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런씨네] ‘생일’이 세월호를 기억하는 방법
[이런씨네] ‘생일’이 세월호를 기억하는 방법
  • 양지원 기자
  • 승인 2019.04.03 01: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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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스포츠경제=양지원 기자] 영화 ‘생일’은 2014년 4월 일어난 세월호 참사를 다룬다. 세월호를 빌려 슬픔에 치우친 영화가 아닌 현재를 살아가는 사람들의 일상을 다룬다는 점에서 기존의 작품들과 결을 달리한다. 작위적인 설정 없이 소중한 사람들을 떠나보내고 남겨진 사람들의 일상을 담담하게 그리며 묵직한 여운을 선사한다.

‘생일’은 2014년 4월 16일 세상을 떠난 아들의 생일날, 남겨진 이들이 서로가 간직한 기억을 함께 나누는 이야기를 그린다. 줄거리만 봐도 알 수 있듯이 세월호를 전면에 내세운 영화다.

이창동 감독의 연출부 출신 이종언 감독이 메가폰을 잡아 담담하고 따뜻한 시선으로 유가족을 보듬는다. 영화의 주인공은 아들을 떠나보낸 정일(설경구)과 순남(전도연) 부부다. 순남은 아들 수호(윤찬영)를 세월호 참사로 잃고 딸 예솔(김보민)과 둘이 산다. 사정 상 외국에 나가있던 정일이 돌아오지만 순남은 그런 남편이 반갑지 않다.

정일은 순남의 마음을 돌리기 위해 부단히 애를 쓴다. 뒤늦게라도 가장 노릇을 하기 위해 깜박거리는 화장실 등을 갈아 끼우고, 예솔에게 다가가는 등 남은 가족과 함께하기 위해 노력한다.

순남의 마음은 세상과 단절돼 있다. 진상규명을 외치며 미수습자와 선체의 온전한 인양을 주장하며 서명운동을 하는 이들을 피한다. 라디오를 켜고 귀를 닫는다. 정일의 간곡한 부탁에 세월호 유가족 모임에 나가지만 애써 밝은 척하는 희생자 부모들에게 “소풍 오셨냐”고 무안을 준다.

흔히 세월호를 소재로 한 영화에서 다뤄진 유가족과는 전혀 다른 모습이다. 세상을 떠난 아들을 가슴에 사무치게 그리워하지만 그 아픔으로 인해 사람의 손길을 거부하는 순남의 모습이 가슴을 저릿하게 만든다.

영화 '생일' 리뷰
영화 '생일' 리뷰

‘생일’은 꽤나 현실적이고 일상적인 전개로 감동을 극대화한다. 작위적인 설정 없이 평범한 사람들의 일상을 보여주며 우리가 세월호를 어떻게 기억해야 할지, 어떻게 살아가야 할지에 대한 방법을 제시한다. 세월호 유가족을 향한 차가운 시선도 공존한다. 이 감독은 “세월호 유가족 분들의 이야기를 담기도 하지만 동시에 우리 이야기도 담고 싶었다”며 “그 사건이 평범한 우리 일상을 어떻게 만들었는지 담담히 담고 싶었다”고 설명했다.

‘생일’에서 가장 감동적인 장면은 수호의 생일 모임신이다. 수호를 기억하는 사람들이 모여 이야기를 나누는 장면이 롱테이크로 길게 이어진다. 이 감독이 하고 싶은 말이 담긴 신이자 관객들의 심금을 울리는 대표적인 장면이다.

다소 투박하지만 군더더기 없이 정직한 영화이기도 하다. 단순히 ‘감성팔이’가 아닌 남겨진 사람들의 평범한 일상을 보여주며 희망을 노래한다. 시작부터 끝까지 담백한 연출로 긴 여운을 남긴다.

배우 전도연과 설경구의 열연이 가히 돋보인다. 전도연은 아들을 잃은 상실감과 아직 품에 있는 딸을 향한 연민과 애정 등 다양한 감정 연기를 완벽히 소화한다. 설경구 역시 가족을 향한 미안함, 후회와 책임감 등을 절제된 연기로 표현한다. 러닝타임 120분. 3일 개봉. 전체 관람가.

사진=NEW 제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