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스경제=양지원 기자] 실화를 소재로 한 영화가 트렌드가 된 모양새다. 세월호를 소재로 한 영화 ‘생일’을 시작으로 스티븐 킹 원작 소설을 영화화한 ‘공포의 묘지’, 휴먼 코미디 ‘나의 특별한 형제’까지 장르를 막론한 실화 소재 영화가 관객과 만나고 있다.

■ 드라마부터 공포까지..장르 불문한 실화 소재

그 동안 영화계에서 실화를 모티브로 한 영화는 꾸준히 제작돼 왔으나 여럿 편의 실화 소재 영화가 동시기에 개봉하는 건 드문 일이었다. 무엇보다 주로 드라마 장르에 한정됐던 실화 소재 작품들이 여러 장르에서 차용되고 있어 눈길을 끈다.

현재 박스오피스 2위를 차지하고 있는 ‘생일’은 세월호를 소재로 한 영화로 2014년 4월 16일 세상을 떠난 아들의 생일날, 남겨진 이들이 서로가 간직한 기억을 함께 나누는 이야기다.

‘생일’을 연출한 이종언 감독은 세월호 유가족들의 ‘생일 모임’ 실화를 스크린에 담았다. 후반부 펼쳐지는 ‘생일 모임’ 장면은 실화를 그대로 옮긴 만큼 감동을 극대화한다. 이 감독은 “일상의 이야기를 그대로 담아서 옮기고 싶었다”며 “이 힘든 일상을 어떻게 보내고 있는지, 서로 살아내기 위한 하나의 과정을 보여주고 싶었다. 살아가는 데 스스로의 힘과 주변의 도움이 합쳐져 가는 모습을 담고 싶었기 때문에 생일 모임 장면을 크게 담았다”고 설명했다.

‘생일’과는 전혀 다른 장르인 공포물 ‘공포의 묘지’는 원작자의 자전적 경험을 담은 영화다. 10일 개봉한 ‘공포의 묘지’는 사고로 목숨을 잃은 딸이 죽은 것이 살아 돌아오는 애완동물 공동묘지에 묻힌 뒤, 살아 돌아와 가족들에게 공포의 대상이 되면서 벌어지는 원초적 공포를 다룬 이야기다.

‘공포의 묘지’는 ‘샤이닝’(1980), ‘미스트’(2007), ‘그것’(2017) 등 호러 장르에 센세이션을 일으킨 영화들의 원작 소설가이자 현대 공포 소설계의 거장 스티븐 킹의 원작을 바탕으로 한다. 스티븐 킹이 실제 겪은 실화를 바탕으로 하는 영화로 최근 관객들의 관심을 받아온 실화 바탕 공포 영화 흥행을 이어갈 것으로 기대된다.

‘공포의 묘지’ 속 크리드 가족처럼 차가 많이 다니는 길가에서 가족과 함께 살았던 스티븐 킹은 이 동네에 살던 아이들이 로드킬에 희생당한 동물들을 위한 ‘애완동물 공동묘지’를 만들어 추모한 것을 작품의 모티브로 삼았다. 또한 그의 딸이 키우던 고양이 ‘스머키’가 집 밖 도로에서 죽었고, 이후 그의 어린 아들이 같은 도로에서 하마터면 트럭에 치일 뻔 했던 아찔한 실제 경험들을 스토리에 담았다.

오는 5월 개봉을 앞둔 ‘나의 특별한 형제’ 역시 실화를 바탕으로 삼은 휴먼 코미디다. 머리 좀 쓰는 형 세하(신하균)와 몸 좀 쓰는 동생 동구(이광수), 피 한 방울 섞이지 않았지만 20년 동안 한 몸처럼 살아온 두 남자의 우정을 그린다.

광주의 한 복지원에서 십여 년 동안 함께 살아온 지체 장애인 최승규 씨와 지적 장애인 박종렬 씨의 실화를 다룬 작품이다. 실제로 지적장애인인 박종렬 씨의 머리를 최승규 씨가 대신하고, 최승규씨가 움직이기 불편한 점을 박종렬 씨가 대신해주며 두 사람은 대학도 졸업하고 사회복지사 자격증을 취득했다.

이 외에도 대한민국 첫 국민참여재판 실제 사건을 다룬 영화 ‘배심원들’, 친동생을 죽였다고 자백한 10살 소녀의 진실에 관한 실화 바탕 드라마 ‘어린 의뢰인’ 등이 개봉을 앞두고 있다.

■ 실화 트렌드..현실적일수록 공감 받기 쉬워

실화 소재 영화를 창작자들이 선호하는 이유는 관객들의 공감을 쉽게 받을 수 있기 때문이다. 한 영화 제작사 관계자는 “실화를 소재로 한 영화는 특유의 리얼리티와 현실적인 내용으로 관객들의 공감대를 자극하기 쉽다”고 말했다.

다양한 포맷에서 콘텐츠가 넘쳐나는 현 시대에 실화를 소재로 한 작품은 단연 매력적인 소재라는 목소리도 나온다. 또 다른 영화 관계자는 “수 없이 많은 작품들이 쏟아지는 가운데, 소재 고갈과 클리셰는 큰 문제”라며 “실화를 소재로 했다는 것 자체만으로 관객들의 호기심을 자극하기 용이하다. 실화 소재만의 진실됨과 신선함이 있기 때문”이라고 짚었다.

사진=해당 영화 포스터 

양지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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