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스경제=양지원 기자] 배우 김윤석이 영화 ‘미성년’(11일 개봉)을 통해 첫 감독 연출작을 내놨다. ‘신인 감독’으로 첫 작품을 선보이며 가슴 한 편에 간직한 연출가로서 꿈을 이뤘다. ‘미성년’은 김윤석이 옴니버스 창작 연극 중 한 편을 보고 연출을 결심한 작품이다. 어른들이 벌인 사고를 수습하기 위해 나서는 미성년 여고생들의 이야기를 담았다. 첫 입봉작임에도 불구하고 세심한 연출과 배우들의 감정 연기가 살아있다는 호평을 받고 있다. 김 감독은 “현장에서 제작진들과 계속 대화를 나누는 작업을 거쳤다”며 “드라마와 캐릭터로만 승부를 거는 작품을 꼭 하고 싶었다”고 설명했다.

-‘미성년’을 연출하게 된 계기가 있나.

“원작은 미완성 연극이다. 2014년 겨울에 연극 창작극 페스티벌에서 만난 작품이다. 어른들이 친 사고를 수습하려고 학생들이 학교 옥상에서 싸우는 모습이 굉장히 신선했다. 불륜 소재는 흔하지만 그걸 아이들의 시선으로 담아내니 독특했다. 에너지가 굉장했다. 원래 남학생, 여학생이 주인공이었는데 영화로 가져오면서 둘 다 여학생으로 설정했다. 원작자 이보람 작가를 만나 함께 작업했다. 연극은 아이들의 비중이 70%이상이지만 영화화를 하면서 영주(염정아)와 미희(김소진)의 비중을 높였다. 내가 연기한 대원은 이 네 사람에 비하면 비중이 없다. 원인 제공자의 모습이다.”

-염정아는 ‘스카이 캐슬’ 뿐 아니라 ‘미성년’에서도 독보적인 호연을 펼쳤는데.

“아마 ‘스카이 캐슬’을 찍고 난 후라면 안 하지 않았을까 싶다. (웃음) 불친절한 시나리오를 보고도 하루 만에 출연하겠다고 연락이 와서 너무 고마웠다. 염정아는 지르는 연기가 아닌 누르는 연기를 정말 엄청나게 잘 해줬다. 너무 훌륭하게 해주었기에 뭔가 마음을 드러내는 신을 만들고 싶었다. 그게 고해성사 장면이다. 사람 앞에서는 속내를 말 안 하지만 신부 앞에서는 속을 드러낸다. ‘저는 마음이 너무 힘듭니다’라고.”

-대원을 직접 연기한 이유가 있나.

“일단 많은 배우들에게 거절당했다. 작품은 좋은데 다들 선약이 있다고 했다. 선수들은 이 시나리오를 봤을 때 대원이 기능적으로 보조하는 역할이라는 것을 안다. 대원은 앞모습이 거의 나오지 않는다. 내가 직접 하는 게 낫겠다 싶어서 연기했는데 감독과 배우를 다 하려니 너무 힘들었다. 다음 작품에서는 내가 출연하지 않을 거다. 연출과 출연을 동시에 하는 하정우가 정말 존경스럽다.”

영화 '미성년' 포스터.

-비록 비중은 적지만 배우로서 연기한 적 없는 캐릭터를 소화했는데.

“리딩할 때 대원의 대사를 읽으면 다 뒤집어졌다. 그 대사를 읽는 내가 제일 많이 웃었다. 내가 쓴 대사지만 너무 웃겼다. 하지만 막상 촬영에 돌입하니 대원 역할을 충분히 즐기지 못했다. 매 장면을 확인하기 바빴다. 대원도 대원이지만 영주의 반응이나 이런 걸 봐야 하기 때문이다. 대원은 분노를 유발하는 캐릭터다. 강약 조절이 굉장히 중요했다. 인간의 가장 약한 모습, 회피하는 모습의 대명사로 만든 캐릭터기 때문에 완급 조절이 필요했다. 드라마 속에 숨어 있는 블랙코미디 요소를 이 인물을 통해 보여줘야 했다.”

-현장에서 ‘감독님’이라는 호칭을 들었을 때 기분은 어땠나.

“어색했다. 그런데 촬영에 들어가니 어색할 새도 없었다. ‘내가 감독님이라는 소리를 듣네’라고 감상할 수 있는 시간이 없었다. 게다가 난 신인감독이지 않나. 준비할 게 너무 많았다.”

-연출적으로 섬세한 디테일이 돋보였다. 10대 소녀들의 감성을 이해하기 위해 어떤 노력을 기울였나.

“원작 작가가 여성이고 주연 배우들도 모두 여성이다. 제작진들도 여성이 많았다. 이들의 의견이 필요했다. 그렇게 검증과정을 거쳤다. 네 명의 주연배우도 함께 계속 대화를 나누는 작업을 했다.”

-주리와 윤아를 연기한 김혜준과 박세진은 연기 경험이 많지 않은 신인인데 어떤 도움을 줬나.

“크랭크인 전부터 만나는 시간을 많이 가졌다. 옥상에서 싸우는 장면이 워낙 중요하다 보니 계속 마음의 벽을 허물어야 한다고 생각했다. 솔직히 날 대하기 얼마나 어렵겠나. 감독이라기보다 연기자 선배로서 힘든 걸 언제든지 얘기할 수 있도록 도움을 주려 했다.”

-사실 상 액션이나 범죄극이 아닌 만큼 투자사들에서 선호할 작품은 아니기도 한데.

“투자사에서 좋아하지 않는 소재다. 상업영화로 나올 만한 게 아니라고 판단할 거였기 때문에 중간에 놓아버릴까라는 생각도 많이 했다. 하지만 오로지 캐릭터와 드라마만으로 승부를 거는 작품을 꼭 하고 싶었다. 2014년에 준비해서 2019년에 개봉했으니 딱 5년 걸렸다. 그 당시에는 3년 정도 걸릴 줄 알았는데 정말 철딱서니 없었다. 그래도 기적적으로 캐스팅이 되면서 힘이 붙었다고 생각한다. 20억 정도의 제작비로 이 영화를 만들 수 있다는 것에 감사했다. 내가 감독으로서는 전혀 검증되지 않았으니까.”

-마지막 엔딩은 호불호가 갈릴 듯하다.

“엔딩은 시나리오 단계에서 정말 많이 바꿨다. 이 장면을 좋아할 거라고 생각하지 않는다. 그걸 모를 리는 없다. 충분히 논란이 일어날 것이고, 호불호가 갈릴 것이라고 생각한다. 작가와 많이 고민하다 내린 결론이다. 그렇지만 17세 여고생이 할 수 있는 최선의 행동이라고 판단했다. 어른들을 향해 ‘너희들이 한 짓을 잊지 않겠다’는 의미도 있다. 나이만 먹는다고 어른이 아니다. 아름다운 성년이 되기 위해 노력해야 한다.”

사진=쇼박스 제공 

양지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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