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용요약 정규직 전환 소극적이고 비정규직에 대한 차별 존재
은행 직원 4명 중 1명은 비정규직 근로자인 것으로 나타났다. /사진=연합뉴스

[한스경제=김형일 기자] 6대 시중은행에서 고용 안정성을 보장받지 못하고 일하는 근로자가 2만명에 달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에 금융산업노조는 비정규직에 대한 처우 개선을 요구하고 나섰다.

4일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지난해 9월 기준 6대 시중은행(KB국민·신한·우리·KEB하나·씨티·SC제일)이 직접 고용한 기간제 직원은 3398명, 파견·용역업체를 통해 고용한 사람은 1만6943명이었다. 이들은 전체 근로자 8만4561명 중 24.1%를 차지했다.

국민은행은 국내 시중은행 가운데 비정규직 비율이 가장 높은데 파견 용역 근무자 5097명, 기간제 근무자 947명으로 총 6044명이다. 전체 근로자 2만2768명 중 비정규직 근로자가 26.5%에 달한다.

국민은행은 지난 2014년 노동조합의 요구로 창구전담직원인 ‘엘 제로 (LO)’ 직군을 비정규직 직원에서 정규직으로 전환한 바 있다.

하지만 최근 신분이 정규직으로 전환됐다는 이유로 최대 근속 기간의 25%, 최대 60개월만 인정해주는 등 근속 연수를 줄였다.

이에 엘 제로 직군 퇴직자들은 법원에 정규직 전환 전 경력을 인정해 달라는 소송을 제기했고 법원은 엘 제로 직군 퇴직자들의 손을 들어줬다.

사측은 억울하다는 입장이다. 과거 노조와 합의하에 근속연수를 줄였고 엘 제로 직군 경력을 인정하면 LO(대리) 평균 급여가 5300만원 수준인데 L1(과장)보다 높은 급여를 받는 직원이 많아진다고 했다. 또 노조의 주장을 모두 받아들이면 연 500억원 수준의 인건비 상승도 부담이라고 했다.

농협은행은 비정규직에서 정규직 전환이 가장 적다. 비정규직 직원 수는 약 2970명으로 임직원 대비 18% 정도다. 국민·신한·우리금융지주 소속 은행들이 평균 5%대인 것과 비교하면 높은 수준이다.

지난해 농협은행은 최초로 2년제 대학 출신 계약직 519명을 정규직으로 전환하는 방안을 검토하기로 했으나 75% 가량 줄어든 130명을 정규직으로 전환하는데 그쳤다.

또 농협은행은 비정규직 직원을 대상으로 한 정규직 전환 방식에서 차별 논란이 붉어졌다. 지난해 2월 블라인드 채용방식을 강조하며 학력·연령·전공·자격 등 제한을 두지 않겠다고 했지만 정규직 전환 시험은 달랐다.

채용과정 입사지원서에 연령·사진·주소·이름·경력사항·학력·자격증·연락처 등을 기재하도록 했는데 2년제에서 4년제 대학으로 편입한 경우도 ‘편입’을 선택하게 했으며 평균 학점을 소수점 둘째자리까지 기록하고 고등학교 시절 각 학기별 석차 입력란도 있었다.

외국계 은행인 씨티은행의 노조는 비정규직 증가에 대해 다른 입장이다. 고소득 전문계약직 근로자들이 비정규직으로 분류돼있어 정규직 전환을 검토하고 있지 않다는 것이다.

씨티은행은 정규직 근로자가 2016년 3387명에서 지난해 3338명으로 1.4% 감소했고 같은 기간 비정규직 근로자는 157명에서 194명으로 23.5% 증가했다.

금융산업노조는 은행에서 근로하는 저임금 비정규직 근로자 및 무기계약직 직원들에 대한 처우를 개선하고자 정규직 직원 임금의 80%를 받도록 사측에 요구할 방침이다.

은행 노조 관계자는 “2007년부터 시중은행들이 비정규직 근로자들을 정규직으로 전환하는 시도를 해왔지만 여전히 소극적이고 사내 불평등이 존재한다”며 “은행들이 정부의 비정규직 제로 정책에 걸맞게 행동해야 한다”고 말했다.

김형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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