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런씨네] ‘우상’, 어쩌면 다 허상인 것들에 대하여
[이런씨네] ‘우상’, 어쩌면 다 허상인 것들에 대하여
  • 양지원 기자
  • 승인 2019.03.23 01: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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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스포츠경제=양지원 기자] 영화 ‘우상’(20일 개봉)은 난해하다. 넘치는 은유와 맥거핀 속 감독의 메시지를 찾느라 허덕일 수 있다. 이야기의 흐름을 ‘편견’ 없이 따라갔을 때 비로소 감독이 말하고자 하는 게 무엇인지 알 수 있다.

‘우상’은 아들의 사고로 정치 인생 최악의 위기를 맞게 된 남자와 목숨 같은 아들이 죽고 진실을 쫓는 아버지, 그리고 사건 당일 비밀을 간직한 채 사라진 여자까지, 그들이 맹목적으로 지키고 싶어 했던 참혹한 진실에 대한 이야기를 그린다.

영화 '우상' 리뷰.
영화 '우상' 리뷰.

결국 이들이 ‘맹목적으로 지키고 싶어 했던’ 건 각기 다른 우상이다. 권력욕에 사로잡힌 구명회는 도지사가 되겠다는 꿈을 이루기 위해 안간힘을 쓴다. 하나뿐인 아들을 잃은 아버지인 유중식은 가족에 목을 매는 인물이다.

사실 상 간단한 내용을 직유법을 피해 은유법으로 도배한 작품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메가폰을 잡은 이수진 감독은 마치 비밀을 꽁꽁 숨겨둔 것처럼 이야기를 드러내지 않는다. 여기에 구명회(한석규), 유중식(설경구), 최련화(천우희)가 제각각 다른 목표를 향해 움직이면서 이야기는 더욱 뒤엉킨다. 결국 한 사건으로 얽히고설킨 이들이다. 그러나 이 ‘한 사건’ 만으로 이들의 행동과 선택을 이해하기는 힘들다. 구명회와 어머니의 애증 관계, 유중식의 가족을 향한 맹목적인 집착, 최련화의 알 수 없는 행동 등이 단면적인 예다.

비단 주인공 캐릭터들 뿐 아니라 작은 비중의 캐릭터에도 모호한 장치를 심어놓으며 관객을 함정에 빠뜨린다. 수수께끼를 푸는 듯 흥미진진하길 바라는 이 감독의 의도일 터. 하지만 정작 머릿속에는 물음표가 남을 뿐이다. 이 감독은 “이 영화에는 정답이 없다”고 밝혔다. 그러나 ‘정답’이 아예 없는 만큼 영화에 대한 이해와 공감도 떨어진다.

게다가 영화 속 캐릭터들의 대사가 전혀 들리지 않아 몰입도를 흐린다. 이 감독은 리얼한 연변 사투리를 위해 자막 작업이나 재촬영을 하지 않았다고 밝혔다. 극 초반부 최련화가 일했던 마사지샵에서 동료 연변 여성이 하는 연변 사투리는 도대체 무슨 말을 하는 것인지 알아듣기 힘들다. 리얼리티를 포기하지 못한다면, 자막 작업이라도 해야 했다.

‘우상’ 속 복선과 맥거핀을 보는 재미는 충분하다. 정체를 알 수 없는 남자가 들고 있는 봇짐, 련화의 사라졌다 생기는 눈썹이 가지는 의미 등을 해석하는 재미가 있다. 또 인물들의 표정에 근접한 촬영법으로 긴장감을 형성한다.

한석규, 설경구, 천우희의 호연도 두드러진다. 한석규는 비열한 구명회를 날카로운 표정연기로 소화하며 긴장감을 불어넣는다. 설경구는 사건에 끌려 다니기만 하는 유중식 역을 처절한 몸부림으로 표현한다. 천우희는 소름 끼치도록 살벌하면서도 한편으로는 순수한 최련화 역을 완벽히 소화한다. 다만 명회의 아내로 나온 강말금은 영화에 어울리지 않는 튀는 연기로 고개를 갸웃하게 한다.

러닝타임이 ‘어벤져스’ 시리즈급이다. 144분. 15세 관람가.

사진=CGV아트하우스 제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