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스경제=양지원 기자] 세월호 참사 5주기를 앞두고 그날의 아픔을 담은 상업영화 두 편이 개봉한다. 영화 ‘악질경찰’과 ‘생일’이다. 그 동안 ‘그날, 바다’ ‘봄이 가도’ ‘눈꺼풀’ 등 세월호를 소재로 한 독립영화는 많았으나 상업영화에서 다루는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불특정 다수의 관객을 상대로 한 상업영화라는 이유로 두 편의 영화에 대한 시선은 다소 엇갈리는 모양새다.

■ ‘악질경찰’ ‘생일’, 세월호 소재는 같지만 방식 달라

‘악질경찰’과 ‘생일’은 세월호를 소재로 한 점은 같으나 영화를 풀어내는 방식은 전혀 다르다. 오는 20일 개봉을 앞둔 ‘악질경찰’은 뒷돈은 챙기고 비리는 눈감고 범죄는 사주하는 쓰레기 같은 악질경찰이 폭발사건 용의자로 몰리고 거대 기업의 음모에 휘말리며 벌어지는 이야기를 그린다. 범죄 드라마의 외피를 입은 영화다.

주인공인 조필호(이선균)은 정의와는 거리가 먼 악질경찰이다. 돈을 주면 뭐든 하는 인물이지만 절체절명의 위기를 겪고 소녀 미나(전소니)를 만나며 점차 각성하게 된다. 이야기의 구조나 전개 방식은 일반적인 상업영화와 크게 다르지 않다. 주인공의 위기, 갈등, 극복 등을 다루는 과정에서 삽입하는 영화적 재미와 오락적인 요소 역시 그대로 차용했다. 총기 액션, 격투 등 ‘아저씨’(2010년) 이정범 감독 특유의 액션 시퀀스가 눈길을 끈다.

이정범 감독은 “기본적인 상업영화가 가져야 하는 긴장감을 유지하려고 했다”면서도 “하지만 영화가 끝나고 난 뒤에 여러분 가슴 속에 뭐가 남았냐고 묻고 싶다. 세월호를 소재로 했는데 이 영화가 상업영화로 끝나면 최악의 결과물이다. 최초의 시작점은 세월호”라고 강조했다.

설경구, 전도연이 주인공으로 나선 ‘생일’은 세월호 사건 후 남겨진 가족들의 이야기를 담담히 그려낸 점에서 ‘악질경찰’과 결을 달리한다.

다음 달 3일 개봉하는‘생일’은 2014년 4월 16일 세상을 떠난 아들의 생일날, 남겨진 이들이 서로가 간직한 기억을 함께 나누는 이야기를 담았다.

메가폰을 잡은 이종언 감독은 안산에 위치한 치유공간 ‘이웃’에서 봉사활동을 하며 세상을 떠난 아이들의 ‘생일 모임’에 참석하며 느낀 점을 스크린으로 고스란히 옮겼다. 실제 유가족들과 희생자 친구들의 이야기를 토대로 한 영화로 담담하고 일상적인 전개가 눈길을 끈다. 유가족들과 그들을 바라보는 사람들의 시선을 함께 담으며 ‘우리의 이야기’임을 강조한다.

이종언 감독은 “유가족 분들의 이야기를 담으면서 동시에 우리 이야기도 하고 싶었다”라며 “일상의 단면을 보여주면 더 많은 사람들이 아픔과 슬픔에 공감할 수 있을 거라고 생각했다”고 의도를 설명했다.

■ “한번쯤 환기시켜야 할 일” VS “아직은 시기상조”

세월호 상업영화를 향한 시선은 극명히 나뉘고 있다. 세월호 참사 5주기를 앞둔 만큼 한 번쯤 환기해야 할 일이라는 의견과 시기상조라는 목소리로 나뉜다.

두 편의 영화에 참여한 배우들은 세월호 영화를 향한 일각의 시선을 의식하면서도 ‘진심을 알아달라’며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악질경찰’의 타이틀롤 이선균은 “감독님은 어떻게 해서라도 세월호에 대해 환기를 시키고 싶어했다. 그 감정에 많이 공감했다”며 “대한민국 국민이라면 그 사건에 대해 미안함과 분노를 다 갖고 있지 않을까 싶다. 진심을 알아주시길 바란다”고 했다.

설경구와 전도연 역시 관객들에게 응원을 당부하기도 했다. 설경구는 “진심으로 많은 분들이 함께 해주셨으면 하는 간절한 마음”이라고 전도연은 “앞으로 살아가야 할 사람들의 이야기이기도 하다. 많은 관객에게 사랑 받고 싶다”고 속내를 내비쳤다.

세월호 참사는 많은 이들에게 상처로 남은 사건인 만큼 관객 입장에서 부담을 느낄 수 있다는 목소리도 이어지고 있다. 한 영화 관계자는 “물론 만듦새가 중요하겠지만 세월호 사건이 워낙 국민들에게 크게 자각된 사건이다 보니 영화화는 시기상조라고 느껴지기도 한다”며 “보러 가는 관객 입장에서도 용기가 필요할 것 같다”고 말했다.

또 다른 투자배급사 관계자는 “제작자나 투자자 입장에서는 세월호를 소재로 한 영화에 참여하는 게 쉽지 않은 일”이라며 “세월호를 향한 일부 관객들의 피로도 역시 무시할 수 없다”고 지적했다.

사진='악질경찰' '생일' 포스터 및 스틸 

양지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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