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스경제=이정민 기자] 2019년 3월 18일 서울 광화문 광장에 설치되어있던 세월호 분향소 천막이 모두 철거되었다. 2014년 7월 14일 세월호 참사의 진상규명 등을 요구하며 추모 천막이 마련된 이래 약 4년 8개월 만이다.

18일 오전 10시부터 시작된 철거 현장에는 비장하다 못해 엄숙한 분위기까지 감돌았다. 철거현장을 지나가던 시민들은 세월호 참사가 마치 세상 밖으로 사라지는 것 마냥 슬픔에 잠겨 안타까워했다.

천막은 유가족 측의 자진철거 의사에 따라 진행되었다. 철거가 끝나면 분향소가 있던 자리엔 ‘기억•안전 전시공간’이 마련돼 세월호 참사 같은 재난 사고를 추모하는 공간이 마련된다고 한다. 이 추모공간은 올해 말까지 설치 운영될 계획이라고 밝혔지만, 또다시 겨울이 오면 그들이 갈 곳을 잃어버리지는 않을지 걱정이다.

사진=이정민기자

또다시 봄이 찾아오고, 광화문 광장엔 노란 꽃이 피었건만 우리 마음속에 있는 노란 꽃들은 그렇게 역사 속으로 사라지고 있었다.

서울 광화문 광장에 언제 세월호 천막이 있었느냐는 듯이 노란 리본의 흔적은 그 어디서도 찾아보기 힘들었다. 천막이 사라져 가는 모습을 지켜보는 시민들 마음이 다 같지는 않겠지만 한 켠에 착잡함이 놓여 있을 것 같다. 버려지는 쓰레기 더미 속에 보이는 작은 잔재들만이 이곳에 있었던 것들을 말해주고 있다.

지난 5년여간 유가족들은 어떤 심정으로 이 자리를 지켜왔을까. 천막이 평생 이곳에 있지 않을 것을 우리는 알고 있었다. 하지만 너무나도 빠르게 지나가 버린 시간 속에 유가족들은 얼마나 고통스럽고 원망 가득한 시간이었을지 감히 상상조차 할 수 없다.

사진=이정민기자

철거가 진행되기 하루 전인 17일 오전 서울 광화문광장에선 세월호 희생자 영정을 서울 시청으로 옮겨지는 이안식이 열렸다. 5년여 동안 그렇게 눈물을 흘렸지만, 또다시 흐르는 눈물은 참을 수 없었을 것이다

정치적 이념을 떠나 서울 광화문 광장은 우리에게 상징적인 장소가 되었다. 비록 퇴근길 각종 집회로 집 가는 시간이 길어질언정, 그곳을 지키고 있는 세종대왕과 이순신 장군의 동상처럼 우리 역사의 어려움을 함께 나누는 공간으로 말이다.

그렇게 5년이란 시간 동안 자리를 지켜왔던 세월호 유가족들이 자진철거 의사를 밝혔을 때, 무엇을 위해 떠나야 할 때라고 생각했을까.

철거가 끝나고, 이곳에 무엇이 있었는지도 알지 못할 만큼 다 사라져버릴 수도 있다. 하지만 우리 마음속에 피워있는 노란 꽃들을 영원히 잊지 말아야 할 것이다.

이정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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