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월호 천막철거] 세월호와 스텔라데이즈호
[세월호 천막철거] 세월호와 스텔라데이즈호
  • 김호연 기자
  • 승인 2019.03.18 23:5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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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김호연 인턴기자

[한국스포츠경제=김호연 인턴기자] 18일 오전 10시 30분 서울 광화문광장 세월호 분향소 철거가 시작됐다. 2014년 7월 처음 설치된 후 약 4년 8개월 만에 세월호 분향소는 유가족 측의 자진 철거 의사에 따라 역사 속으로 사라지게 됐다.

전날 미수습자와 생존자를 제외한 희생자 289명의 영정을 미리 서울시청 신청사 지하 서고로 옮긴 철거 현장은 오후에도 작업이 한창이었다. 관계자 외 출입을 막기 위해 설치된 파란색 안전 펜스 주변으로 많은 취재진이 자리를 잡고 세월호 분향소의 마지막 모습을 담았다. 울타리 안쪽 서울시가 철거를 위해 투입한 인부 30여명은 이순신 장군 동상 앞 좌우로 설치되어 있던 천막과 구조물 해체에 열중했다.

사진=김호연 인턴기자

현장 가운데엔 인부들이 걷어낸 구조물 등이 해체되기 전 천막과 비슷한 높이로 쌓여 있었다. 분향소 해체가 절반 정도 이뤄지자 집게차가 들어와 쌓여 있는 폐자재를 치우기 시작했다. 여느 철거 현장과 다를 바 없이 무심하게 폐자재를 집어 올리는 집게차의 기계음이 괜스레 섭섭함을 넘어 원망스럽기까지 했다.

자재들이 집게차에 실리자 아래에 깔려 있던 현수막과 피켓들이 모습을 드러냈다. “침몰 원인, 구조방기 조작 세월호참사”, “진상규명 처음부터, 철저하게 전면 재조사, 재수사하라!” 등이 적혀 있는 피켓들이 무참히 찢기고 구겨졌다. 냉기가 채 가시지 않은 봄바람은 피켓을 흩날리며 얼굴을 때렸다.

모습을 잃어가는 세월호 분향소는 생명 수 백이 사라져간 무거운 슬픔과 안타까움 대신 잊히는 두려움이 남기고 간 쓸쓸함이 느껴졌다.

모든 끝은 새로운 시작으로 기억된다

사진=김호연 인턴기자

광화문광장 세월호 분향소는 오늘로 끝을 맺는다. 삭막한 시멘트 벽돌과 폐자재가 널려 있던 광장은 5년 전의 평범한 광화문광장으로 돌아간다. 하지만 이 자리에 기억 안전 공간이 새로 조성될 계획이다.

제대로 된 진상규명이라는 해묵은 과제가 남아 있지만 새로운 시작으로 세월호를 기억한다. 내달 12일 시민에게 개방될 계획인 기억 안전공간은 참사 당시의 기억을 담아 사회적 재난, 안전교육이 가능한 공간으로 재탄생한다.

유족과 미디어도 새로운 시작으로 세월호의 기억을 이어간다. 목포 MBC는 15일 유족들과 함께 세월호 참사 5주기를 맞아 릴레이 인터뷰 ‘기억하는 우리, 진실의 증언’을 방송한다. 특집 인터뷰는 다음 달 16일까지 세월초 참사 희생자 유가족, 생존자, 단원고 학생과 진상조사 위원 등이 인터뷰이로 나선다.

가슴 아픈 기억을 잇고 재발을 방지하기 위한 움직임은 사회 곳곳에서 새로이 시작되고 있다.

빈 광장은 다시 사람으로 채워진다

세월호 분향소를 철거하면서 5년 동안 광화문광장을 채웠던 희생자 유가족들은 각자의 보금자리로 돌아간다. 그러나 곳곳에 안전 사각지대가 도사리고 있는 한국 사회의 변화는 미미하다.

보다 발전된 사회적 재난 예방, 안전 확보 시스템이 구축되지 않는 이상 안전한 한국에 대한 외침은 언제든지 비어 있는 광장을 채울 것으로 보인다.

세월호 분향소가 채 자리를 비우기 전, 철거 현장 앞에는 2017년 3월 31일 남대서양에서 침몰한 스텔라데이지호의 유가족이 사고 현장 재수색과 블랙박스 회수를 요청하는 서명 운동을 벌였다.

사진=김호연 인턴기자

스텔라 데이지호는 침몰 당시 한국인 선원 8명과 필리핀 선원 16명을 태우고 있었다. 사고 직후 필리핀 선원 2명은 현장에서 구조됐지만 나머지는 모두 실종되어 생사를 알 수 없다.

실종된 박성백(41) 스텔라데이지호 일등 항해사의 아버지 박홍순(74)씨는 2년째 광화문광장에서 서명운동을 벌이고 있다. 박씨는 “스텔라데이지호도 세월호와 똑같다. 수색이 진행 중이라지만 복잡한 행정절차로 지지부진하기는 마찬가지다.”라고 말했다.

또한 “서명운동엔 보다 안전해진 대한민국을 만들자는 취지도 있다”며 “아들의 생사가 확인되고 제대로 된 진상조사가 이뤄질 때까지 서명 운동을 이어갈 것이다”라고 말했다.

세월호 유가족은 광장에서 자리를 비웠지만 그 자리엔 벌써 다른 이가 들어서 안전한 한국을 원한다는 목소리를 내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