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용요약 코오롱생명과학 “명칭상 실수 인정, 그러나 안전성·유효성에 문제 없어”
식약처 “안정성 담보못해... 허가 취소는 고의성 여부가 당락”
이웅열 전 회장의 '뚝심'이라며 대대적으로 홍보한 ‘인보사’... 신인도 타격 우려
이우석 코오롱생명과학 대표가 1일 서울 태평로 프레스센터에서 열린 기자회견에서 고개 숙여 사과하고 있다./사진=연합뉴스

[한스경제=임세희 인턴기자] 코오롱생명과학의 골관절염 세포유전자치료제 ‘인보사(INVOSSA)’의 미국 임상3상이 잠정 중단되면서 파장이 일파만파 퍼지고 있다.

당초 국내 허가사항대로 연골유래세포 용액을 사용한 줄 알았으나 이와 다른 293유래세포를 사용한 사실이 뒤늦게 확인된 것이다. 현재 인보사의 국내시판도 잠정 중단한 상태다.

코오롱생명과학은 논란이 확대되자 1일 서울 태평로 한국프레스센터에서 기자회견을 갖고 공식 사과했다. 하지만 "실수였을 뿐 고의가 아니었다. 안전성과 유효성에는 전혀 문제 없다"고 강조했다.

이우석 코오롱생명과학 대표는 이날 “17년 전인 2003년, 처음 만들어서 현재까지 쓰고 있는 인보사를 구성하는 형질전환세포가 저희가 지금까지 알고 있었던 연골유래세포가 아니라 293유래세포라는 것을 최근에 확인하게 됐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국내 최초의 유전자 치료제인 인보사에 대해서 환자분들을 비롯해 많은 분들이 깊은 관심과 성원을 보내주셨음을 누구보다 잘 알고 있기에 정말 면목이 없다”고 사과했다.

◆ 코오롱생명과학 "성분 바뀐 게 아니라 명찰 잘못 단 것"

이날 기자회견에서 코오롱생명과학은 판매 중지된 유전자치료제 인보사의 주성분이 허가 당시와 다른 이유에 대해 2004년과 현재의 기술 수준 차이로 분석 결과가 바뀌었기 때문이라는 해명을 내놨다.

유수현 바이오사업담당 상무는 "인보사의 구성 성분이 바뀐 게 아니라 세포의 명칭이 바뀐 것"이라며 "2004년 형질전환세포 특성을 분석했을 당시에는 연골세포의 특성이 발현돼 연골세포로 판단했으나 최신의 STR검사법(단편일렬반복 성분검사법)으로 수행한 결과 293유래세포로 확인됐다"고 말했다.

즉, 초기 개발부터 전임상과 임상 1~3상에 이르는 모든 과정에서 동일한 성분을 사용했는데, 당시 기술로는 문제의 성분이 '연골세포'로 판단됐다가 최신 기술로 분석한 결과에서는 '293유래세포'로 확인됐다는 것이다. 중간에 세포가 바뀐 적이 없으므로 애초 세포에 '명찰을 잘못 달아준 상황'일 뿐 안전성과 유효성 문제가 없음을 분명히 했다.

유 상무는 "비 임상과 임상시험에서 잔류량을 파악했을 때도 남아 있지 않은 것으로 확인됐다"며 "최초 임상시험 이후 현재까지 11년간 3548명에 투약했으나 주사 부위 동통 같은 이상반응을 제외하고 심각한 부작용 또한 보고되지 않았다"고 거듭 강조했다.

이와 관련, 식약처에서 허가받을 당시에는 왜 STR검사를 수행하지 않았느냐는 의문에도 답했다. 이 대표는 "인보사의 경우 미국에서는 CMO(계약생산대행업체)를 통해 생산하지만 국내에서는 충주 공장에서 단일 생산하고 있다"며 "이 때문에 허가 당시 STR검사가 필요하지 않았던 것으로 안다"고 해명했다.

하지만 일각에선 지난 11년 동안 잘못 알았다는 것을 납득하기 어렵다는 의견이 나오고 있다. 

식품의약품안전처 건물외관/사진=연합뉴스

◆ 식약처 “안전성 담보 못해…고의성 있으면 허가취소 가능”

식품의약품안전처(식약처)는 코오롱생명과학 측에 의심의 시선을 보내고 있다.

식약처는 이날 ‘인보사’에 대해 “안전성과 유효성을 담보할 수 없다”는 공식 입장을 밝혔다. 이어 재검증 조사 결과에 따라 후속조치를 진행할 계획이다. 이번 제품과 관련해 고의성 등 부정행위 발견될 경우 허가취소와 행정처분을 내릴 가능성도 내비쳤다.

식약처의 요청에 따라 코오롱생명과학은 '인보사'의 유통 및 판매를 중단했다. 식약처는 그러나 아직 유통된 기존 제품에 대한 회수 명령은 내리지 않은 상태다.

식약처 관계자는 “재검증을 통해 잘못된 제품인지 아닌지 확인해야 할 문제"라며 "유통되고 있는 제품을 전면 회수하는 일이 없다고 단정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이어 “식약처가 안전성과 유효성을 담보하겠다는 게 아니다”며 “지난해 시판 후에 큰 부작용이 없어 안전성에는 문제가 없다고 추정해 기존 제품의 회수 명령을 내리지 않았다”고 추가 설명했다.

또 “해당 제품의 세포 자체가 뒤바뀐 것이라면 중대한 과실”이며 “허가 때 제출한 자료하고 성분이 다르면 원칙적으로 허가취소에 해당한다”고 덧붙였다.

식약처는 병·의원이 인보사를 처방하지 못하도록 건강보험심사평가원의 처방 금지 자동 경고시스템(DUR)에 올리는 한편 진통제·스테로이드 제제 등으로 대체 처방해 달라고 당부했다.

이웅렬 전 코오롱그룹 회장(왼쪽)/사진=연합뉴스

인보사는 코오롱생명과학이 바이오사업에 뛰어든 이래 내놓은 첫 신약으로 2017년 7월 식약처로부터 국내 첫 유전자치료제이자 국산 신약 29호로 허가받았다. 특히 이웅렬 전 코오롱그룹 회장은 19년간 1100억원을 쏟아붓는 등 각별한 애정을 드러냈다. 하지만 이번 파문으로 코오롱생명과학의 신인도 하락이 불가피하다는 의견이 나오고 있다.

게다가 인보사의 해외 진출에도 적잖은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인보사는 지난해 말 먼디파마에 6700억원 규모로 기술수출된 것을 비롯해 1조원 규모의 기술, 판매계약이 체결돼 있다. 2020년쯤 미국에서 인보사를 출시하겠다는 계획도 물 건너갈 전망이다.

코오롱생명과학의 자회사인 코오롱티슈진은 이날 인보사의 구성 성분과 관련해 미국 식품의약국(FDA)와 협의를 시작했다고 밝혔다. 현재 FDA는 전문시험기관에 인보사 세포주 검사를 의뢰했고 오는 15일이면 결과가 나올 예정이다.

한편, 코오롱그룹의 인보사 관련주는 이날 일제히 급락했다. 코오롱생명과학은 개장 직후 하한가로 직행한 뒤 전거래일 대비 가격제한폭(2만2500원· 29.92%↓)까지 떨어진 5만2700원에 장을 마쳤다. 코오롱티슈진 역시 전거래일 대비 가격제한폭(1만300원)까지 떨어진 2만4150원을 기록했다.

 

임세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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