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용요약 금융당국과 사측의 부정적 입장이 주효

[한스경제=김형일 기자] 금융권 노조들이 노동이사제 도입을 요구하고 나섰지만 금융당국과 금융사들이 부정적인 자세를 취하면서 올해 1분기 금융권의 노동이사제 도입은 어려워 보인다.

IBK기업은행은 지난 15일 노조가 요구하는 노동이사제를 거부했다. /사진=연합뉴스

18일 금융권에 따르면 IBK기업은행, KB국민은행 노조는 노동이사제 도입을 요구했지만 사측의 반대와 자진 철회로 도입이 무산된 상황이다.

지난 15일 IBK기업은행은 노조가 추천한 박창완 금융위 금융발전심의회(금발심) 위원을 사외이사에서 배제했다. 대신 신충식 농협금융 지주 회장과 김세직 서울대 경제학부 교수를 사외이사 후보를 금융위에 추천했다.

사실상 노조가 추천한 박 위원을 거절한 것이다.

그동안 노조는 박 위원이 금발심 위원, 신협기금관리위원회 위원, 정의당 중소상공인본부장, 금융행정혁신위원회 위원을 지내 공공성과 전문성을 갖춘 적임자라고 평가해 왔다.

또 IBK기업은행 노조는 노동이사제는 문재인 대통령의 100대 공약중 하나라며 정부가 다수 주식을 갖고 있는 IBK기업은행이 본보기를 보여야 금융권의 노동이사제 도입이 확산될 것이라고 피력해왔다.

KB국민은행 노조도 은행 경영의 건전성 확보와 은행 직원 복지 향상을 위해 백승헌 변호사를 사외이사로 추천했지만 지난달 21일 철회한 바 있다.

노조는 백 변호사가 과거 KB손해보험과 법률자문 및 소송을 벌여 금융회사 지배 구조 법률 상 금융회사와 사업상 경쟁관계 또는 협력관계에 있는 법인의 상근 임직원은 사외이사가 될 수 없다며 철회했다.

하지만 백 변호사가 법률적 결격 사유는 없다고 추가로 말했다. KB손해보험과 진행한 규모가 건수 1%, 금액 0.1% 미만이라 금융회사 지배 구조 법률상 제한되지 않는다는 것이다.

노조는 절차적 미숙함 때문에 이번 사외이사 추천은 철회하지만 다음 주주총회서는 이를 개선해 사외이사 후보 추천을 계속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KDB산업은행 노조도 지난 5일 올해 사업목표에 노동이사제 추진을 확정했지만 최근 금융당국의 부정적 입장에 노동이사제 도입은 쉽지 않을 전망이다.

사외이사 임명권을 갖고 있는 금융당국은 금융권 노조들이 요구하는 노동이사제에 대해 시기상조라는 입장이다.

윤석헌 금감원장은 지난 14일 기자간담회서 “노동이사제가 아직 사회적으로 수용할 수 있는 정도가 아니라 천천히 가는 것도 나쁘지 않다”고 말했다.

금융권은 윤석헌 금감원장이 그동안 노동이사제를 찬성해왔지만 금융위가 반대하자 속도조절에 나선 것 아니냐는 반응이다.

최종구 금융위원장은 앞서 지난 7일 열린 올해 업무계획 브리핑에서 “은행권 종사자들의 급여나 복지 수준이 타 업권에 비해 열악한 상황이 아니라며 노동이사제는 논의가 필요하다”고 말한 바 있다.

은행 관계자는 “디지털 전략이 강조되는 시대에 노동이사제 도입은 금융회사의 의사결정 속도를 저하시킬 우려가 있다”며 “노동이사제가 도입되면 사측은 경영권이 침해 될까봐 우려하고 있는 측면도 있다”고 말했다.

김형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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