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스포츠경제=정진영 기자] 음악의 힘은 컸다. 가수 정혜선이 '시공초월'이라는 이름에 걸맞게 시간과 공간을 넘은 강력한 음악으로 대중을 사로잡았다.

16일 서울 마포구 롤링홀에서는 정혜선의 단독 콘서트 '시공초월'이 진행됐다. '반면교사', '예측불허' 등 정혜선이 최근 발매한 정규 3집 수록 곡들은 물론 1989년에 발표된 '나의 하늘', '오, 왠지', 2집 수록 곡 '꿈 속의 꿈' 등 추억의 음악들까지 들을 수 있었다.

공연의 포문을 연 노래는 '예측불허'였다. 푸틴의 '럼주'부터 알랭드 보통의 '불안'까지 소환된 이 곡은 긴장과 외로움을 말끔하게 해소하지 못 하는 밤의 정서를 그린다. 정혜선 특유의 몽롱하면서도 신경을 긁는 듯한 목소리와 세련된 사운드, 독특한 프레임의 가사, 시각 효과 등이 어우러지며 관객들로 하여금 다른 차원의 공간에 와 있는 듯한 착각을 불러일으켰다.

'갑질'을 반면교사의 기회로 삼자는 내용을 담은 '반면교사'와 최근 국내에서 가장 큰 이슈 가운데 하나인 '공기 질', 솔직한 심경을 표현한 '어쩌라고' 등을 연이어 부르며 정혜선은 확고한 음악색을 관객석으로 던졌다. 노래 사이사이 곁들여진 설명은 뮤지션으로서 뿐만 아니라 이 사회를 살아가는 한 명의 시민으로서 정혜선이 어떤 생각을 가지고 있는지 짐작하게 했다.

정규 3집을 내기까지 정혜선이 보낸 시간은 20년이 넘는다. 정혜선은 "그 동안 써 놓은 곡이 많겠다고 하는 분들이 있었다. 그런 말을 들으면 난 '한 곡도 없다'고 했다. '공기 질' 때 말씀드렸지만 내가 질을 중요하게 생각한다. 한 곡 써서 묵혀두고, 또 5년 뒤에 한 곡 써서 묵혀두고, 그렇게 앨범을 내는 건 아니라고 생각했다. 신선함이 중요한 것 같다"면서 웃었다.

이어 "내 정규 1집, 2집 구하기가 어렵다는 이야기를 들었다. 정말 예전 음반인데 아직도 비싼 값에 직거래가 된다는 거다. 그 사실을 알곤 새 앨범을 내야겠다고 생각했다. 사실 이전까지는 '너, 다시 한 번 해볼래?'라고 누가 말해도 엄두가 나지 않았던 시간이었다"고 털어놨다.

저니의 '페이스풀리'에 이어 1집의 '사랑은', '약속', '오, 왠지'까지 부른 정혜선은 1부를 마무리했다. 이어 게스트로 한동준이 등장해 '너를 사랑해'와 '사랑의 서약'을 열창했다.

2부는 미발표곡인 '쳇바퀴'와 '아마'로 시작됐다. 관객들은 중독성 있는 멜로디에 몸을 흔들었다. 오랜 시간 함께해온 정혜선과 팬들이 공연장에서 노래와 춤으로, 또 대화로 직접적인 소통을 하는 건 이색적인 풍경이었다. 가수의 말이 그냥 안내문처럼 공연장에 흘려지는 것이 아니라 관객과 대화처럼 이뤄지는 건 아무 공연에서나 볼 수 없는 풍경이었다.

2부에서 정혜선은 새롭게 편곡한 '꿈 속의 꿈'과 로버트 플랜트의 '문라이트 인 사모사', 로드 스튜어트와 제프 백이 컬래버한 '피플 겟 레디', 3집 수록 곡 '내 옆자리', '안젤리나' 등을 부르며 객석을 열광케 했다. 관객들은 공연이 끝나고도 쉽게 자리를 뜨지 못 했고, 정혜선은 다시 무대에 올라 1집의 '나의 하늘'과 '꿈 속의 꿈' 오리지널 버전을 열창했다.

공연을 마친 정혜선은 "1995년의 내가 시공을 초월해 여러분 앞에 있다"며 "무척 감격스럽다. 앞으로 사라지지 않고 음악 생활을 꾸준히 이어가겠다"고 다짐했다.

사진=제라스타엔터테인먼트 제공

정진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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