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용요약 뉴트로 열풍이 불러온 신제품 부재, 장기적으론 더 큰 문제 우려도
동아오츠카 창립 40주년 기념 오란씨 뉴트로 스폐셜 패키지. /동아오츠카

[한스경제=장은진 기자] 식품업계에 과거 인기 제품을 재출시하거나 리뉴얼하는 등 '뉴트로(복고) 열풍'이 이어지고 있다. 

하지만 뉴트로 현상이 심화될수록 식품업계의 장기성장에 '독'으로 작용할 거란 우려도 나온다. 신상품으로 새로운 수요 및 시장을 창출하는 대신 과거 인기에 기대려는 전략으론 한계가 있다는 지적이다.

뉴트로 제품들은 중장년층과 젊은층 등 세대를 아우르며 소비자 호응을 얻고 있다. 뉴트로는 ‘새로운(NEW)’와 ‘옛 것을 좇는(RETRO)’의 합성어로 복고를 새롭게 즐기는 경향을 일컫는다. 과거 인기 제품의 재출시를 통해 중장년층에게는 향수를 불러일으키고 젊은층 특히 밀레니얼 세대의 경우 7080문화를 제공해 색다른 감성과 재미를 선사하고 있다.

8일 업계에 따르면 롯데제과는 20여년만에 분홍색 패키지의 ‘꼬깔콘 달콤한 맛’을 재출시했다. 제품 색상, 글씨체 등 디자인은 그대로 살려 전통성을 유지했지만, 단 맛의 경우 현재 트렌드에 맞춰 캐러멜 팝콘과 같은 부드럽고 진한 맛으로 변형했다.

동아오츠카도 오란씨 뉴트로 스페셜 패키지 발매했다. 오란씨는 1971년 동아오츠카 최초로 출시된 제품이다. 동아오츠카 창립 40주년을 기념해 이번 패키지를 출시한 것으로 알려졌다.

농심은 1982년 출시해 1991년까지 판매했던 ‘해피라면’을 재출시한 후 한  달도 안 돼서 800만 개 판매량을 기록했다. 삼양식품의 경우 1972년 처음 선보인 '별뽀빠이'의 47주년을 맞아 ‘레트로 별뽀빠이’를 지난해 리뉴얼 출시했다. SPC삼립도 1980년대에 출시해 인기를 끌다 단종된 ‘우카빵’과 ‘떡방아빵’을 다시 내놨다.

◆매출액 대비 연구개발비 1% 수준…시장 침체 장기화

국내 식품시장은 정체기에 들어섰다는 게 정설이다. 이에 따라 업체들은 거액의 마케팅 비용을 들여 신 제품을 만들기보다 기존 인기 제품을 부활시켜 안정적인 수익창출을 원하고 있다.

하지만 기존 인기 제품을 활용한 리뉴얼 전략은 안정적인 사업 운영에는 도움되지만 장기적 관점에서 볼 때 부정적 요인이다. 실제 최근 식품업계 일각에서는 시장을 키울 수 있는 흥행 신제품 개발이 줄면서 갈수록 상황이 더 나빠지고 있다는 지적도 나왔다.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2017년 기준 주요 식품업체 매출액 대비 연구개발비는 농심 1.1%(249억900만원), 롯데푸드 0.98%(178억7000만원), 삼양식품 0.31%(14억2100만원), SPC삼립 0.23%(48억1329만원), 롯데제과 0.73%(29억3600만원) 등이었다.

신제품 개발하려면 기획단계에서부터 생산라인 구축, 홍보마케팅 비용 등 많은 금액을 투자해야 하지만 뉴트로 열풍으로 쉽게 이익을 보고 있는 셈이다. 이에 따라 식품업계 전반의 시장 침체가 장기화될 거란 우려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업체들 간 경쟁 부재로 새로운 시장이 형성되지 않아서다. 과거 ‘꿀’ 제품 열풍을 일으켰던 허니버터칩은 수많은 '미투' 제품을 양산하며 한 업체만의 이익을 넘어서 업계 전체에 활력소로 작용했다.

업계 관계자는 “위험을 감수하고 많은 비용을 들여 완전 새로운 제품을 개발하기보다는 기존의 인기가 검증된 제품을 변형하거나 단종했던 제품을 부활시키는 비율이 늘어나고 있다”며 “업계 황이 어렵다보니 이런 재출시 현상이 더 많아지고 있는 추세"라고 말했다.

장은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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