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야말로 점입가경(漸入佳境)이다. 과연 ‘승리게이트’의 끝엔 뭐가 있을까. 일명 ‘황금폰’으로 불리던 정준영의 휴대폰은 세상에 공개 되자마자 각종 재앙이 담긴 판도라의 상자에 비유되며 ‘악마폰’이 되고 말았다.

저급한 그들만의 리그가 영원할 거라고 믿었던 것일까.

만연한 ‘도덕적 해이’는 범죄 행위를 일종의 값싼 오락거리로 전락시켰고, 죄의식이란 통증은 존재하지 않았다. ‘스타’라는 이름의 값비싼 가면 뒤에 남겨진 ‘민낯’은 추악하기 이를 데가 없다. 초록(草綠)은 동색(同色)이라고 했던가. 성관계 불법촬영 영상과 사진은 단지 그들의 관음증을 채워주는 즐길 거리였을 뿐, 카톡 대화방 어느 누구도 이를 단죄하지 않았다. 그 와중에 품평회 대상이 된 피해여성들의 영상을 찾는다는 SNS 글들, 급조된 찌라시에 등장하는 2차 피해자들은 어느 누구도 책임지지 못하는 무방비상태로 끊임없이 ‘~카더라’를 양산해내고 있다.

‘악마폰’에 담겨진 최종훈의 음주운전 보도 무마사건, 차태현 김준호의 내기골프 논란, 승리의 성매매 알선과 도박, 탈세 의혹 등 까도까도 끝이 없는 불법으로 자행된 사건들에 그저 헛웃음만 나올 뿐이다. 격(格)이라고는 찾아 볼 수 없는 자들에게 대중의 사랑과 관심은 철저하게 배신당했다.

무엇이 끊임없는 범죄행위에도 이토록 그들을 무감각하게 만들었을까.

역시나 예상은 빗나가지 않았다. 한때 청와대에서 근무했던 적이 있던 ‘윤 총경’이라 불리는 ‘비호세력’이 이들의 불법, 탈법행위에 대해 면죄부를 부여해주고 있었다. 죄를 지어도 ‘죄 없음’이 되는 건 그리 어려운 일이 아니었을 터. 대표 비호세력 밑에 일을 봐준 또 다른 비호세력들은 어떻게 거미줄처럼 얽혀 있을까. 대한민국의 법과 공권력을 비웃는 승리의 카톡 내용은 자만심을 넘어 ‘믿을 구석 있는 자’의 오만불손함이 느껴진다.

또한 소속사의 무조건적인 ‘제 식구 감싸기’도 문제다. 일단 사건이 터지고 나면 ‘~아니다’식의 발뺌이 먼저다. 대중에게 얼마나 잘 소비되느냐에 따라 소속 연예인의 몸값이 결정되는 만큼 소속사 입장에서 그들은 잘 만들어진 상품과 같다. 상품에 하자가 생기면 고스란히 그 피해의 몫도 함께 떠안아야 한다. 그러니 팩트 체크 이전에 부인부터 하고 보는 것이 나쁜 매뉴얼로 정착할 수밖에.

춤, 노래, 연기 거기에 글로벌 시장을 겨냥해 외국어 한 두 개 쯤 능숙하게 구사하기까지의 상품 제조 과정에 있어 인성교육은 끼어들 틈이 없다. 이것이 사상누각(沙上樓閣)이 아니고 무엇이겠는가.

‘승리게이트’로 촉발된 정준영의 ‘악마폰’ 사건으로 대형 기획사들의 주가는 급격히 추락하고 있다. K-POP의 빛나는 성공으로 벌어들인 엄청난 수익이 윤리의식이라고는 전혀 찾아볼 수 없는 소속 연예인들의 불법행위로 큰 피해를 입었다. 잘못된 제 식구 감싸기와 인성교육의 부재가 부메랑이 된 셈이다. 이 문제는 출연자에 대해 자체 필터링이 절실히 필요한 각 방송사도 마찬가지다.

사건이 터지고 난 후 이들은 활동중단, 자숙, 은퇴를 발표했다. 연예인들이 물의를 일으킨 후 습관처럼 말하는 ‘자숙’이란 단어는 대체로 진정성 있는 반성이 아닌 ‘대중의 망각을 위한 시간벌기’에 지나지 않는다. 그리고는 오래지 않아 버젓이 등장해 당연하다는 듯 높은 몸값을 받는다. 대중은 용서하지 않았는데도 말이다. 잘못을 저질러도 시간이 흐르면 또다시 부여되는 ‘재기의 기회’는 일반인들에게는 상상하기 힘든 연예인들만이 누리는 ‘특혜’다.

이 특혜, 이제 대중은 강력하게 거부한다. 만천하에 들켜버린 추악한 민낯을 다시는 보고 싶지 않다.

 

● 권상희는 동덕여대 방송연예과와 국민대 대학원 영화방송학 석사과정을 졸업했다. 2002년부터 영화 드라마 연극 뮤지컬 방송진행 등 다양한 미디어를 경험했고, 고구려대학 공연예술복지학부 외래교수를 역임한 뒤 문화평론가로 활발히 활동 중이다.

편집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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