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용요약 이, "가족 형제 고통받고 모멸 받을 이유 없다" 검찰 신문 태도 꼬집어
공직선거법상 허위사실 공표와 직권남용권리행사방해 혐의 등으로 기소된 이재명 경기지사가 지난 18일 오전 경기도 성남시 수정구 수원지방법원 성남지원에서 열린 11차 공판에 출석하고 있다. /연합뉴스

[한국스포츠경제=최준석 기자] “제 선택이니 저는 감내하겠지만, 가족 형제들이 고통받고 모멸 받을 이유가 없다. 시궁창 속에서 허덕이며 살아나온 우리 가족들의 치열한 삶의 흔적을 더럽다고 조롱하지 말았으면 좋겠다.”

이재명 경기도지사가 23일 자신의 페이스북에 ‘제 동생은 한글도 쓰고 인터넷도 합니다’라는 제목의 글을 통해 그간 재판과정의 검찰에 대한 불편한 심경을 토로했다.

이는 ‘친형 강제입원 시도 의혹’ 등의 혐의(직권 남용 등)로 불구속 기소된 이 지사가 12차례 진행된 재판 과정에서 막내 동생과 어머니에 대한 검찰의 심문 태도를 지적한 것으로 보인다. 

이 지사는 먼저 "지난 월요일(3월18일), 증언하는 막내 동생에게 검사가 타자를 쳐보라며 느닷없이 노트북을 들이밀었다"며 "(아마 제 생각에는 검사가 동생이 환경미화원이기 때문에 글을 모르는 데 어떻게 저의 억울함을 증명하는 글을) 직접 썼을까 의심해서 그런 것 같다"며 형으로서 느낀 비통함을 토로했다.

이 지사는 이어 "가난했지만 성실했던 막내(증인)는 주경야독으로 중·고등학교 검정고시에 합격했고, 현재 환경미화원으로 힘들게 일하지만 지금도 열심히 책도 읽고 공부하고 있다"며 "SNS도 열심히 하고 인터넷 동호회 카페도 몇 개 운영하면서 콧줄에 의지하시는 어머니를 모시는 착한 동생"이라고 소개했다.

그러면서 그는 "정신질환으로 망가지고 정치로 깨져버린 가족 이야기, 숨기고픈 내밀한 가족사를 형이 재판받는 법정에서 공개증언하는 마음이 어땠을까… 고양이 앞 쥐처럼 검사에게 추궁당할 때, 제 억울함을 증명한다며 법정에 부른 걸 후회했다"며 참담한 심정을 드러냈다.

특히 "검사가 (동생 앞에)노트북을 들이밀 때 반사적으로 동생 얼굴로 눈이 갔는데 순간적으로 보인 (동생의)눈빛과 표정에 가슴이 덜컥했고, 숨조차 쉬기 불편해졌다"며 "재판장의 제지가 있기까지, 타자 칠 준비로 노트북 자판 위에 가지런히 모은 거친 (동생의)두 손을 보며 눈앞이 흐려졌다"고 안타까워했다.

아울러 이 지사는 검찰 측의 어머니에 대한 '홀대'(까막눈)에 대해서도 안타까움을 드러냈다.

이 지사는 "검찰조사를 받는 제 형님에게 검찰은 심지어 '어머니가 까막눈 아니냐'고도 했습니다. 어머니가 아들 정신감정 신청서를 쓸 수 있었겠느냐는 뜻이겠지요. 화전민 아내가 되고 공중화장실을 청소하셨지만, 어머니는 일제강점기에 소학교를 졸업하고 혼자서도 억척같이 7남매를 키워내신 분입니다"며 어머니에 대한 검찰 공격에 아린 마음을 표현했다.

이 지사는 “재판장 지시를 기다리며, 자판 위에 두 손을 올린 채 무심한 척 허공을 바라보던 막내의 속은 어땠을까” 라며 “막내가 진심 어린 사과 말이라도 한마디 들었으면 좋겠다”고 글을 맺었다.

한편 이 지사는 5남 2녀 7남매 중 넷째 아들이다. 이 지사가 글에서 언급한 막내 동생은 다섯째 아들로 이 지사와는 4살 차이가 나는 재문씨다.

지난 18일 수원지법 성남지원에서 열린 이 지사의 11차 재판에 증인으로 나선 재문씨는 2012년 당시 ‘이재선의 조울증이 의심된다’는 글을 인터넷에 올린 것과 관련해 검찰 쪽 요구로 당일 증인으로 나섰다.

검찰 쪽 요구로 당시 이 지사의 막내 동생은 법정에서 노트북 자판기에 손을 올렸지만 변호인이 ‘적절치 않다’며 반발했고 재판장도 나서서 ‘컴퓨터 사용 속도가 빠를 수도 있고 느릴 수도 있다’며 제지해 시연이 이뤄지지는 못했다.

이 지사에 대한 13차 공판은 오는 25일 오전 10시에 열린다.

수원=최준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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