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용요약 삼성 QLED vs LG OLED, 글로벌 반응 앞세워 홍보전
자의적 통계 해석에…상대 기술 ‘헐뜯기’도 불사
삼성전자와 LG전자가 프리미엄 TV 시장에서 치열한 신경전을 펼치고 있다. 양사는 글로벌 시장조사업체와 외신 보도를 경쟁적으로 끌어오며 자사 제품이 '최고의 TV'라고 주장하고 있다./사진=연합뉴스

[한스경제=허지은 기자] 삼성전자와 LG전자가 프리미엄 TV 시장에서 치열한 신경전을 펼치고 있다. 삼성은 QLED(양자점발광다이오드), LG는 OLED(유기발광다이오드) TV를 앞세워 글로벌 시장조사업체와 외신 반응을 경쟁적으로 끌어오며 자사 제품이 ‘최고의 TV’라고 주장하고 있다.

이런 가운데 통계나 외신 보도를 자의적으로 해석하거나 상대방 기술을 ‘저격’하는 등 두 회사의 기싸움이 도를 넘었다는 지적이 나온다. 근 몇 년 새 반복되는 가전 시장 과당 경쟁이 소비자 피로감을 일으킨다는 비판도 제기되고 있다.

25일 업계에 따르면 삼성전자와 LG전자는 최근 외신 보도를 인용해 자사 TV가 글로벌 시장에서 우수한 평가를 받고 있다고 경쟁적인 홍보전을 펼치고 있다. QLED와 OLED 진영을 각각 이끄는 삼성과 LG가 자사 제품의 우수성을 알리는 데 열을 올리고 있는 것. 특히 가전시장 성수기로 불리는 4월을 앞두고 이달 들어 경쟁이 더 치열해지는 모양새다.

◆ LG→삼성→다시 LG, 하루 단위로 벌어진 ‘신경전’ 치열

삼성전자와 LG전자는 올해 들어 상대사를 의식한 경쟁 발언을 쏟아내고 있다. 외신 보도를 인용해 자사 TV가 글로벌 시장에서 우수한 평가를 받고 있다는 홍보 경쟁도 치열하다./그래픽=이석인 기자

3월 TV 전쟁의 도화선은 LG전자가 지폈다. 지난 6일 권봉석 LG전자 사장은 2019년형 OLED TV 라인업을 발표하는 자리에서 “OLED TV는 픽셀 스스로 빛을 내서 퍼펙트 블랙을 낸다”며 “경쟁사 LCD TV는 백라이트로 빛을 내기 때문에 블랙 표현에서 완벽한 블랙을 낼 수 없어 화질을 나타내는 구조가 전혀 다른 기술”이라고 말했다.

‘경쟁사 LCD TV’로 표현됐지만 권 사장이 지칭한 제품이 삼성전자의 QLED TV임을 모르는 이는 없었다. TV는 ‘브라운관→PCP(플라즈마 디스플레이 패널) →LCD→OLED’로 진화해 왔는데 삼성전자가 2017년 처음 공개한 QLED TV는 퀀텀닷성능향상필름(QDEF)을 LCD 패널과 백라이트 사이에 삽입한 형태였다.

삼성전자는 다음날 즉각 반격에 나섰다. 7일 삼성전자는 포브스와 HD구루, 트러스티드리뷰(TrustedReviews) 등 해외 유력 외신들의 보도를 인용해 2019년형 QLED TV가 미국과 유럽 시장에서 호평을 받고 있다는 내용의 보도자료를 배포했다.

특히 삼성전자는 “삼성 QLED TV는 OLED가 쉽게 구현하기 어려운 밝기에 훌륭한 블랙 표현을 갖췄다” “가장 완벽한 4K TV” 등의 문구를 가져와 QLED TV가 OLED 기술에 뒤지지 않는다는 점을 강조했다.

LG전자도 물러서지 않았다. 바로 다음날인 8일 LG전자는 미국 IT전문매체 씨넷 등 외신 평가를 담은 보도자료를 통해 OLED TV가 프리미엄 TV 시장에서 미국 언론과 소비자매거진의 성능평가에서 높은 점수를 받았다고 주장했다.

특히 씨넷 보도를 인용해 “OLED TV는 말그대로 무한한 명암을 구현하는 반면 QLED는 풀어레이 로컬 디밍 기술을 탑재한 경우라도 빛을 약간 통과시켜 바랜듯한 회색을 띄며 밝은 부분 주변이 반점처럼 나타난다”고 지적했다.

이어 미국 소비자 전문매거진 컨슈머리포트 TV평가부문에서 1위부터 16위까지 OLED TV가 싹쓸이했다는 점을 강조했다. LCD TV 시장에서 OLED TV가 확실한 승기를 잡았다고 강조한 것이다.

◆ 글로벌 통계 자의적 해석에…”서로가 승자” 주장

LG전자 2019년형 OLED TV/사진=LG전자

삼성과 LG는 글로벌 시장조사업체 IHS마킷이 최근 발표한 지난해 전세계 TV 판매 통계를 두고도 신경전을 벌이고 있다. LG전자는 화면 크기를 55인치 이상으로 잡을 경우 OLED(251만4000대)가 QLED(239만7000대) 제품을 앞섰다는 점을 홍보 포인트로 내세우고 있다.

그러나 기준을 60인치로 높여 잡으면 QLED(120만6000대), OLED(88만7000대)로 정반대의 결과가 나온다. 특히 75인치 이상 초대형 시장에서는 QLED TV가 32만3000대, OLED TV가 2만5000대로 판매 규모가 13배 이상 벌어진다. 기준을 어떻게 잡고 해석하느냐에 따라 결과가 크게 달라지는 것이다.

판매량과 판매액을 기준으로 봐도 양 사의 우위가 달라진다. 지난해 QLED TV 전체 판매량은 약 268만7000대로 OLED TV 판매량(251만5000대)을 앞섰다. 그러나 판매금액 기준으로 보면 OLED TV가 65억2900만달러, QLED TV가 63억4000만달러를 기록해 OLED TV가 더 많은 돈을 벌어들였다.

◆ 세탁기-건조기 이어 이번엔 TV인가

삼성전자 2019년형 QLED TV/사진=삼성전자

삼성과 LG의 가전 전쟁은 최근 몇 년간 품목을 달리 하며 과열되는 양상을 보이고 있다. 지난 2014년 ‘세탁기 파손 논란’으로 불거진 양 사의 가전 전쟁은 지난해 말엔 건조기 신제품 출시 전쟁으로, 올해는 TV 경쟁으로 이어지고 있다. 

세탁기 파손 논란은 4년 전으로 2014년 9월 유럽 최대 가전 전시회 ‘IFA 2014’ 독일 박람회 기간 중 조성진 당시 LG전자 HA(가전)부문 사장을 비롯한 LG전자 임직원들은 삼성전자 크리스털블루 세탁기의 연결부(힌지) 등을 파손해 논란이 됐었다. 대법원까지 가는 법정공방 끝에 조 사장과 임원들이 최종 무죄를 확정받았지만 양 사의 ‘민낯’이 공개되는 순간이었다.

지난해 말에는 LG전자가 안전 인증을 부착하지 않은 의류건조기 신제품의 예약 판매를 받다가 구설수에 올랐다. 지난해 11월 LG전자와 삼성전자는 나란히 16kg 의류건조기 신제품을 출시했는데, LG는 삼성의 출시일보다 2주가량 앞서 제품을 공개하고 가전업계에서 흔치 않은 사전예약판매도 실시했다. 출시일을 서두르다보니 예약판매를 받은 시점에는 제품의 KC안전인증이 끝나지 않아 문제가 됐다.

가전업계 관계자는 “삼성과 LG는 브랜드 이미지부터 각 사의 제품 성능, 인지도, 가격까지 대부분 비슷하다. 비슷한 제품을 파는 만큼 경쟁도 심화되는 경향이 있다”며 “지나친 경쟁은 소비자에게 좋지 않은 인식을 남긴다. 2014년 세탁기 논란에서도 과당 경쟁이 결국 부작용으로 이어졌음을 기억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허지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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