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소셜커머스 시장은 '공동구매' 등 업계 특성이 아닌, 모바일 쇼핑 시장 확대를 타고 성장했다. 때문에 다른 온라인 유통업계와 상당 부분 시장을 공유, 경쟁이 불가피하다. 각 소셜커머스사 앱 초기화면 캡처

소셜커머스 3사가 지나친 치킨게임을 벌이고 있다는 지적이 실제로 확인됐다. 최근 3개 업체가 공시한 사업보고서에 따르면 작년 이들의 영업손실액은 총 8,346억원에 이른다. 전년(1,751억원)보다 4배가 증가했다. 업체별 영업적자는 쿠팡이 5,470억원, 티몬이 1,452억원, 위메프가 1,424억원이다.

자본잠식 문제도 심각하다. 이미 위메프(-1,148억원)는 자본잠식 상태다. 쿠팡은 작년 자본총계가 4,244억원으로, 적자폭을 줄이지 않는다면 올해 1,000억원 가량의 마이너스 자본이 불가피하다. 티몬은 작년에 자본이 -2,241억원이라고 공시했지만, 지난 3월 22일 지배기업 리빙소셜코리아(LivingSocial Korea Inc)와 합병, 자본잠식을 벗어났다고 덧붙였다.

전문가들은 소셜커머스의 수익성도 문제가 있다고 진단한다. 쿠팡의 작년 매출액 대비 이익률이 0.13%에 불과했던 것이다. 상품 매출이 9,903억8,886만원, 원가가 9,890억8,297만원으로 1조 가까운 장사에 고작 13억589만원을 남겼다. 위메프(10%)와 티몬(41%)에 비교하면, 빛 좋은 개살구였던 셈이다.

이 같이 어려운 상황에 쳐해있으면서도 소셜커머스 업체들은 그리 심각해보이지 않는다. 어느 업체가 더 매출 순위가 높은지에만 관심을 둔 모습이다.

금융감독원의 전자공시에 따르면 매출 규모에 따른 업계 순위는 1위 쿠팡(1조1,337억5,000만원), 2위 위메프(2,165억원), 3위 티몬(1,959억원)이다.

그런데 3위 티몬은 2위인 위메프가 매출에 쿠폰액을 포함, 부당하게 업계 2위를 차지했다는 의혹을 제기했다. 위메프는 이를 사실 무근이라며 반박했지만, 작년에도 위메프가 2014년도 매출을 600억 가량 부풀린 적이 있어 논란은 쉽게 가라앉지 않을 전망이다.

압도적인 1위인 쿠팡은 업계를 벗어나 인터넷 유통사들과 무의미한 자존심 대결 중이다. 쿠팡은 종전까지 국내 전자상거래 업계의 매출 1위였던 이베이코리아(8,000억원)를 제치고 국내 전자상거래 업계에서 처음으로 매출 1조원을 넘어섰다고 최근 알렸다.

하지만 실제로는 쿠팡의 매출이 상품 판매대금을 전부 포함한 탓에 메출에 판매 수수료만 잡은 이베이코리아와는 비교할 수 없다는 것이 업계의 중론이다. 쿠팡의 주장이 공허하게 들리는 이유다.

 

◆ 앞으로 몇 년이나 더 버틸까?

이에 따라 관계자들 사이에선 소셜커머스 업체들이 올해를 무사히 넘길 수 있냐는 의문이 끊이지 않는다.

가장 먼저 문제가 되는 것은 자본상황이다. 가장 심각한 곳은 위메프로, 작년과 같은 적자를 본다면 자본잠식이 1년 매출액 수준에 이르게 된다. 쿠팡도 1,000억원 수준의 자본잠식이 불가피하다. 티몬도 자본을 500억 이상 확보하지 않았다면, 내년에는 자본잠식을 겪을 것으로 예상된다.

이보다 더 큰 문제는 소셜커머스 시장이 더 이상 소셜커머스 업계의 전유물이 아니라는 데 있다. 소셜커머스란 본래 공동구매를 유치하거나, 상품을 직접 매입해 상품을 저렴하게 판매하는 서비스다. 하지만 업계는 이미 몇년 전부터 중개유통업 비중을 늘리면서, 사실상 전자상거래 업계와 시장을 공유하고 있는 상태다.

특히 쿠팡은 작년에 물류센터와 로켓배송 등에 투자하고 오픈마켓 서비스인 ‘마켓플레이스’를 개시하면서 이마트나 지마켓 등 유통사들에 대한 선전포고를 했다.

실제로 소셜커머스 업계는 최근 소셜커머스의 장점을 흡수한 유통업계의 공세에 맞서고 있다. 이미 갖춰진 배송망을 무기로, 생필품 가격을 확 낮춘 온라인 몰 이마트의 ‘가격의 끝’행사, 소셜커머스의 핫딜을 모방한 지마켓의 ‘G9’등이다.

한 전문가는 “올해도 작년과 비슷하다고 가정하면, 아마 올해 말에는 소셜커머스 업체 한두 개가 결국 파산 지경에 이르지 않을까 우려된다”고 평가했다.

 

◆ 소셜커머스 업계, “살기 위해서는 사업 확장 불가피”

이 같은 위기 속에서도 소셜커머스 업체들이 투자를 멈추지 않는 이유는 시장이 계속 커지고 있기 때문이다. 국내 소셜커머스 시장 규모는 작년 총 매출 1조5,454억원 수준으로, 전년(6,319억원)보다 3배 가까이 커졌다. 쿠팡의 실적이 공개되지 않았던 2013년에는 티몬과 위매프 양사의 매 출이 1,933억원밖에 안됐었다.

적자 내용이 장기적인 관점에서 보면 투자였다는 것도 업계가 크게 우려하지 않는 근거다. 쿠팡은 최근 공시가 발표된 직후 적자폭에 대해 “작년 적자 내용의 89% 정도가 물류와 로켓 배송 등 선제 투자 비용”이라며 ‘계획된 적자’라고 표현했다. 위메프는 직매입 사업 확장을, 티몬은 고객 확대 마케팅 비용 증가를 적자 원인으로 소개하며, 당장의 적자가 큰 문제가 아니라고 주장했다.

아직은 소셜커머스 업체가 자본유치를 잘 하고 있다는 것도 적자를 감수할 만한 호재다. 작년에 쿠팡은 일본 소프트뱅크로부터 10억달러(약 1조1,500억원)를, 위메프는 넥슨의 지주사 NXC로부터 1,000억원의 투자를 받은 바 있다. 티몬은 최근 NHN엔터테인먼트로부터 4,000만달러(약460억원)를 유치했다.

이에 대해 한 업계 관계자는 “이미 소셜커머스와 전자상거래 업계의 구분이 모호해진 지금, 소셜커머스의 적자는 치킨게임을 위한 것이라기보다 사업을 확장하기 위한 것으로 봐야한다”며 “상대적으로 규모가 작은 소셜커머스 업계가 대형 유통사들과 경쟁하기 위해서는 지금과 같은 출혈이 불가피하다”고 설명했다.

김재웅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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