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용요약 외교부, 31일 외교 문서 1602권 해제
대선 전 김현희 이송 위해 외교 교섭 벌여
김현희. 외교부가 31일 공개한 외교 문서에 따르면, 전두환 정권이 KAL기 폭파 사건의 범인 김현희(가운데)를 대선 전 국내로 이송하기 위해 백방으로 외교 교섭을 벌인 정황이 나타났다. 사진은 1987년 12월 당시 김현희. /연합뉴스

[한국스포츠경제=조재천 기자] 1987년 발생한 대한항공 여객기(KAL) 폭파 사건, 이를 전두환 정권이 그해 대선에 활용하려고 한 정황이 외교 문서에서 확인됐다.

31일 외교부는 1987년에 작성된 외교 문서를 공개, 전두환 정부가 대한항공 여객기 폭파 사건의 범인 김현희를 대선 전 한국으로 데려오기 위해 치열한 외교 교섭을 벌인 정황이 드러났다.

당시 바레인 특사로 파견된 박수길 외교부 차관보는 “12월 15일까지 도착하기 위해서는 늦어도 12일까지는 바레인 측으로부터 김현희의 인도 통보를 받아야 한다”고 보고했다. 16일은 대선이 예정된 날이었다.

해당 문서에서 직접적으로 ‘대선’이 언급되지는 않았다. 다만 대선 전날까지 김현희를 인도받겠다는 전두환 정권의 정치적 계획이 다분히 드러났다는 견해가 주를 이룬다. 박수길 차관보는 이송 일정이 연기되자 바레인 측을 압박하고, 또 이를 정부에 보고했다.

전두환 정부는 사우디 정부에도 바레인의 압박을 요청했다. 또한 바레인 고위직과 친분 있는 국내 인사에게 접촉을 지시하는 등의 노력으로 바레인의 김현희 이송 승인을 얻어 냈고, 대선 전날에 맞춰 입국을 성사시켰다.

한편, 김현희의 신병 확보를 놓고 한일 양국이 신경전을 벌인 사실도 밝혀졌다. KAL기 폭파 사건 발생 3일이 지난 1987년 12월 2일 일본 외무성 측은 김현희 등이 가지고 있던 일본 위조 여권과 관련해 신원 확인 문제 등을 우선 해결하겠다는 입장을 밝혀 한국 정부와 대립했다.

하지만 일본은 12월 7일 한국의 관할권이 우선함을 인정하며 “바레인이 김현희를 한국 정부에 인도하기로 결정하면 최대한 그 결정을 존중하겠다”고 밝혔고, 한국 정부에도 “신병 인도를 둘러싸고 경쟁할 의도가 없다”고 전했다.

이날 외교부는 대한항공 여객기 폭파 사건, 88 서울 올림픽 대회 개최 등의 내용이 포함된 외교 문서 1602권을 공개했다.

조재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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