故장자연, 승리, 정준영./한국스포츠경제DB

[한스경제=양지원 기자] 최근 대중 사이에서 가장 뜨거운 화두로 떠오른 국민적 이슈는 바로 故장자연, 승리-정준영 사건이다. 이 사건의 공통점은 여성을 향한 성착취라는 점이다. 각각 2009년, 2019년 벌어진 일이다. 십 년이면 강산도 변한다는데, 여전히 성착취 악습은 반복되고 있다. 유명인 솜방망이 처벌, 남성 중심 권력구조, 연예계 여성 성 상품화 인식에서 비롯된 것이라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 유명인 솜방망이 처벌..‘봐주기’ 수사의 폐해

장자연 동료 윤지오./연합뉴스.

장자연, 승리와 정준영 사건의 경우 가해자들이 남성 권력자, 유명인이라는 공통분모가 있다. 또 가해자들은 고위급 경찰과 유착 관계를 통해 ‘봐주기’ 수사의 특혜를 누리며 법망을 교묘히 빠져나갔다.

장자연 사건의 경우 2009년 당시에는 큰 주목을 받지 못했다. 장자연은 사망 당시 권력층에 의한 성 접대 강요를 폭로했으나 문건에 나온 정·재계·언론계 고위층 권력자는 경찰의 ‘봐주기’ 수사로 처벌을 피해갔다는 의혹을 받았다. 사건은 무혐의로 종결됐다.

그러다 지난해 2월 국민청원으로 인해 다시 수면위로 떠올랐다. 법무부 산하 검찰 과거사위원회가 검찰에 재수사를 권고했고, 대검찰청 과거사 진상조사단이 재수사에 착수했다. 장자연의 동료배우이자 성추행 목격자 윤지오가 증언을 하면서 사건 수사에 속도를 겨우 내기 시작했다. 이렇게 되기까지 무려 10년의 세월이 걸렸다.

승리, 정준영 역시 별반 크게 다르지 않다. 도마 위에 오른 ‘승리 정준영 카톡방’은 승리의 성접대 지시 의혹 및 정준영의 몰카 동영상 공유 논란 등이 공개된 대화방이다. 이들의 단톡방을 통해 승리와 유리홀딩스 공동대표를 맡은 유인석 대표와 ‘경찰총장’으로 언급된 윤 모 총경의 친분, 유착 관계가 드러나 논란을 더했다. 윤 총경은 유인석 유리홀딩스 전 대표의 부탁을 받아 승리와 유씨가 함께 강남구 청담동에 문을 연 몽키뮤지엄의 식품위생법 수사 상황을 알아봐준 혐의로 지난 18일 입건됐다.

이들과 경찰 유착 관계 정황은 곳곳에 드러났다. 정준영은 지난 2016년에도 전 여자친구에 대해 또 다른 ‘몰카 촬영’ 혐의로 피소됐었다. 당시에도 ‘휴대폰을 분실했다’ ‘휴대폰이 고장 나 복구할 수 없다’며 거짓 진술을 하고 의견서까지 제출하면서 증거인멸을 시도했다. 정준영은 당시 검찰에서 무혐의 처분을 받았고 3개월 만에 당당히 방송에 복귀했다.

애초에 ‘부실 수사’였던 셈이다. 최근 당시 사건을 담당했던 경찰관이 정씨의 휴대폰을 복원하던 사설 포렌식(디지털 증거분석) 업체에 ‘복원불가 확인서’를 요구한 정황이 드러나는 등 증거인멸·부실수사 의혹이 제기됐다. 이에 담당 경찰관을 직무유기 혐의로 입건한 경찰은 휴대폰을 복원할 수 없다는 거짓 의견서를 제출한 정준영의 당시 변호사도 증거인멸 혐의로 입건했다.

■ 남성 권력구조 개선..잘못된 성 인식 바로잡아야

승리, 정준영 등이 속한 카카오톡 대화방 내용./한국스포츠경제DB

업계 관계자들은 이 두 사건 모두 남성 권력구조의 힘, 남성 중심적 사회, 여성을 상품화하는 시각이 가진 문제점이 적나라하게 드러난 것이라고 입을 모았다.

그 동안 가해자로 지목된 남성 권력자 및 유명인들은 사건 이후에도 별다른 처벌 없이 정상적인 삶을 영위했다. 이들을 감싸고 ‘봐주는’ 남성 권력 구조 집단 때문이다.

여성을 남성의 능력을 증명하는 대상으로 여기는 그릇된 시각과 성 상품화 역시 한국사회가 보여주는 문제점이다. 일례로 정준영은 승리, 최종훈 등이 있는 단톡방을 통해 자신과 성 관계를 가진 여성의 불법 촬영물을 자랑스럽게 올렸으나 단톡방 멤버 누구도 이를 말리거나 저지하지 않았다. 오히려 “얼른 올려봐라”라고 독촉했다. 또 여자 연예인을 포함한 여성들에 대해 ‘걸레’ ‘맛집’이라는 저급한 말로 품평회를 하기도 했다.

여성학자 권김현영은 이 두 사건에 대해 “성범죄를 게임으로 여기고, 여성을 전리품으로 취급하는 구조를 개선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한국여성단체연합은 21일 ‘버닝썬’ 관련 공권력 유착 진상규명과 엄중처벌 촉구 기자회견에서 “여성을 착취하는 강간문화와 그것을 끊임없이 반복하게 하는 강고한 카르텔을 깨뜨려야 한다”며 공권력 유착 철저 수사 및 관련자 처벌 등을 촉구했다.

승리와 정준영이 속한 단체 카톡방 대화 내용을 국민권익위원회에 대리 신고한 방정현 변호사는 “이들이 영상을 올리는 것은 습관처럼 행해졌으며 피해 여성을 마치 물건을 다루듯 대했다”며 “또 다른 제 2의, 제3의 이런 세력들이 자라나지 않게 해야한다”고 지적했다.

한 연예 기획사 관계자는 “여성 상품화 인식이 점점 바뀌고는 있다고 하나 아직 체감은 하지 못하겠다. 여성 연예인들을 성적 상품화 대상으로 삼는 일이 여전히 비일비재하다”며 “결국 남성 연예인들의 왜곡된 성차별 의식을 부추기는 셈이다”라고 꼬집었다. 또 다른 관계자는 “그 동안 많은 남성 유명인들이 성매매, 성폭력 등의 가해자로 지목됐다. 그러나 단 한 번도 이런 문제가 제대로 해결된 적이 없다”며 남성 권력 구조를 개선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양지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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