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스경제=허지은 기자] “사회적 가치는 경제적 가치 못지 않게 중요하다. 사회적 가치 측정과 창출된 사회적 가치에 대한 인센티브 제공이라는 두 가지에 노력을 집중해야 한다.”

최태원 SK그룹 회장이 28일 중국 하이난다오(海南島)에서 열린 보아오포럼 개막식 연사로 나서 기업의 최우선 경영 전략으로 제시한 ‘사회적 가치’를 역설했다.

최태원 회장은 “우리는 자원을 효율적으로 배분하고 경제적 성과를 키우기 위해 경제적 가치를 측정하는 회계 시스템을 진화시켜 왔다”며 “그러나 앞으로는 시간이 걸리더라도 사회적 가치를 측정하는 회계 시스템을 도입해 우리 사회를 더욱 좋은 방향으로 만들어 나가야 한다”고 말했다. 사회적 가치를 제대로 측정할 수 있어야 더 많은 사회적 가치를 만들어낼 수 있다는 최 회장의 철학이 담긴 연설문이었다.

최 회장은 “사회적 가치와 경제적 가치가 함께 창출될 수 있는 시스템을 만들어야 한다”며 “예컨대 사회적 인정이나 세제혜택과 같은 유·무형의 인센티브 시스템을 생각해볼 수 있다”고 말했다. 이어 “SK그룹은 사회적 가치 측정체계와 인센티브 시스템에 대한 여러 실험을 진행하고 있다”며 “이러한 실험들이 조기에 성공을 거둔다면 더 많은 가치 창출로 이어지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개막식에 참석한 리커창 중국 총리, 이강 중국 인민은행장 등 중국인사와 저신다 아던 뉴질랜드 총리, 나카니시 히로아키 일본 경단련 회장 등 2000여명의 글로벌 리더들은 최 회장의 사회적 가치 연설에 박수를 보냈다. 특히 지난 15일 막을 내린 중국 양회에서 주요 정책과제로 제시된 질적 성장 제고, 환경오염 개선, 빈곤퇴치 등과 맥을 같이 한다는 점에서 중국 인사들의 공감을 이끌어냈다는 평이다.

사회적 가치는 지난 2014년 최 회장이 ‘새로운 모색, 사회적 기업’을 출간하며 처음 꺼내든 말이다. 이후 최 회장은 굵직한 연설 자리에 설 때마다 사회적 가치의 중요성을 강조해왔다. 지난해 1월 진행된 스위스 다보스 포럼은 물론 지난해 7월과 올 1월 진행된 문재인 대통령 주재 ‘기업인과의 대화’ 자리에서도 주요 화두로 강조된 말이다.

현재 사회적 가치는 SK그룹 전 계열사에서 가장 중점을 두고 있는 신(新) 경영전략으로 떠오르고 있다. 계열사 별로 사회적 가치 창출 업무를 전담하는 부서를 두고 전사 차원에서 사회적 가치를 만들어내겠다는 의도로 풀이된다.

SK이노베이션은 지난해 말 ‘사회적가치추진단’을 구성하고 CEO(최고경영자) 직속 부서로 뒀다. SK텔레콤도 ‘SV이노베이션센터’라는 이름으로 사회적 가치 창출 업무를 전담하는 부서를 두고 있다. SK하이닉스 역시 지난해 1월 사회적 가치 창출을 전담하는 ‘지속경영추진담당’을 임원급 조직으로 격상했다.

재계 관계자는 “최 회장은 최근 몇 년간 주요 무대에 오를 때마다 사회적 가치의 중요성을 역설하고 있다. 그룹 차원에서도 사회적 가치 창출에 대한 고민이 이뤄지고 있다”며 “최 회장의 사회적 가치 창출 철학에 대해 전세계 많은 인사들이 공감을 표하고 있는 것으로 안다”고 설명했다.

허지은 기자 hur@sporbiz.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