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스경제=양지원 기자] 영화 ‘돈’은 지난 20일 개봉 이래 7일 동안 박스오피스 1위를 거머쥐며 흥행했다. 2주 동안 박스오피스 강자로 군림한 ‘캡틴 마블’의 흥행세를 꺾고 한국영화의 체면을 차리는 데 성공했다. 개봉 9일째 200만 관객을 돌파한 ‘돈’은 현대인들이 공감할 만한 소재와 오락영화다운 재미, 묵직한 메시지가 조화를 이룬 영화로 호평 받고 있다.

영화는 ‘남자가 사랑할 때’(2013년) ‘베를린’(2012년) ‘부당거래’(2010년) 등의 연출부와 조감독 출신인 박누리 감독의 첫 번째 상업영화 데뷔작이다. 박 감독은 입봉작 ‘돈’에 대해 “인물이 성장하는 과정을 담은 드라마가 잘 전달돼야 한다는 마음으로 영화를 만들었다”고 설명했다.

- 소설 ‘돈’을 영화화한 결정적인 계기가 있나. 원래 입봉작으로 구상하고 있었나.

“돈이라는 게 누구나 중요하게 생각하는 화두 아닌가. 보편적이고 공감할 수 있는 이야기를 할 수 있을 거라고 생각했다. 원작을 읽었을 때 인물의 이야기에 매력을 느꼈다. 나와 닮은 구석이 있는 평범한 친구였다. 돈을 벌면서 변해가고 욕망에 휩싸이는 모습이 내 삶과 대입되기도 했다. 이런 이야기를 만들면 모든 사람들이 공감하고 자신의 삶을 반추할 수 있을 거라는 확신이 들었다.”

-소설과 다른 결말을 택했는데.

“일현의 끝을 만들어주고 싶은 마음이 들었다. 치열하게 살아온 일현이 일련의 사건을 겪으면서 변해가는 순간에도 많이 깨달았을 것 같다. 원래 자리로 되돌려주고 싶은 마음이 들어 이런 결말을 택했다.”

영화 '돈' 스틸./쇼박스 제공.

-주식을 잘 알지 못하는 세대에게는 경제용어가 어려울 수 있다.

“그래서 고민을 참 많이 했다. 주식을 모르는 분들이 봐도 재미있게 이야기를 따라갈 수 있어야 하니까. 주식에 대한 설명이 많이 들어가면 일현의 감정이나 이야기를 따라가기 힘들 것 같았다. 그래서 주식이나 증권가, 작전 과정은 소품이나 도구처럼 사용하려고 했다. 그것들을 헤쳐 나가는 일현의 이야기에 집중하자고 판단했다. 최대한 주식에 대한 설명을 뺐다.”

-류준열이 메인 주인공인데 염두에 둔 캐스팅이었나.

“류준열은 어떤 상황에 있더라도 마치 그 상황에 있는 듯한 리얼함을 주는 배우다. 편의점 직원, 학생 등 어떤 직업군을 맡아도 리얼하다. 일현 역 같은 경우 평범한 인물이기 때문에 굉장히 뛰어난 능력을 가진 친구가 아닌 내 친구의 동생처럼 느껴져야 했다. 류준열이 하면 그런 느낌을 줄 수 있을 것 같았다. 관객이 같이 공감하면서 느낄 수 있는 배우가 필요했다. 류준열이 전작에서 한 번도 보여준 적 없는 새로운 얼굴을 이 영화에서 보여줬으면 했다. 극한의 상황에서 어떤 얼굴을 할 지 너무 궁금했다.”

-원진아가 연기한 박시은 대리는 영화 속 유일한 여성 캐릭터다. 예상보다 비중이 적었는데.

“분량으로만 본다면 그렇게 느낄 수 있다. 시은은 남성들 위주로 돼 있는 치열한 세계에서 주체적으로 살아난 인물이다. 실제로 취재를 하면서도 주식 브로커들은 남자 분들이 많았다. 영화의 큰 줄기 자체가 일현의 이야기를 따라가는 방식이기 때문에 캐릭터들이 서로 얽매이기보다는 일현 한 명에 초점을 맞추는 게 좋다고 느꼈다.”

-외국계 한국인 로이 리 역으로 다니엘 헤니가 특별출연했는데.

“로이 리라는 인물은 일현의 이상향의 곳에서 만날 수 있는 매력적인 인물이다. 한 번에 매력적인 인물로 기억이 됐으면 했다. 제일 먼저 떠오른 배우가 다니엘 헤니였다. 처음에는 분량이 너무 적어 거절당할 줄 알았다. 그런데 대본을 보시고는 너무 재미있다면서 참여하고 싶다고 했다. 감사했다.”

-일현이 성공하는 과정에서 기존의 영화들과 마찬가지로 유흥을 즐기는 장면이 나온다. 영화 속 한국 남성의 성공 공식인데.

“‘돈을 벌면 뭘 할까?’를 고민했다. 제작진끼리 함께 고민하기도 했다. 집이나 차 등을 사는 것 외에는 놀아야 한다는 답이 나왔다. 관객들에게 새롭고 자극적인 걸 보여주는 게 목적이 아니었다. 주인공에게 맞는 옷을 찾다가 택한 장면이다.”

-번호표(유지태)의 마지막 표정이 꽤 의미심장한데 어떤 걸 연출하고 싶었나.

“언제든 자신이 원한다면 어떻게든 위기 상황을 모면할 수 있는 인물이 번호표다. 마지막까지 여유로운 모습을 보여주고 싶었다. 일현을 보면서도 ‘많이 컸네?’라고 생각할 수 있는 인물이다. 항상 자신이 위에 있다고 생각하는, 끝까지 품위를 잃지 않는 모습을 담고 싶었다.”

사진=임민환 기자 limm@sporbiz.co.kr

 

양지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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