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틀 드러머 걸: 감독판' 포스터

[한스경제=신정원 기자] 영화계의 거장 박찬욱 감독이 방송인으로 인사를 전했다. 매 작품마다 짜임새 있는 스토리텔링과 정교한 미장센으로 독보적인 작품 세계를 구축해 온 그가 첫 미니시리즈 '리틀 드러머 걸: 감독판'을 연출한 것이다. 박찬욱 감독은 작품을 통해 대담하고 매혹적인 첩보의 세계를 펼쳐 보였다.

20일 서울 용산구 CGV 용산아이파크몰에서는 영국 드라마 '리틀 드러머 걸: 감독판'(감독 박찬욱) 언론시사회가 진행된 가운데 박찬욱 감독이 자리에 참석했다.

'리틀 드러머 걸: 감독판'은 영국 첩보 소설의 거장 '존 르 카레'의 동명 소설을 원작으로 한 작품으로, 1979년, 이스라엘 정보국의 비밀 작전에 연루되어 스파이가 된 배우 '찰리'와 그녀를 둘러싼 비밀 요원들의 이야기를 그린다.

박찬욱 감독은 먼저 원작을 각색한 과정을 설명하며 "영화 '올드보이'도 일본 만화가 원작이었고, '공동경비구역 JSA'도 한국 소설이 바탕, '아가씨'도 영국 소설이 원작이었다. 그동안 원작이 있는 작품을 많이 해왔던 것 같다. '리틀 드러머 걸'이 첩보 스릴러라고는 하지만, 가장 좋았던 건 첩보 스릴러인 동시에 로맨스 이야기라는 것이다"라며 작품에 매료된 이유를 전했다. 그러면서 "나를 매료시켰던 특징이 사라지지 않게, 흔한 첩보 스릴러에서 볼 수 있는 추격전, 총격전 같은 자극적인 요소에 묻히지 않는 것을 중요하게 생각했다"고 설명했다. 

'리틀 드러머 걸: 감독판' 스틸컷

대한민국을 대표하는 거장이 영화가 아닌 드라마 작업에 손을 댄 이유도 바로 작품의 매력 때문. 박찬욱 감독은 "TV드라마를 하고 싶었다기보다는 '리틀 드러머 걸'을 하고 싶어서 TV라는 형식이 따라왔다. 책을 보면 아시겠지만, 내용이 굉장히 풍부하다. 영화로 옮기려면 내용과 인물을 축소해야 되는데 그러고 싶지 않았다. 주인공과 엮인 네트워크들, 유럽의 극좌파, 테러리스트 하나하나 중요해 모두 다루고 싶었다. 6개의 에피소드로 만든 것도 많이 줄인 거다. 분량 때문에 작품을 훼손하고 싶지 않아 TV 형식을 택했다"라고 TV드라마로 첫 선을 보이게 된 이유를 밝혔다.

다만, 시대적 배경만 원작의 80년대가 아닌 70년대로 옮겼다. 유럽의 극좌파 테러 조직이 팔레스타인 조직과 연계돼 유럽에서 많은 사건을 저질렀던 시기가 70년대이기 때문이다. 박찬욱 감독은 "시대의 분위기를 살리기 위해 미술감독이랑 이야기를 많이 했다. 70년대를 다루는 많은 영화나 드라마를 보면 히피, 보헤미안 느낌이 남아있다. 70에서 80년대로 넘어가는 독특한 분위기를 담으려 했다. 자동차, 전화, 녹음기, 도청장치 등 요즘에는 볼 수 없는 구식 아날로그 향수를 자아내는 소품들을 다양하게 활용했다"고 설명했다.

'리틀 드러머 걸: 감독판' 스틸컷

박찬욱 감독의 첫 TV드라마 '리틀 드러머 걸:감독판'은 이미 지난해 10월부터 12월까지 영국 BBC와 미국 AMC에서 방영됐다. 오는 29일부터는 왓챠플레이를 통해 전 세계에 공개되고, 국내 방송 버전도 같은 날 채널A에서 방송한다.

박찬욱 감독은 "영국에서는 매주 한 회씩, 미국에서는 두 개씩 묶어서 방송했는데, 왓챠플레이에서는 6회가 모두 공개돼 원하는 사람은 한 번에 볼 수 있다는 것이 가장 큰 차이인 것 같다. 요즘에는 드라마를 주말에 몰아서 보는 식의 시청 방식이 존재하지 않나. 드라마 한 회가 끝날 때 '다음 회는 어떻게 될까' 궁금한 것도 좋지만, 영화를 하던 사람이라 그런지 한 번에 보면 더 흥미롭지 않나 생각한다. 감독으로의 의도를 정확하게 구현할 수 있는 서비스가 왓챠플레이었기에 선택하게 됐다"라고 TV방송과 왓챠플레이에서의 방송 차이를 이야기했다.

영화 '공동경비구역 JSA'(2000), '올드보이'(2003), '친절한 금자씨'(2005), '스토커'(2013), '아가씨'(2016) 등을 통해 감각적인 연출을 표현해 온 박찬욱 감독이 새롭게 선보이는 TV드라마 '리틀 드러머 걸: 감독판'. 팽팡한 긴장감과 매력적인 캐릭터, 독보적인 미장센으로 관객들의 마음을 또 한 번 매료시킬 것으로 기대된다.

신정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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