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용요약 오는 29일 한진칼 주주총회 예정
서울고등법원 한진칼 '손'
반면 KCGI와 장기전 가능성

[한스경제=강한빛 기자] 한진칼과 국내 행동주의 펀드 KCGI의 주총 대결이 사흘 앞으로 다가왔지만 긴장감은 크게 떨어진 상태다. 서울고등법원이 KCGI의 주주제안 자격에 제동을 걸며 한진칼의 손을 들어줬기 때문이다.

초점은 조양호 한진그룹 회장의 측근인 석태수 한진칼 대표이사(한진그룹 부회장)의 사내이사 재선임 안건이 어떻게 다뤄질 지에 모아진다. 글로벌 의결권 자문사인 ISS는 최근 한진칼이 제안한 대부분의 안건에 찬성의견을 낸 반면 석태수 대표에 대해선 반대의견을 내놨다. 

시장에서는 KCGI가 이번 주총에서 '이보 전진을 위한 일보 후퇴'를 한 뒤 중장기적으로 끈질지게 조양호 회장 일가와 한진칼의 약점을 물고 늘어질 것이란 전망이 나오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KCGI는 주주제안 자격 없어”... 승기 잡은 한진칼

한진칼은 이번 주총에서 ▲재무제표 및 배당 승인 ▲정관 일부 변경 ▲사외이사 선임 ▲석태수 대표의 사내이사 재선임 ▲이사 보수 한도 50억원 승인 등을 주요 안건으로 상정할 계획이다.

일단 한진칼은 표 대결 부담을 벗어났다. 서울고등법원은 최근 KCGI가 주총 안건으로 요구한 주주제안에 대해 한진칼 주식 보유 기간이 상법에 규정된 6개월이 안 된다는 이유로 "KCGI는 주주제안을 할 자격이 없다"고 판단했다. 이에 한진칼은 29일 열리는 주총 안건에서 KCGI의 주주제안 7건을 모두 삭제하기로 했다.

이로써 KCGI는 한진칼의 지분 12.8%를 취득한 2대 주주지만 이번 주총에서 안건조차 상정하지 못하게 됐다. KCGI는 법원 판결에 "세계적으로 유례를 찾아볼 수 없이 주주의 권리를 제한하는 결과"라고 반발했다.

이런 가운데 한진칼은 25일 KCGI측이 제기한 검사인 선임 신청을 서울중앙지법이 받아들였다고  공시했다.

KCGI는 한진칼을 상대로 이번 정기주주총회의 소집 절차와 결의 방법의 적법성 등을 조사하기 위해 변호사 고현종씨를 검사인으로 선임해달라고 지난 15일 법원에 신청했다.

공시내용에 따르면 법원은 KCGI가 한진칼 주식 100분의 1 이상을 보유한 주주라는 사실과 주주총회와 관련해 판결·결정 내용의 별지 기재 조사사항을 조사하기 위해 검사인 선임이 필요하다는 사실이 소명됐다고 판단했다.

조양호 한진그룹 회장(왼쪽)과 석태수 한진칼 대표이사/사진=연합뉴스

◆석태수 대표 사내이사 재선임 결과 관심…"KCGI, 중장기전으로 갈 것"

자문사들 사이에 감사위원회 설치와 관련한 정관변경 안건, 석태수 한진칼 대표의 사내이사 재선임안을 두고 의견이 엇갈리고 있다.

국민연금의 의결권 자문사 한국기업지배구조원(KCGS)은 24일 석태수 사내이사 재선임 건에 대해 찬성투표를 권고했다. KCGS는 “석 후보가 회사 가치의 훼손이나 주주 권익 침해를 우려할 만한 문제점을 발견할 수 없었다”고 말했다. 국내 의결권 자문사 서스틴베스트도 석 대표의 재선임 안건에 찬성을 권고했다.

반면 ISS는 "지난해 10월 조양호 한진그룹 회장이 횡령·배임 혐의로 기소된 상황에서 석 대표가 사내이사로서 의무를 다하지 못했다"며 회장에 대한 견제 부족, 기업 이슈 대처 능력 등을 지적했다.

KCGI는 이런 여론을 중장기전 돌입의 추진력으로 삼을 가능성이 높다. 게다가 'KCGI 1호 펀드'의 경우 환매 제한을 10년, 최장 만기를 14년으로 설정한 펀드로, 통상 5년 만기의 일반 펀드에 비해 투자 및 환매기간이 길다. 때문에 지속적으로 한진그룹의 최대 약점이라 할 '기업 부도덕성’과 ‘위법행위’ 등을 문제 삼을 가능성이 높다. 행동주의 펀드는 '단기 수익보다는 경영개선을 통한 장기적 수익 창출'을 목적으로 삼고 있는데, 한진칼은 펀드 성격에 딱 맞아떨어지는 '먹잇감'인 만큼 쉽게 놓아주지 않을 거란 해석이다.

 

강한빛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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