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용요약 손보업계 “구체적인 논의 시간 걸릴 것”
출생 전 태아도 상해보험 피보험자에 해당되기 때문에 분만 시 상해사고가 발생했다면 보험사가 보험금을 지급해야 한다는 대법원 판단이 나왔다. /사진=연합뉴스

[한스경제=이승훈 기자] 분만 시 태아에게 상해사고 발생시 보험사가 보험금을 지급해야한다는 대법원 판결이 나온 가운데 손해보험 업계는 태아 관련 모든 사례에 적용되는 것은 아니라며 추이를 지켜보겠다는 입장이다.

11일 법조계 및 관련업계에 따르면 대법원 3부(주심 민유숙 대법관)는 현대해상화재보험이 임 모씨를 상대로 낸 채무부존재 확인소송 상고심에서 원고 패소 판결한 원심을 확정했다고 지난 7일 밝혔다.

재판부는 "헌법상 생명권의 주체가 되는 태아에게도 보호해야 할 법익이 있다"고 판단했다.

임씨는 임신 중이던 2011년 8월 현대해상과 태아를 피보험자로 하는 보험 계약을 체결했고 이듬해 1월 분만과정에서 아이는 뇌 손상으로 양쪽 시력을 영구적으로 완전히 상실했다.

보험사는 신생아 특약 등에 따라 1031만원의 보험금을 지급했으나 임씨는 보통약관 등에 따라 1억2200만원의 보험금을 달라고 청구했다. 그러나 보험사는 보험금 지급 사유에 해당하지 않는다며 소송을 제기했다.

재판 과정에서 보험사는 사람은 출생 시부터 권리·의무의 주체가 될 수 있고, 해당 보험계약 특별약관이 태아는 출생 시 피보험자가 된다고 규정해 보험금 지급대상이 아니라고 주장했다.

또 분만과정에서 A양이 입은 상해는 '동의 아래 이뤄진 의료행위'로 인한 것이라 보험계약 보장대상인 '우연한 사고'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했다.

1,2심은 "현대해상은 스스로 태아 상태인 A양을 피보험자로 보험계약을 맺은 이상 보험계약의 1회 보험료를 납부한 2011년 8월부터 A양은 피보험자가 된다"고 판단했다.

이어 "비록 A양 또는 그 보호자가 분만을 위한 의료적 처치에 동의했다고 해도, 그러한 사정만으로 치명적 상해가 발생해 영구적 시각장해 상태에 이르는 결과까지 동의했다고 할 수는 없어 A양이 입은 상해는 해당 보험계약이 보장하는 '우연한 사고'에 해당한다"고 원고 패소 판결했다.

금융당국 또한 임산부와 태아와 관련된 표준약관 개정을 검토하면서 이 같은 대법원 판결에 대응하고 있다.

최신 판례를 기반으로 임산부와 태아를 보장 대상으로 하는 보험약관을 명확하게 재정비함으로써 불필요한 분쟁을 예방하기 위한 목적이라는 분석이다.

일각에서는 보험금 지급 인정범위와 대상 상품군 확정 등 손보업계의 긴장감이 높아질 수 있다며 대법원 판결에 따른 보험금 지급 및 지연이자 문제를 우려하고 있다고 본다.

손보사 관계자는 “이번 대법원 판결의 쟁점이 태아의 뇌손상을 상해로 볼지 아니면 질병으로 볼지 였다”며 “이번 판결은 뇌손상을 상해로 본 케이스로 유사한 분쟁 건은 영향을 미치겠지만 특수한 사례를 모든 상황에 적용하는 것은 아니다”고 말했다.

이어 “따라서 당장 태아보험 관련 모든 사항에 영향을 미치는 건 아니다”라고 설명했다.

다른 손보사 관계자는 “판례가 이제 막 나왔기 때문에 판례 선고 전문이 내려오거나 금융당국의 표준약관 개정 등 기준 확정에도 시일이 걸린다”며 “구체적인 업계 논의가 필요하다면 시간이 좀 걸릴 것”이라고 말했다.

이승훈 기자

저작권자 © 한스경제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