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스경제=양지원 기자] 배우 전소니가 영화 ‘악질경찰’에서 인상 깊은 연기로 관객을 사로잡았다. 극 중 악질경찰 조필호(이선균)가 각성하게 되는 결정적 원인을 제공한 미나 역을 맡아 다양한 얼굴을 보여줬다. 첫 상업영화 주연작임에도 불구하고 다른 배우들에게 밀리지 않는 연기력을 과시했다. 전소니는 “내가 이렇게 잘 꾸려진 환경에서 일할 수 있는 게 신기할 따름이었다”며 “프리 프로덕션이 길어 준비할 수 있는 기간이 여유로웠다”고 촬영에 대한 만족감을 드러냈다.

- ‘악질경찰’에 어떻게 출연하게 됐나.

“대학교(서울예술대학교)에서 단편영화를 찍은 걸 본 이정범 감독님께서 먼저 출연을 제안해주셨다. 다른 작품들과 달리 오디션을 보지 않았다. 미나를 맡겨 주신 것 자체가 내가 기죽지 않을 수 있는 이유였다.”

-세월호 소재인만큼 배우로서 부담감과 책임도 상당했을 텐데.

“(소재를) 생각 안 할 수는 없었다. 처음 제안 받았을 때는 고민 끝에 출연을 못하겠다고 했다. 하지만 시간이 지나고 생각이 바뀌었다. 미나를 통해 다양한 얼굴을 보여줄 수 있을 거라는 확신이 있었다. 마음을 다시 먹게 됐다.”

-세월호 소재 범죄영화가 상업영화로 개봉되는 것에 대한 부담은 없었나.

“나는 그걸 재미있게 생각했다. 겁이 나지 않았다. 출연을 결정하기 전까지는 고민을 했지만 촬영 때는 흔들림이 없었다. 좋은 영향을 받으면서 ‘이 역할을 잘 할 수 있을까’에 대한 생각만 했다. 촬영이 끝나고 집에 갈 때 보람찼다.”

영화 '악질경찰' 전소니./해당 영화 스틸.

-극 중 이선균에게 반말을 하고 거칠게 대하는 장면이 꽤 많은데.

“그 장면을 어려워하면 폐를 끼치는 거라고 생각했다. 나나 선배나 서로 미안해하지 말자는 태도로 연기했다. 어려울 게 없었다. 이선균 선배가 굉장히 많은 도움을 주셨다. 필요할 때 조언을 많이 해줬다. 혼자 연기했다면 그렇게 못했을 것 같다. 특히 이선균 선배의 머리채를 잡는 신에서는 합을 짠 액션을 할 수가 없었다. 그냥 막무가내로 찍자고 해서 어쩔 수 없이 머리채를 잡았다. (웃음)”

-미나는 기존의 거친 10대 캐릭터들과는 달리 내적인 아픔이 있는 인물인데.

“전형적인 그룹의 아이로 묶일 것 같아 고민이 많았다. 미나가 마음에 품고 있는 아픔, 그것 때문에 나올 수 밖에 없는 말과 행동들을 제대로 이해하려고 애썼다. 대사가 직설적이기도 하고 부담스럽게 느낄 수 있는 표현들도 꽤 있다. 지금 돌이켜 보면 어떻게 했는지 모르겠다.”

-극단적인 선택을 하기 전 어른들을 향해 외치는 대사가 인상적이다. 영화의 주된 메시지이기도 한데.

“‘이런 것들도 어른이라고’라는 대사를 어떻게 해야 전달이 잘 될지 어려웠다. 어떤 게 답인지 모르겠더라. 그 때 권태주(박해준)와 같이 있는 경호원들을 바라보면서 도움을 많이 받았다. 그들을 보고 있으니 마치 내가 진짜 미나가 된 감정이었다.”

-어머니가 1980년대 원조 걸그룹으로 불린 바니걸스의 멤버 고재숙이다. 연예계 데뷔를 반대하지 않았나.

“데뷔를 하지 않았으면 좋겠다는 이야기는 하신 적이 있다. 하지만 내가 워낙 하고 싶어 죽겠다는 걸 아신 뒤부터는 그런 말씀을 하지 않았다. 어머니는 자유롭게 하고 싶은 것을 할 수 있도록, ‘네가 알아서 살아라’ 스타일로 키워주셨다. 아마 당신이 이 쪽 일을 하면서 힘든 것을 아시다 보니 그러셨던 것 같다. 그래서 저도 조용조용히 ‘엄마와 상관없이 잘 살아야지’란 생각으로 살았다.”

-어머니의 연예생활로 인한 간접적인 경험을 통해 얻은 것은 없었나.

“내가 너무 어릴 때 어머니께서 활동을 그만두셔서 보고 겪은 건 없다. 다만 학교 선생님들께서 아시고 내가 뭐라도 될 것처럼 이야기하곤 하셨다. 내가 어머니 이름까지 대표하는 것처럼 되는 게 싫었다. 어머니가 바니걸스 출신이라고 해서 나한테 주어지는 건 없었다. 어머니의 이름에 폐를 끼치지 말자는 생각으로 조용히 살았다.”

-배우가 되고 싶었던 이유가 있나.

“한 번도 그 이유에 대해 생각하지 않다가 연기를 하고 있을 때 ‘내가 이걸 왜 하고 싶었지?’라고 생각했다. 그냥 작품 속 허구의 세상을 보면서 많은 위안을 얻었다. 현실에서 내가 만나고 겪는 것보다 더 큰 영향을 주는 것 같다.”

-인생의 신조가 있다면.

“요즘 굉장히 생각이 많아지고 어른이 된 것 같은 기분이 든다. 동시에 겁이 많아지는 것 같다. 개인적으로는 철이 안 들었으면 하는 바람이 있다. 마음 가는 대로 행동하고, 실수도 해보면서 더 많은 경험을 하고 싶다.”

사진=워너브러더스코리아 제공 

 

양지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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