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용요약 포용적 금융 차원에서 VIP 고객의 특혜 개선 필요
은행들이 VIP고객 대상 자산관리 서비스를 강화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한스경제=이승훈 기자] 최근 드라마 'SKY캐슬'이 폭발적인 관심 속에 종영한 가운데 은행권에 존재하는 'SKY캐슬'에 대한 관심이 모아진다. 고객 차별로 양극화를 심화하는 은행들의 영업 행태를 개선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19일 하나금융연구소의 ‘SKY캐슬과 VIP 자산관리에 관한 보고서’를 보면 은행들이 수수료 수익 증가 차원에서 VIP 고객을 주요 타깃으로 한 자산관리 비즈니스를 강화하면서 점포, 상품, 수수료는 물론 비금융서비스에서 고객 간 차별을 하고 있다.

포용적 금융 관점에서 점포 재배치를 고려하고, VIP 상품 정보의 공정성, 투명성을 강화해 일부층에 특화된 불합리한 금융 관행을 개선해야 한다는 지적이다.

◆VIP 고객에 특화된 다양한 금융·비금융서비스

은행들은 인터넷전문은행, 핀테크 업체 등 비금융회사의 진입 등으로 경쟁이 치열해진 상황에서 상위 20%가 전체 수익의 80%를 차지한다는 파레토 원칙에 충실해 VIP 고객을 중심으로 한 자산관리(PB, WM) 부문을 강화하고 있다.

그러나 VIP 고객의 자산 증가를 바탕으로 수수료 수익을 늘려 수익모델을 다변화하겠다는 본래 의도와는 달리 은행들이 일부 VIP 고객에게만 특혜를 제공, 자산 불평등과 소득 격차 심화에 일조한다는 비난이 있다.

우선 은행들은 VIP 고객을 전담하는 PB센터를 비롯해 패밀리오피스, FP센터 등 VIP 상담센터를 고소득자, 고액자산가가 많은 강남 3구(강남, 서초, 송파) 등 부촌을 중심으로 밀집시켰다.

점포를 특정 지역에 집중함으로써 점포 이용 접근성에서 차별이 나타나는 문제가 생긴다. 특히, 상담센터가 지가가 높은 지역에 입주하고 맞춤형 상담을 위한 전문가 조직 운영 등으로 적자가 발생할 소지가 높아 이 부문에서 발생하는 손실을 타 부문의 수익으로 충당하기도 한다.

이는 VIP 카드 이용자에게 각종 프리미엄 서비스를 제공하면서 발생한 손실을 현금서비스나 카드론 등 카드대출 수익으로 보전하는 카드사의 행태와 유사하다.

아울러 은행들은 VIP 상담센터를 통해 금융상품은 물론 부동산·세무 등 금융 관련 자문 외에도 자녀를 위한 입시, 해외연수, 유학 등 다양한 서비스를 외부 아웃소싱을 통해 경쟁적으로 내놓고 있다.

특히, 교육뿐만 아니라 각종 공연·전시·강좌, 워크숍, 동호회 활동 등을 지원해 폐쇄적인 커뮤니티를 형성하는 데 기여한다.

더욱이 VIP 고객 본인은 물론 자녀들의 자산관리, 진로 상담, 취업 지원, 결혼 등으로 서비스 영역을 넓히면서 부모의 재산에 따라 2세들이 받는 정보와 네트워크 수준을 결정, VIP 대상 부가서비스가 계층 대물림 수단으로 변질되고 있다.

고객별로 제공되는 상품과 가격의 차별도 문제로 꼽힌다. VIP 고객에게는 금리·수수료 등 각종 혜택이 제공되는 데에 반해, 일반 고객의 소액 자산은 상대적으로 소홀히 관리되어 자산 불평등을 확대시킨다고 우려했다.

특히, VIP 고객에게는 리테일 상품 대비 수수료가 저렴한 기관투자자 전용 상품이 제공되고, 일반 고객은 접근하기 어려운 중위험, 중수익의 대체투자 등 다양한 상품군까지 포함되면서 포트폴리오 차이로 자산 수익률 격차가 벌어지게 된다는 것이다.

하나금융연구소 백종호 연구위원은 “금융의 사회적 책임을 감안해 부촌 중심 VIP 상담센터 확충과 관련해 포용적 금융 관점에서 특정 지역이 차별받지 않게 점포 재배치를 포함한 근본적인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고 말했다.

하지만 시중은행 관계자들은 VIP 센터 운영이 양극화를 심화시키거나 폐쇄적인 서비스가 아니라는 입장이다.

한 시중은행 관계자는 “PB 관련 점포보다 일반 영업점 채널이 압도적으로 많다”라며 “양극화라고 보기는 좀 어렵다”고 말했다.

이어 “PB센터를 운영하는 것도 결국에는 자산관리 관련된 타깃 마케팅 차원으로 이용채널이 다른 것일뿐”이라며 “일반 영업점과 서비스들이 많이 차이 나는 것은 아니다”고 설명했다.

이승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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