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재희의 골라인] '21-4-1' 볼리비아전에서 남긴 벤투호의 숙제
[심재희의 골라인] '21-4-1' 볼리비아전에서 남긴 벤투호의 숙제
  • 심재희 기자
  • 승인 2019.03.23 12: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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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이 22일 볼리비아와 평가전에서 1-0으로 승리했지만 골 결정력 부족의 숙제를 다시 한번 드러냈다. /대한축구협회 제공
한국이 22일 볼리비아와 평가전에서 1-0으로 승리했지만 골 결정력 부족의 숙제를 다시 한번 드러냈다. /대한축구협회 제공

[한국스포츠경제=심재희 기자] 21-4-1. 벤투호가 22일 울산 문수축구경기장에서 치른 볼리비아와 평가전에서 마크한 기록 중 일부분이다. 슈팅 21개, 유효슈팅 4개, 골 1개. 슈팅에 비해 유효슈팅이 매우 적었고, 유효슈팅이 많지 않아 다득점 경기를 만들기 어려웠다. 결국 벤투호는 볼리비아를 경기 내내 압도하고도 1-0 승리에 그쳤다. 공격 정확도와 골 결정력 부족의 숙제를 또다시 드러냈다.

겉으로 보이는 공격 다양성과 짜임새는 좋았다. 손흥민과 지동원이 투톱을 이뤄 상대 진영을 나눠서 잘 침투했고, 부상을 털고 돌아온 권창훈이 폭넓게 움직이면서 기회를 잘 엿봤다. 짧은 패스 위주의 중앙 돌파와 측면 크로스를 적절하게 섞었다. 공격 방향도 왼쪽 오른쪽 가운데으로 부챗살처럼 뻗었다.

하지만 마무리가 부족했다. 지나치게 잘게 썰어가는 플레이가 너무 많이 나왔다. 세밀한 패스 플레이로 확실한 기회를 잡으려고 한 것 자체는 나쁘지 않았다. 하지만 단순하고 과감한 슈팅을 더 섞어줬어야 했다. 슈팅이 가능한 상황에서도 짧은 패스로 '더 만들어서 넣으려는 느낌'을 강하게 줬다. 결국 이런 공격 전술은 볼리비아 수비진에 읽혔고, 전반전에 유효슈팅을 단 하나밖에 기록하지 못하는 결과로 이어졌다.

한국은 22일 볼리비아와 경기에서 4-1-3-2 전형을 기본으로 썼다. /심재희 기자
한국은 22일 볼리비아와 경기에서 4-1-3-2 전형을 기본으로 썼다. /심재희 기자

흔히 공격은 다양하게 가져가는 게 좋다고 한다. 상대를 혼란에 빠뜨리기 위해 여러 패턴으로 공격해야 골에 가까이 다가설 수 있다는 의미다. 벤투호는 볼리비아전에서 공격의 무늬는 다양했다. 여러 선수들이 유기적으로 움직이면서 상대 진영을 침투했다. 그러나 큰 그림에서 다양성을 찾지 못했다. 골문에 가까워지면 더 확실하게 찬스를 만들기 위해 슈팅을 아끼는 스타일을 간파 당했다. 중거리 슈팅이나 크로스(50-50, 얼리), 롱 볼 등의 일반적인 공격을 함께 진행했다면 볼리비아 수비수들을 더 헷갈리게 만들 수 있었다. 실제로 전반전에 가장 좋은 슈팅은 단순한 마무리에서 나왔다. 주세종의 중거리포와 홍철-지동원으로 이어지는 크로스-헤더가 골과 가까운 장면이었다. 

후반전 초반까지 '뻔한' 공격을 계속하던 한국은 선수 교체로 변화를 줬고 효과를 봤다. 황의조, 이승우, 이청용이 들어오면서 전반전과 공격 흐름이 달라졌다. 수비 뒤 공간을 파고드는 황의조의 움직임과 이승우의 과감한 돌파가 더해져 볼리비아 수비수들을 헷갈리게 만들었다. 전반전보다 단순해 보이지만, 이런 공격들이 세밀한 패스게임과 함께 공격의 숨통을 텄다. 그리고 후반 40분 이청용이 교과서 같은 플레이로 결승포를 터뜨렸다. 이청용은 뒤에서 중앙으로 침투해 높게 점프하면서 홍철의 긴 크로스를 강력한 헤더로 마무리했다.

벤투 감독은 경기 후 인터뷰에서 만족감을 나타냈다. "효율성 부분에서 아쉽다는 평가를 내릴 수 있겠지만, 우리 선수들의 전체적인 경기력은 흠잡을 데가 없었다"고 말했다. 벤투 감독의 말 속에 답이 있다. 새로운 선수들이 낯선 포메이션에 잘 적응했고, 경기 중 변화에도 흔들리지 않고 승전고를 울렸으니 내용과 결과를 다 잡았다는 평가가 나온다. 그러나 점유율을 높이고 주도권을 잡은 상황에서도 공격 마무리의 정확도와 골 결정력이 떨어진 이유를 잘 분석해서 개선해야 한다.

냉정하게 볼 때, 한국이 볼리비아전에서 보인 공격은 매우 비효율적이었다. 공격 부분 전술을 가다듬어 세밀한 패스로 상대 골문을 위협하는 것은 좋았다. 선수들의 자신감과 패스의 질, 개인 돌파 등이 이전보다 더 나아졌다. 그러나 상대가 뻔히 어떤 공격을 할 것인지 예측하는 상황에서 비슷한 패턴으로만 골문을 두드린 부분은 못내 아쉽다. 상대가 예상하고 있는 상황의 역을 찔러 공격하지 못했다. 결정적인 슈팅이 볼리비아 수비수나 골키퍼에게 계속 걸릴 수밖에 없었던 까닭이다.

팀이 전체적으로 벤투 감독 스타일을 잘 맞추고 있다. 후방 빌드업, 강력한 전방 압박, 세밀한 공격 전개 등의 기본은 잘 갖춰가고 있다. 하지만 아직 부족하다. 축구는 골을 넣어야 이길 수 있다. 화려한 공격도 득점을 올리지 못하면 아무런 소용이 없다. 마무리의 정확도와 골 결정력을 높이기 위해 단순한 공격도 아끼지 말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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