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스경제=양지원 기자] 배우 이선균이 영화 ‘악질경찰’에서 집요하고 처절한 액션을 보여줬다. 전작 tvN ‘나의 아저씨’를 통해 따뜻한 위로를 전했다면 이 영화에서는 ‘악질’로 불리는 비리 경찰의 각성을 온몸으로 표현하며 인상 깊은 연기를 펼쳤다. 세월호 참사를 소재로 한 범죄액션영화 ‘악질경찰’은 제작 당시부터 난항을 겪은 작품이다. 전 정권 당시 기획된 작품으로 소재 탓에 여러 배우들이 출연을 고사했다. 다른 배우들과 달리 이선균은 망설이지 않고 ‘악질경찰’에 합류했다. “어른들의 반성을 이야기한 작품이라고 생각한다. 큰 고민이 없었다. 이정범 감독님의 진심이 느껴졌다”고 했다.

-소재가 소재인만큼 시나리오를 보며 자기검열을 하는 과정이 있었을 텐데.

“이 영화가 나오면 여러 논란이 있을 거라는 건 알고 있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감독님은 장르 안에 세월호라는 화두를 던지고 싶었던 것 같다. ‘굳이 세월호를 넣어야 되냐’ ‘세월호를 빼고 더 재미있게 가자’는 유혹이 있었을 것이다. 세월호를 넣지 않았다면 감독님이 하고자 하는 진심이 묻어나지 않았을 거라고 본다. 어느 현장보다 치열하고 집요하게 촬영할 수밖에 없었다. 힘들었던 만큼 성취감을 느꼈다. 1년 정도 개봉 시기가 늦춰졌지만 그 또한 고민을 하는 과정이었다고 생각한다. 세상에 나왔다는 것만으로도 뭉클한 영화다.”

-‘악질경찰’에 꼭 출연해야 하는 이유가 있나.

“창작자의 마음에 많이 공감했다. 아이들에 대한 미안한 마음과 화도 났다. 대한민국 국민이라면 모두 같은 마음이지 않을까 싶다. 좀 더 진심을 표현하고 싶었다. 촬영 전부터 경기도 안산에 가서 참배도 하고, 세월호에 관련된 책도 읽었다.”

-비리경찰 조필호를 어떻게 연기하고자 했나.

“외적인 변화도 중요하고 내적인 각성도 필요했다. 개연성을 갖기 위해 스스로에게 질문을 많이 했다. 왜 이렇게 양아치 같은 사람이 됐을지, 왜 미나(전소니)의 죽음 앞에 자기반성을 하고 행동을 하게 되는지를 고민했다. 파급력이 커 보일 수 있도록 캐릭터를 구축했다. 미나의 죽음을 보면서 자기반성이 있을 거라고 생각했다.”

-이정범 감독이 어떤 걸 요구했나.

“감독님이 굉장히 명확한 분이다. ‘끝까지 간다’보다 독하고 야인스럽고 거친 걸 요구했다. 강하기만 하면 평면적인 캐릭터니까 흔들림도 보였으면 했다. 그런 것에 대한 리액션을 많이 주셨다. 신분증만 없으면 아무도 경찰일거라고 생각 못 하는 비주얼로 초점을 맞췄다.”

-마지막에 속옷 차림으로 액션을 하기도 했다. 이런 액션은 처음인데.

“처음 벗는 건 당연히 힘들었다. (웃음) 벗은 채로 다니니 익숙해지더라. 원래 앞니가 빠지는 설정인데 너무 웃길 것 같아서 그건 안 했다. 진지한 신이니까. 팬티만 입고 액션 하는 건 너무 민망했다.”

-특유의 욕 대사와 짜증을 내는 연기가 이 영화에서도 나오는데.

“욕 자체가 대본에 워낙 많았다. 아무래도 상황이 그렇게 흘러가니 짜증을 내는 장면도 많았다. 조필호 자체가 짜증과 화가 많은 캐릭터다. 내가 좀 그런 역할을 많이 하는 것 같다. 그런데 이 영화에서는 모든 배우가 다 욕을 한다. 그저 내가 욕하는 장면이 많이 나올 뿐이다.”

-조필호가 갑자기 각성하게 되는 변화 포인트는 어떤 거라고 생각했나.

“나름대로 기준점이 있던 것 같다. 나보다 더 나쁜 것을 보면 참지 못하는 캐릭터다. 어떻게 보면 굉장히 이기적인 거다. 미나의 손목에 그어진 흔적들을 보며 공감대도 느꼈을 것이다. 보호받지 못한 아이가 나로 인해 죽음을 선택할 때 굉장히 마음이 아플 거라고 생각했다. 이게 어떻게 자연스럽게 표현될지를 고민했다.”

-미나 역을 맡은 전소니와 호흡은 어땠나.

“신인인데도 전혀 떨지 않았다. 처음 감독님과 미팅할 때부터 매력적이었다. 눈빛이나 마스크가 좋았다. 연기할 때도 긴장을 하거나 의욕이 앞서거나 하지 않았다. 앞으로가 기대되는 배우다. 한국영화의 큰 발견이다.”

-다양한 장르에서 많은 감독들과 호흡하고 있다. 봉준호 감독의 신작 ‘기생충’ 개봉도 앞두고 있는데.

“배우들은 늘 힘든 시기가 있다. 부침을 겪을 때 ‘내가 과연 할 수 있을까’라는 고민을 한다. 그 때쯤 기운을 내라는 의미에서 많은 작품이 들어왔다. 응원을 많이 해주시는 것 같다. 그래서 감사한 마음으로 열심히 할 뿐이다.”

-‘나의 아저씨’에 이어 대중에게 위로를 던지는 작품에 출연했는데.

“우리가 어떤 어른이 돼야 할지에 대한 질문을 던진 것 같다. ‘악질경찰’도 감독님이 원한 게 그런 메시지일 거라고 생각한다. 나 역시 부끄럽지 않은 어른이 되고 싶다. 후배들, 자식들에게 영향을 주는 사람보다 스스로 돌이켜 봤을 때 떳떳하고 부끄럽지 않은 인간으로 살아가는 것이 옳다고 본다.”

사진=워너브러더스코리아 제공 

양지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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