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런씨네] 세월호 소재 범죄물 ‘악질경찰’, 악용일까 참회일까
[이런씨네] 세월호 소재 범죄물 ‘악질경찰’, 악용일까 참회일까
  • 양지원 기자
  • 승인 2019.03.25 13: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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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스포츠경제=양지원 기자] 영화 ‘악질경찰’(20일 개봉)은 세월호 참사를 소재로 한 범죄액션물이다. 상업물의 외피를 입은 세월호 영화라고 하지만 세월호를 다루는 방식이 아쉽다.

‘악질경찰’은 뒷돈을 챙기고 비리는 눈 감는 비리경찰 조필호(이선균)가 의문의 폭발사고 용의자로 몰리며 벌어지는 일을 그린다.

조필호는 ‘민중의 지팡이’가 아니라 ‘민중의 곰팡이’에 가까울 만큼 지독한 비리경찰이다. 온갖 불법행위는 다 저지르며, 뒷돈을 받는 걸 서슴지 않는다. 돈을 받고 마약범의 뒤를 봐주기도 하고 급전이 필요해 범죄도 저지른다. 대기업 회장의 비자금과 관련해 현직 검찰이 엮여있다. 거대한 범죄 ‘카르텔’이다.

악인들과 별반 다를 것 없는 조필호가 변하는 결정적 계기는 미나(전소니)를 만나고 난 뒤다. 겉으로 보기엔 여느 불량 청소년과 다를 바 없는 미나지만, 사실은 큰 아픔을 안고 살아가는 캐릭터다. 세월호 참사로 가장 소중한 친구를 잃은 뒤 매일을 방황하며 살아간다.

조필호는 미나를 만나 연민의 감정과 함께 자신에게도 큰 트라우마로 남아있는 세월호를 떠올리게 된다. 폭발사건의 증거물을 갖고 있는 미나와 정을 쌓아갈 때쯤 또 한 번 위기에 봉착한다. 미나는 온갖 욕망에 가득 찬 어른들을 보며 성 아래로 몸을 던진다. “이런 것들도 어른이라고.”라는 말 한 마디를 남긴 채.

영화 '악질경찰' 리뷰
영화 '악질경찰' 리뷰

조필호는 후회하기 시작한다. 자신의 일그러진 욕망과 죄 없는 소녀를 지켜주지 못했다는 죄책감에 휩싸인다. 악인이 악인들을 소탕하는 위해 나서는 순간이다.

영화의 큰 포맷은 전형적인 범죄액션물과 다르지 않다. 초반까지는 여느 범죄영화와 마찬가지로 흘러간다. 굳이 세월호를 소재로 하지 않더라도 내용 전개에는 큰 무리가 없다.

물론 영화의 배경이 안산이라는 점과 세월호 참사 사망 학생 지원의 아버지(임형국)의 모습 등 당시를 설명하는 장치들이 곳곳에 있다. 다만 여기까지다. “세월호를 똑바로 바라보고 싶었다”는 이정범 감독의 의도와는 달리 세월호를 깊게 파고든 흔적은 어디에도 드러나지 않는다. 결국 영화에서 다뤄진 세월호는 이렇다 할 공감을 주지 못한 채 겉으로 맴도는 느낌을 줄 뿐이다.

조필호와 미나의 작위적인 관계 설정 외에도 곳곳에 부자연스러운 상황들이 연출된다. 특히 한 남자가 어린 여성을 지키기 위해 사투를 거는 모습은 이정범 감독의 전작 ‘아저씨’(2010년) ‘우는 남자’(2014년)를 떠올리게 한다. 한 여성을 구원하면서 자신도 각성하게 되는 남성의 처절한 몸부림은 이번에도 같다. 지겨운 클리셰다.

배우들의 열연은 볼만하다. 이선균과 박해준의 격렬한 사투는 마치 ‘끝까지 간다’(2014년)를 보는 듯하다. 신인배우 전소니는 슬픔과 분노를 오가는 감정 연기를 통해 미나를 완성했다. 충무로의 반가운 얼굴이 될 듯하다. 러닝타임 127분. 청소년 관람불가.

사진=워너브러더스코리아 제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