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스경제=양지원 기자] 영화 ‘공포의 묘지’는 공포소설의 대가로 불리는 스티븐 킹의 소설 ‘애완동물 공동묘지’를 원작으로 한 작품이다. 단순한 공포영화에 그치지 않고 그릇된 부성애가 불러온 참혹한 비극을 통해 씁쓸한 뒷맛을 남긴다.

‘공포의 묘지’는 사고로 목숨을 잃은 딸이 죽은 것이 살아 돌아오는 애완동물 공동묘지에 묻힌 뒤 살아 돌아와 가족들에게 공포의 대상이 되면서 벌어지는 일을 다룬다.

영화는 대부분의 가족 공포영화가 그랬듯이 단란한 가족의 모습으로 시작한다. 도시 생활을 버리고 전원생활을 택한 의사 루이스 크리드(제이슨 클락)는 누구보다 아내 레이첼(에이미 세이메츠)과 딸 엘리(주테 로랑스)를 사랑하는 가장이다. 걸음마를 겨우 뗀 아들도 있다.

하지만 메인주로 이사 온 후부터 기이한 일들이 벌어진다. 에이미는 어린 시절 언니의 죽음을 목격한 트라우마가 되살아난다. 루이스는 자신이 살리지 못한 청년이 자꾸 눈앞에 나타나 괴로워한다. 삶과 죽음의 경계가 모호한 마을에서 크리드 가족은 혼란스러워한다. 그러다 엘리가 아끼는 고양이 처치가 트럭에 치여 숨을 거두고 엘리는 슬픔에서 헤어 나오지 못한다.

영화 '공포의 묘지' 리뷰./

루이스는 사랑스러운 딸을 위해 극단적인 방법을 택한다. 죽은 것이 살아 돌아온다는 애완동물 공동묘지에 처치를 묻은 것. 그러나 살아 돌아온 처치는 예전의 사랑스러운 고양이가 아닌 괴물에 가까운 행동을 보인다. 그러던 어느 날 엘리까지 불의의 사고로 목숨을 잃게 된다. 루이스는 딸을 다시 살리기 위해 애완동물 공동묘지에 묻는다. 다시 돌아온 엘리는 전과 같은 모습이 아니다. 위협적인 존재로 변해 크리드 가족을 위협한다.

‘공포의 묘지’는 가족 공포극이다. 사랑스럽던, 핏줄로 얽혀있는 가족이 전혀 다른 모습의 공포의 대상이 된다는 스토리로 공포감을 불어넣는다. 이성적인 사고와 본능 사이에서 고민하는 루이스의 모습은 관객의 공감대를 자아낸다. 인간 내면의 감정을 파고들며 공포감 뿐 아니라 다양한 감정을 느끼게 한다. 사후세계를 부정하고 누구보다 이성적이지만 사랑하는 딸의 죽음에 그릇된 선택을 하는 루이스를 무조건 비난할 수 없는 이유다.

시각과 청각을 사로잡는 디테일한 연출이 돋보인다. 끔찍하고 기괴한 장면이 연속적으로 펼쳐진다. 공포영화 특유의 관객을 깜짝 놀라게 하는 장면들 역시 곳곳에 숨겨져 있다. 공포영화의 미덕에 충실한 영화다.

엘리를 연기한 아역배우 주테 로랑스의 열연이 시선을 사로잡는다. 사랑스러운 아이의 모습에서 기괴한 공포의 대상으로 완벽히 변신한다. 소름 돋는 눈빛과 말투로 관객의 간담을 서늘하게 한다.

다만 결말이 아쉽다. 끝까지 긴장감을 유지하다가 급히 이야기를 매듭지어버려 맥이 풀린다. 공포영화의 색다른 결말을 기대한 관객이라면 실망할 수 있다. 러닝타임 97분. 15세 관람가. 10일 개봉.

사진=롯데엔터테인먼트 제공 

 

양지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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