채 상환이 필요한 상황인데 채권단 회의를 통한 유동성 문제의 해결이 관건이 될 전망"이라며 "하나금융이 현재 투자한 금액 중 리스사 1320억원에 대한 영업외손익과 리스사에 대한 대손충당금 적립이 진행될 수 있다"고 말했다.

이어 "보수적 가정 하에 해당 지분에 20% 손상차손(대손상각비)을 인식할 경우 관련 손실은 260억원으로 추산된다"며 "대출 규모 및 담보 혹은 보증 설정 가능성을 감안할 때 이익 영향은 크지 않을 전망"이라고 강조했다.

그러나 일각에서는 자산규모가 약 49조원에 달하는 기업이 5000억원을 갚지 못하는 채무불이행에 대해 중국 경기 하강에 위기로 불거질 수 있다고 지적하기도 했다.

또 중국민생투자그룹의 부채비율은 74.95%(작년 6월말 기준)로 높지 않은 편이지만 매년 지불해야하는 채권 이자가 40억 위안, 한화로 6520억원에 달해 이자를 갚기에 급급하다는 지적이다.

올해 만기도래하는 회사채 규모는 52억 위안(8796억원), 초단기 기업어음 62억 위안(1조 488억원)에 달해 불안감을 키우고 있다.

중국민생투자는 지난달 12일 상하이거래소에 자사발행 채권 3개의 거래 정지를 신청했다. 총 64억 9000만 위안, 한화로 1조 800억원 수준이다.

금융감독원은 "중국수출입은행이 구조조정을 어떻게 가져갈지에 따라 영향을 받을 것 같다"면서 "하나은행에 어떤 손실을 끼치는지 파악하고 하나은행의 대책을 확인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외국에서 발생한 일이지만 필요할 경우 검사와 제재가 뒤따를 것"이라고 덧붙였다.

중국 수출입은행, 건설은행, 상하이시정부 등 채권단은 이달 중으로 구조조정 최종안을 마련하고 4월부터 적용할 계획이다. 채무상환 유예, 금리 인하 등의 조정안이 담길 것으로 보여진다.

중국민생투자그룹은 지난 2014년 8월 중국 59개 민간 기업들이 500억 위안(8조2000억원)을 출자해 중국 기업들의 해외 진출을 돕기 위해 설립됐다.

지난 3년간 런던과 상해 랜드마크 부동산, 신재생에너지 사업, 항공, 바이오, 금융 등 다양한 분야에 걸쳐 자산을 매입, 지난해 3분기 기준 투자자산 400억 달러를 기록한 것으로 알려졌다. 부채는 340억 달러 규모다.

중국민생투자는 코스닥 남북경협주 아난티 지분 33.24%를 보유한 2대주주이기도 하다. 아난티는 골프장 등 레저시설 개발 및 건설, 운영 등을 주사업으로 2개의 종합골프 리조트와 3개의 회원제 골프장, 리조트 등을 보유하고 있다.

아난티는 지난 2008년 금강산 골프&온천 리조트를 완공시킨 바 있다. 남북·북미관계 호전으로 지난 1월 주가가 3만 1650원까지 올랐지만 북미 정상회담 결렬 후 크게 하락하며 지난 15일 기준 1만 7750원을 기록했다.

하나은행과 중국민생투자그룹은 지난 2014년 12월 업무협약(MOU)을 체결했다. 당시 하나금융그룹 이은형 글로벌 전략총괄 부사장이 중국민생투자그룹 부회장으로 이직하기도 했다. 김승유 전(前) 하나금융지주 회장은 중국민생투자그룹 수석고문이자 글로벌 전문가 자문위원회 위원을 맡고 있다.

권혁기 기자

관련기사

저작권자 © 한스경제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