높아진 몸값 부담에…게임 계열사 분리매각 가능성 제기
[한스경제=허지은 기자] 넥슨 매각이 장기전 양상을 보이면서 ‘분리 매각’ 가능성이 제기되고 있다.
매물로 나온 넥슨 몸값이 최대 15조원에 육박하면서 김정주 NXC 대표가 게임 계열사만 별도로 분리해 ‘쪼개팔기’에 나설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15일 게임업계와 IB(투자은행)업계에 따르면 넥슨 인수를 위한 우선협상대상자를 선정하는 본입찰이 이달 말이나 다음달 초로 연기됐다. 당초 이달 초에 진행될 예정이었으나 이달 중순으로 한 차례 연기됐고, 이번에 다시 연기된 것이다. 일각에서는 이보다 더 늦어질 거라는 전망도 나오고 있다.
넥슨은 올해 M&A(인수·합병)시장 최대어로 떠올랐으나 예상 외로 매각 속도를 내지 못 하고 있다. 업계에선 지난 1월 넥슨 매각이 기정사실화 된 후 실적 상승, 신작 흥행 등으로 넥슨 몸값이 크게 높아지면서 인수 의향을 밝힌 기업들이 소극적 움직임을 보이고 있기 때문이라는 분석을 내놓고 있다.
◆ 넥슨 매각 규모 15조원…게임 계열사 분리 매각 나설까
현재 넥슨의 매각 규모는 약 15조원 안팎으로 점쳐진다. 김정주 대표는 지난 1월 본인과 부인 유정현 NXC 감사 등 특수관계인이 보유한 NXC 지분(98.64%) 전량을 매물로 내놨다. 넥슨 인수를 위해서는 김 대표가 내놓은 지분 중 66.7%(약 10조원 규모)를 사들여야 한다. 국내 M&A 시장에 나온 물건 중 단일 규모로는 역대 최대다.
넥슨의 지배구조는 ‘김 대표→NXC→넥슨 일본 법인→넥슨코리아’로 연결된다. 넥슨코리아 산하에는 ‘던전앤파이터’의 네오플, ‘서든어택’의 넥슨지티, ‘히트’의 넷게임즈 등 10여개 자회사가 있다. 때문에 이번 매각의 핵심은 중간지주회사 넥슨 일본 법인과 넥슨코리아 산하 게임 계열사다.
일각에서 게임 계열사 분리 매각설이 나오는 이유도 이 때문이다. 실제로 영국 파이낸셜타임스(FT)는 최근 “NXC 주인들은 NXC를 매각하려던 계획을 폐기하고 게임 부문만 따로 매각하기로 결정했다”고 보도했다. 김정주 NXC 대표가 보유 지분 전량 대신 게임 계열사만 별도로 분리해 매각할 수 있다는 것이다.
◆ 中 텐센트도 변수…최종 유찰 가능성도 제기
현재 넥슨 인수전은 카카오, 텐센트, MBK파트너스, 베인캐피털, KKR 등 5곳이 적격인수후보로 선정, 본입찰 참여를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넷마블은 예비입찰 참여 결과 적격인수후보에서 제외됐지만 MBK파트너스와의 컨소시엄을 통해 간접 참여할 예정이다.
이중 가장 주목해야할 기업은 텐센트다. 텐센트는 전세계 게임 시장 1위인 중국 최대 게임업체인데다 보유 중인 현금성 자산까지 충분해 인수 가능성이 가장 높은 곳으로 꼽히고 있다. 텐센트는 현재 248억7000만달러(약 28조3500억원)의 현금성 자산을 보유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진다. 또 텐센트가 넷마블과 카카오 지분 각각 17.7%, 6.7%씩을 보유하고 있다는 점에서 카카오와 넷마블 등 국내 기업이 텐센트의 눈치를 보지 않을 수 없다는 분석도 나온다.
다만 일각에서는 최종 유찰 가능성도 제기되고 있다. 넥슨 인수전이 경쟁 구도로 흘러가는 사이 넥슨 주가도 고공행진을 기록하며 몸값이 계속해서 높아지고 있기 때문. 매각설이 처음 불거진 지난 1월 1300엔대에 머물던 넥슨 주가는 이날 현재 1600엔대 후반에서 등락을 반복하고 있다. 여기에 넥슨이 올해 상반기에만 14종의 모바일 신작을 쏟아낼 예정이어서 추가적인 주가 상승 여력도 충분한 상황이다.
익명을 요구한 한 증권사 연구원은 “현재 넥슨 인수를 추진 중인 기업 중 부담을 느끼지 않는 곳이 없을 것”이라며 “지나친 인수가격 상승에 따른 ‘승자의 저주’와 인수 실패 시 후폭풍 등을 감안하면 현재 후보로 압축된 업체들이 최종 인수에 나서지 않을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고 말했다.
허지은 기자 hur@sporbiz.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