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스포츠경제=정진영 기자] 최근 온라인 공간에선 '쉽게 살자'란 말이 유행이다. 해보지 않은 일을 '엄두가 안 난다'고 포기하지 말고, 시작하기 전부터 괜한 걱정하지 말고, 복잡해 보일수록 단순하게 생각하며 살자는 흐름이다. 배우 이수련은 이 같은 트렌드에 딱 맞는 인물이다. 10년 여 간 몸담았던 청와대 경호실을 떠나 연고도 없고 배운 적도 없는 연기의 길에 덜컥 뛰어들었으니 말이다. SBS 종영극 '황후의 품격' 이후 '이수련' 이름 석 자를 확실하게 대중에게 알린 이수련을 보면 '쉽게 살자'는 말이 허황된 슬로건은 아니지 싶다.

-청와대 경호실 출신 연기자. 경력이 이색적이다.

"생각을 해 보면 늘 즐겁고 재미있게 살고자 했던 것 같다. 평범한 걸 재미없다고 생각했다고 해야 하나. 청와대 경호실에 들어갈 때도 처음으로 여자를 뽑는다는 메리트가 있었다."

-연기에 도전하고자 했을 때 걱정되진 않았나.

"만약에 20대에 내가 연기에 도전을 했더라면 못 견뎠을지 모르겠다. 누가 내게 비판을 하거나 상처되는 말을 하면 휘둘렸을 것 같다. 그런데 내가 연기자의 길을 걸어보겠다고 다짐한 건 33살 때였으니까. 그 때는 누가 나한테 어떤 얘기를 해도 크게 데미지가 될 것 같지 않더라. 그런 마음이었다."

-연고도 소속사도 없는 상황에서 어떻게 일을 잡았나.

"유명하다는 분들 찾아가서 연기를 배우고 작은 역이라도 주어지는대로 다 했다. 경험을 많이 쌓으려고 노력했다. 프로필을 열심히 돌렸고, 오디션 기회가 오면 정말 불사르고 온다. 집에 돌아와서 '이거 해 볼 걸'이란 생각이 들면 싫다. 늘 진지하게 모든 걸 다 쏟아낸다. 나이가 많고 못생기고 연기 전공도 아니고… 이런 것들은 다 내가 감내해야 할 것들이다. 그런데 연기를 못 하면 끝 아닌가. 그래서 연기적인 부분에서 계속 노력을 하고 투자를 하고 있다."

-오디션 가면 경쟁이 치열하지 않나.

"몇 백 명에서 몇 천 명이 온다. 사실 내가 좀 낙천적이다. 별로 해결책이 없는 것에 대해 걱정을 안 한다. 예를 들어 한 시에 어떤 영화사에 간다고 하면 그 회사에서 받은 프로필이 막 쌓여 있다. 그걸 보면 '이렇게 많은 사람들이 꿈꾸는데 나는 못 할 게 뭐야'라고 생각한다. 내가 뭐 예쁘고 춤이나 노래 같은 특기가 있는 건 나이지만 내 나이에 가질 수 있는 내공도 있고 나만이 할 수 있는 것도 있다고 생각한다."

-경호원에서 배우로 파격적인 직종 변경을 했다. 두둑한 퇴직금 덕분인가.

"그렇지는 않다. (웃음) 옛날에 어떤 선배가 그런 말을 했다. 40세가 되기 전까지는 번 돈을 통장에 투자하지 말고 스스로에게 투자하라더라. 그 말이 항상 인상 깊었다. 퇴직금이 많지도 않았지만, 그 돈을 나를 위해서 한 번 과감하게 투자해 보자고 생각했다. 처음엔 정보가 없으니까 강남역 근처에 있는 연기 학원에 무작정 찾아갔다. 거기서 기초부터 배웠다."

-앞으로 어떤 작품에서 또 만날 수 있을까.

"영화 '돈'에도 나오긴 하는데 아마 열심히 봐야 찾을 수 있지 않을까 싶을 정도의 역이다. 내가 티는 잘 안 나도 조금씩 계속 열심히 일을 한 스타일이다. (웃음) 앞으로 주어지는 역이 있으면 뭐든지 다 적극적으로 즐겁게 할 생각이다. 드라마 몇 개 얘기하고 있는 게 있긴 한데 아직 확정된 건 없다. 꾸준히 작품을 해서 연말 시상식에 참석할 수 있으면 좋겠다."

-욕심 나는 연기가 있다면.

"망가지는 연기를 해 보고 싶다. 내 안에 있지만 내가 몰랐던 것들을 과감하게 끄집어 낼 수 있는 캐릭터가 온다면 언제든지 하겠다. 예를 들어 연극이나 뮤지컬을 볼 때 암전이 되는 순간이 있잖나. 그렇게 조용한 순간이 되면 왠지 모르게 '으악' 하고 소리를 지르고 싶어질 때가 있다. 사회적으로 다듬어지다 보니 누르고 살 뿐이다. (웃음) 과감한 인물을 연기하게 되면 마음껏 웃고 울어도 된다는 빌미를 스스로에게 줄 수 있잖나. 그런 연기를 해 보고 싶다. 개인적으로 망가지는 걸 참 좋아한다."

사진=소속사 제공

정진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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