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8일 고 조양호 회장이 별세한 후 벌어지는 한진그룹 경영권 분쟁에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사진=연합뉴스

[한스경제=김호연 기자] 국내 행동주의 펀드 KCGI(일명 강성부펀드)의 한진그룹 지주회사 한진칼 지분 매입이 공격적으로 진행되면서 한진칼 경영권 향방에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11일 금융투자업계와 한진그룹에 따르면 KCGI는 보유한 한진칼 지분을 지난달 29일 열린 정기 주주총회부터 꾸준히 불려 왔다. 주총 당일 13.05%였던 지분율은 10일 기준 13.47%로 0.42%포인트 증가했다. 총 63억원을 들여 25만3524주를 추가 매입했다. 일각에서는 한진그룹 조양호 회장의 타계 전후로 KCGI의 한진칼 지분 매입이 진행되는 걸 두고 양 측의 물러설수 없는 공방전이 치열한 것으로 본다.

KCGI는 최근 공시기준으로 단일주주로 최대 주주인 고 조양호 회장(17.84%)과의 지분차를 4.27%포인트까지 좁히면서 2대주주로 자리잡았다.

재계 관계자들은 “KCGI가 주총에서의 패배 이후 지속적으로 지분을 매입하고 있는 것은 향후 경영권 확보를 위한 기반 마련 차원으로 볼 수 있다”며 “조양호 회장의 별세 소식이 전해진 날(결제일 기준)에도 지분을 매입한 정황을 볼때도 이런 의지가 강하게 엿보인다”고 말했다.

KCGI는 앞서 주총에서 법적 문제에 막혀 자신들이 제안한 안건을 최종 상정하지 못했다. 주총 당일에도 회사 측 안건 중 일부에 강력하게 반대 의사를 밝히기도 했지만 승인을 막지 못했다. 이후 지분 매입으로 몸집 불리기에 나서면서 경영권 획득을 위한 기반을 다지고 있다는 게 금융투자업계 안팎의 시각이다.

하지만 조 회장이 경영권 승계 문제를 해결하지 못한 채 세상을 떠나면서 새로운 국면을 맞았다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한진칼 지분 상속에 따른 조원태 사장등 상속인들의 상속세(대금) 마련이 관건이다. 조 회장의 지분에 대한 상속세는 최근 지주회사인 한진칼 주가 상승등으로 약 2000억원으로 평가된다.

경영권에 영향을 주는 한진칼 지분 외 한진, 정석기업, 토파스여행정보 등 지분을 매각하면 약 750억원의 재원을 마련할 수 있다고 금융투자업계는 보고 있지만 절대 금액상으로는 부족한 상황이다. 나머지는 부동산 등의 자산을 매각해야 하는데 주주 동의가 필요한 사안이라 재원 마련이 쉽지 않다는 지적이 적지 않다.

고 조회장의 유족인 원태·현아·현민 3남매가 가용 가능한 현금 부족으로 지분 상속세를 주식으로 대납할 경우 KCGI에게 최대주주 자리를 내주는 사태가 발생할 수 있다.

기존 조양호 회장과 3남매 지분율은 24.82%에 달한다. 하지만 상속세를 전액 물납할 시 지분율은 15.87%로 급감한다. 2배 넘게 차이가 났던 KCGI와의 지분 격차는 크게 줄어든다.

오너 일가의 지배력은 약해질 가능성이 크지만 KCGI는 점차 지분을 높이며 한진칼 내 입지를 키우고 있는 중이다. KCGI는 지분 매입으로 강화된 지배력을 바탕으로 기존 경영진을 교체해 경영권 장악을 시도할 것으로 보인다.

일각에선 조정호 메리츠금융지주 회장의 행보에도 주목하고 있다. 고 조양호 회장의 막내 동생인 그는 2002년 선친 조중훈 회장이 별세 한 후 조양호 회장과 경영권 분쟁을 벌였다. 따라서 조씨 일가의 경영권 수호를 돕는 대신 KCGI와 손잡을 가능성도 높다는 분석도 나오고 있다.

한진가 사정을 들여다보고 있는 한 시장 전문가는 “현 시점에서 메리츠금융과 KCGI의 친소관계는 특정인 외에는 누구도 모른다”며 “KCGI를 이끄는 강성부 대표는 범LG 그룹인 LIG의 사모펀드 LK파트너스 출신이고, 조정호 회장의 부인(구자학 아워홈 회장 차녀인 구명진)이 범 LG그룹 사람이라는 연결고리는 있지만 한진그룹 경영권 방어 및 공격의 측면에서 지금 양 측의 입장을 단정할 수 있는 팩트는 확인하기 힘들다"며 최종 결과예측에 대해서는 말을 아꼈다.

김호연 기자

저작권자 © 한스경제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