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용요약 기아차, 북미 생산 '텔루라이드' 생산 중단 요구
르노삼성 노조는 이틀 동안 부분파업 진행
현대차, 정년퇴직 따른 신규 고용 두고 입장 차

[한스경제=강한빛 기자]

서울 양재동 현대기아차 본사/사진=연합뉴스

올해 자동차업체들의 단체협상에서 '고용 안정'이 최대 이슈가 될 것으로 보인다.

글로벌 경기 둔화, 전기차 확대 등이 맞물리며 완성차 업체의 고용 위기가 갈수록 심각해지고 있기 때문. 하지만 기아자동차 노동조합 등에서 현실과 동떨어진 요구를 제기하면서 노사간 단체협상에 험로가 예상되고 있다. 

◆해외 생산에 속 타는 국내 노조 “일자리 지켜라”

10일 업계에 따르면 기아차 노조는 지난 1일부터 시작한 정기 대의원대회의 안건 가운데 SUV(스포츠유틸리티차)인 '텔루라이드'와 'SP2' 해외 생산 중단을 요구하는 안건이 포함했다.

이들이 생산중단을 요구하는 텔루라이드는 북미 시장의 입맛에 맞춰 출시됐다. 미국 조지아 공장에서 생산돼 미국에서만 판매된다. 공략은 제대로 통했다. 2개월 만에 5000여 대가 판매되며 그동안 미국 시장에서 실적 부진을 겪던 기아차에 청신호를 밝혔다.

한편 노조는 속이 타고 있다. 글로벌 경기 둔화와 국내 물량 감소가 우려되는 상황에서 해외 거점 생산이 늘어날 경우 국내 사업장에서 구조조정 같은 위험요소를 배제할 수 없기 때문이다.

기아차 노조의 주장에 대해 억지 주장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기아차 사측은 단체협약에 따라 이전 노조 집행부에 북미 전용으로 개발, 생산한다는 계획을 설명했기에 협약 위반이 아니라는 입장이다. 또 텔루라이드는 휘발유 모델만 개발한 상태로 화성공장의 모하비 생산 라인에서 혼류 생산하는 것은 현실적으로 어렵다고 설명했다.

해외 생산 중단 요구를 받는 소형 SUV SP2 역시 국내에서는 7월부터, 인도서는 9월부터 병행 생산하기로 이전 집행부 시절 노사 간 협의가 이뤄졌다는 입장이다.

기아차 텔루라이드/사진=기아자동차

◆ 노조, “고용안정 최우선” 목소리 높여

르노삼성자동차는 10일, 12일 4시간씩 부분파업을 벌인다. 지난해 6월 처음 협상을 시작한 이후 지금까지 25차례에 걸쳐 협상을 진행했지만 합의점을 찾지 못하고 갈등이 장기화하고 있다.

르노삼성 노사는 지난 9일 오후 임단협을 위한 교섭을 재개했지만 양측 모두 뚜렷한 합의점에 도달하지 못해 결렬됐다. 이 가운데 사측 교섭 위원이었던 이기인 제조본부장(부사장)이 9일 회사를 떠났다. 

노조는 1차 집중교섭 당시 작업 전환배치 합의 요구와 신규 직원 200명 채용, 시간당 표준 생산량 감소 등을 요구했다. 이에 대해 사측은 작업 전환배치 합의안은 인사·경영권에 관한 문제로 노사협상의 대상이 될 수 없다고 맞대응 했다.

이 과정에서 르노삼성 부산공장 생산물량의 절대적인 비중을 차지하는 닛산 로그 물량이 지난해 10만대에서 6만대로 줄었다. 9월 이후 신형 로그 후속 물량 배정도 사실상 물 건너갔다는 분석이다.

이재갑 고용노동부 장관은 11일 부산공장을 방문해 노사 대표를 만나 입장을 듣기로 했지만, 난항이 예상된다. 중재에 실패할 경우 근무제 변경은 물론 공장 가동 중단, 나아가 일자리 축소로 이어질 가능성이 커 우려가 제기되고 있다.

지난 2월 28일 부산시의회 브리핑룸에서 르노삼성자동차노동조합과 금속노조, 민주노총이 르노삼성차 부산공장 노조 파업과 관련해 기자회견을 열고 공동투쟁 결의 내용을 밝히고 있다./사진=연합뉴스

현대차 노조 역시 고용안정을 최우선 과제로 강조하고 있다. 9일 발행한 지부 소식지를 통해 "올해 단체교섭 승리와 고용안정에 만전을 다하겠다"며 목소리를 냈다.

지난해 현대차 노조는 금속노조, 기아차 노조와 공동으로 '미래 자동차의 변화와 노동조합의 대응'이란 연구용역을 시행했다.

노조는 연구용역 결과를 토대로 2025년까지 현대차 국내생산 전기차가 45만대로 확대되면 내연기관과 변속기가 없어지면서 사라지는 일자리가 3000여개일 것으로 보고 있다. 또한 4차 산업혁명에 따른 제조공정의 기술 변화로도 일자리가 2000여개 감소할 것으로 분석했다.

사측은 전기차 확대에 따른 일자리 감소 규모는 노조와 같은 3000여개로 분석했지만, 4차 산업혁명에 따른 감소분은 노조의 2배인 4000여개로 추정했다.

현대차 노사는 감소 규모 추정에는 이견을 보였지만, 전기차와 공장 자동화 등에 따른 감원의 필요성에는 공감하고 있다.

아울러 노조는 2025년까지 1만7500명이 정년퇴직하면 이런 감소 요인을 고려해 1만여명을 신규 고용해야 한다고 밝혔다. 이는 사측이 추정한 7000여명 감소를 사실상 수용한 것으로 해석된다. 그러나 사측은 정년퇴직에 따른 신규 고용은 하지 않겠다는 입장이라 노조와 충돌이 예상되고 있다.

강한빛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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