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에서] 전자랜드, 22년 만에 첫 챔프행... '헌신'과 '간절함'으로 맺은 결실
[현장에서] 전자랜드, 22년 만에 첫 챔프행... '헌신'과 '간절함'으로 맺은 결실
  • 창원체육관=이선영 기자
  • 승인 2019.04.09 17: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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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천 전자랜드 선수들이 8일 창원체육관에서 열린 2018-2019 SKT 5GX 프로농구 4강 플레이오프 3차전 LG와 원정 경기에서 이긴 뒤 기뻐하고 있다. 이날 승리로 전자랜드는 창단 첫 챔피언결정전 진출을 확정했다. /연합뉴스

[한국스포츠경제=이선영 기자] 창원의 뜨거운 열기도 인천 전자랜드의 간절함을 막지는 못했다. 전자랜드가 창원 LG를 물리치고 창단 22년 만에 처음으로 챔피언결정전에 진출했다. 

전자랜드는 8일 창원체육관에서 열린 2018-2019 SKT 5GX 프로농구 4강 플레이오프(5전 3승제) 3차전 LG와 원정 경기에서 88-86으로 이겼다. 홈에서 펼쳐진 1, 2차전에 이어 3차전도 따내며 구단 사상 최초로 챔피언결정전에 오르는 쾌거를 이뤘다. 

유도훈(52) 전자랜드 감독 및 선수들의 간절함, 그리고 팀을 위한 헌신이 구단의 새 역사를 만들어냈다. 전자랜드는 지난 시즌까지 10개 구단 중 유일하게 챔피언결정전 무대를 밟지 못했다. 전자랜드 선수들 중에서 우승을 경험한 선수는 박찬희(32) 단 한 명뿐. 그만큼 우승에 대한 절실함이 남달랐다. 

홈 구장 인천삼산월드체육관에서 전자랜드의 우승을 향한 간절한 염원을 엿볼 수 있었다. 4강 플레이오프 1차전을 앞두고 전자랜드의 라커룸에는 ‘재능은 게임에서 이기게 하지만 팀워크는 챔피언결정전 우승을 이끈다’는 문구와 함께 KBL 우승 트로피 사진이 빼곡히 붙어 있었다. 인천 팬들은 ‘The time is now(지금이 우승할 때)’가 적힌 주황색 티셔츠를 입고 열띤 응원을 펼쳤다. 

두 가지 문구 모두 전자랜드의 장신 외인 찰스 로드(34)의 아이디어였다. 한국에서 8시즌째 뛰고 있는 베테랑 로드는 전자랜드의 한을 풀기 위해 누구보다 적극적으로 나섰다. 로드는 “팀이 챔피언결정전에 한번도 진출하지 못한 사실을 알고 있다”며 “이번이 새 역사를 쓸 수 있는 절호의 기회다. 그래서 ‘The time is now’라는 문구를 선택했다”고 설명했다. 그는 또 “라커룸에 붙어 있는 우승 트로피 사진을 보면서 ‘올 시즌 무조건 우승하자’는 생각을 한다. 나뿐만 아니라 동료 선수들에게도 동기부여가 될 것”이라며 눈을 반짝였다. 

간절함으로 똘똘 뭉친 전자랜드 선수들은 4강 플레이오프에서 승리를 위해 한발 더 뛰었다. 몸을 날리는 허슬 플레이, 압박 수비, 속공 등을 펼치며 경기를 압도했다. 볼에 대한 남다른 집중력을 발휘하며 높이가 강점인 LG와 제공권 싸움에서 우위를 점했다. 1차전부터 3차전까지 LG보다 평균 14개 많은 리바운드를 잡아냈다. 기디 팟츠(24), 정효근(26), 강상재(25) 등 주축 선수는 물론 벤치 멤버들까지 제 몫을 해주면서 시리즈 스윕으로 챔피언결정전 티켓을 손에 넣었다. 

유도훈 감독은 2010-2011시즌 전자랜드 사령탑으로 정식 부임한 이후 9번째 시즌 만에 ‘챔피언결정전 진출’이라는 숙원을 풀었다. 매 시즌 ‘간절함’을 외쳤던 유 감독은 마침내 꿈에 그리던 순간을 맞이했다. 4강 플레이오프 3차전 승리 후 만난 그는 “챔피언결정전에 올라가고자 하는 선수들의 열망이 승리를 만든 것 같다”며 “너무 기쁘다. 전자랜드 구단 사상 처음 있는 일인 만큼 선수들이 지금 이 순간을 즐겼으면 좋겠다”고 미소를 띠었다.  

유 감독은 지난 1차전이 끝나고 차바위(30), 이대헌(27) 등 보이지 않는 곳에서 팀에 공헌한 선수들에게 고마움을 표시했다. 이날 역시 헌신적인 플레이를 펼친 선수들을 언급하며 그들의 공로를 높이 샀다. 유 감독은 “로드와 팟츠가 어려운 상황에서 해결사 노릇을 해줬지만 차바위, 김상규(30), 김낙현(24) 등 팀을 위해 희생한 선수들이 있었기 때문에 이길 수 있었다”고 강조했다.   

전자랜드의 토종 에이스 강상재와 정효근은 창단 첫 챔피언결정전 진출의 기쁨을 감추지 못했다. 상기된 표정으로 인터뷰실에 들어온 두 선수는 “소중한 기회가 찾아왔다”고 입을 모았다. 강상재는 “프로에서 우승은 ‘하늘의 별 따기’다. 우승에 도전할 수 있는 기회를 얻어 감사하게 생각한다”고 말했다. 정효근은 “막상 챔피언결정전에 올라가니 생각했던 것보다 더 기쁘다”며 활짝 웃었다.

정효근은 2007-2008시즌부터 10년 넘게 팀을 지키고 있는 맏형 정영삼과 정병국(이상 35)의 이름을 꺼내기도 했다. 그는 “(정)영삼이 형과 (정)병국이 형은 제가 실수하거나 힘들어 할 때 좋은 이야기를 많이 해준다”며 “올 시즌 출전 시간이 줄어든 상황 속에서도 형들은 팀을 위해 헌신했다. 그런 모습을 보면서 감동을 받았다. 존경심도 들었다. 형들이 밀고 끌어준 덕분에 여기까지 온 것 같다”고 공을 돌렸다. 

그토록 원하던 챔피언결정전 진출에 성공한 전자랜드는 이제 창단 첫 우승을 바라본다. 유 감독은 “챔피언결정전이 남아 있기 때문에 딱 이틀만 기쁨을 만끽하겠다. 잘 준비해서 챔피언결정전에서 좋은 모습을 보여 드리겠다”고 다짐했다. 

올 시즌 끝나고 입대 예정인 정효근은 “농구를 하면서 우승을 한번도 못 해봤다”며 “상무에 가기 전에 우승을 꼭 하고 싶다”고 각오를 밝혔다.

간절함으로 무장한 전자랜드가 기세를 이어 더 높은 곳으로 도약할 수 있을지 관심을 모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