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적 물의 일으킨 가수 정준영(왼쪽), 승리.

[한국스포츠경제=정진영 기자] 5월 대학가 축제철을 앞두고 활기 넘쳐야할 가요계가 이상하게 울상을 짓고 있다. 지난 1월 말부터 불거진 승리-정준영 논란 때문이다. 축제, 페스티벌 시즌이 오기 전 신곡을 내고 활동을 해야하는데, 가요계에 워낙 큰 이슈가 있다 보니 컴백을 해도 화제몰이가 어렵다는 것. 컴백 날짜를 두고 눈치싸움도 치열해졌다.

■ 봄 와도 얼어붙은 가요계

봄의 시작이라는 입춘도 지나고, 개구리가 겨울잠에서 깨어난다는 경칩도 지났건만 가요계에는 아직 봄이 다 오지 않았다. 태연, 헤이즈, 백예린, 장범준 같은 전통적인 '음원 깡패'들이 차트에서 선전하고 있긴 하지만, 새로운 얼굴은 찾기 어렵다. 윤지성, 모모랜드, 정세운, 공원소녀 등 핫 루키들도 컴백 후 기대만큼 차트에서 좋은 성적은 내지 못 하고 있다.

업계 내부에서는 가요계에서 시작된 큰 논란에 시선이 많이 분산되었기 때문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지난 1월 말 서울 강남의 클럽 버닝썬에서 벌어졌던 폭행 사건이 보도되면서 가요계는 그야말로 혼란에 빠졌다.

버닝썬은 평소 빅뱅의 전 멤버 승리의 클럽으로 알려져 있었다. 이 클럽의 이사에 이름을 올리고 있던 승리는 여러 프로그램 및 SNS 등에서 버닝썬을 공공연히 홍보해왔다. 단순 폭행 사건인 줄만 알았던 논란은 클럽 내에서의 마약 유통 및 성범죄, 경찰과 유착 등으로까지 번졌다. 버닝썬이 설립되기 전부터 승리가 해외 투자자들을 상대로 성접대를 했다는 의혹도 불거졌다.

이 같은 논란은 정준영의 모바일 메신저 단체방에서 시작됐다. 디지털 포렌식으로 복구된 대화 내용에서 이 같은 정황이 포착된 것. 설상가상으로 정준영까지 모바일 메신저를 통해 자신이 직접 찍은 불법 영상 및 사진물들을 공유했음이 알려지면서 대중은 충격에 빠졌다. 3월 현재 승리와 정준영은 모두 피의자 신분으로 경찰 조사를 받고 있다.

한 번 시작된 논란은 계속해서 커지고 있다. FT아일랜드의 최종훈, 하이라이트의 용준형, 씨엔블루의 이종현 등이 정준영과 모바일 메신저를 이용해 불법 영상 및 사진물을 나눠 보고 여성들을 대상으로 외모를 품평하는 등 부적절한 행동을 보였음이 밝혀졌고, 최종훈과 용준형은 이 일로 그룹에서 탈퇴했다. 승리, 정준영, 최종훈은 연예계 은퇴까지 시사했다.

승리의 소속사인 YG엔터테인먼트 양현석 회장과 그의 동생이자 YG엔터테인먼트 대표이사인 양민석 씨가 '승리 클럽'으로 알려진 러브시그널 등의 실소유자이며 탈세를 해왔다는 보도가 나오면서 YG엔터테인먼트까지 세무조사를 받게 됐다. '1일 1논란'이라는 말이 무색하지 않을 정도로 그야말로 가요계에서는 연일 새로운 이슈가 터지고 있는 상황이다.

'승리 게이트'에 연루돼 연예계 은퇴 선언한 최종훈(왼쪽), 하이라이트에서 탈퇴한 용준형(가운데), 공식 사과한 이종현.

■ 컴백, 강행할까 미룰까 '난감'

사정이 이렇다 보니 컴백을 앞둔 가수들과 그 소속사들의 고민도 깊어지고 있다. 프로모션을 적극적으로 하고 앨범을 내도 쉽게 대중의 관심을 끌어올 수 없기 때문이다.

한 기획사 관계자는 "오랫동안 준비하고 공을 들여서 앨범을 만들었는데 시기가 시기인 만큼 반응이 크지 않을 것 같아 내부적으로 걱정이 많다"고 털어놨다. 그렇다고 쉽게 신곡 발매를 미루기도 어려운 실정. 이 관계자는 "계속 일이 더 커질 수도 있지만 잠잠해질 수도 있지 않나. 상황이 어떻게 흘러갈지 알 수 없으니 누구도 쉽게 컴백일을 미루자고 하기 어렵다"고 털어놨다. 게다가 5월부터 본격적으로 대학 축제를 비롯해 여러 행사들이 열리기 때문에 늦어도 4월엔 컴백해서 활동을 진행해야 한다는 게 업계 관계자의 설명이다.

이미 한 차례 앨범 발매일을 연기한 팀도 있다. 소속 그룹 컴백을 앞둔 한 기획사 관계자는 "본래 3월 초에 앨범을 낼 생각이었는데 한 차례 발표 시기를 연기했다. 워낙 큰 이슈가 나오고 있었던 데다 내부적으로도 앨범 아트워크 같은 것을 조금 더 만져서 완성도를 높였으면 한다는 이야기가 나왔기 때문이다. 결과적으로는 (시기를 미룬 게) 잘한 선택이었다고 생각한다"고 설명했다.

승리-정준영에서 시작된 논란의 나비효과는 어디까지 이어질까. 박지훈, 블락비 바스타즈, 고승형, 펜타곤, JBJ95, KARD 등 많은 팀들이 이달 안 컴백을 앞두고 있는 상황. 과연 어떤 팀이 대중의 시선을 끌고 차트에 성공적으로 안착할 수 있을지 주목된다.

사진=OSEN

정진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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