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스경제=양지원 기자] 배우 염정아가 행복한 ‘제 2의 전성시대’를 맞이했다. 지난 해 영화 ‘완벽한 타인’을 시작으로 상반기 뜨거운 화제작 JTBC 드라마 ‘SKY 캐슬’(스카이 캐슬)까지 흥행에 성공했다. 매 작품마다 새로운 캐릭터로 눈부신 활약을 거둔 염정아가 영화 ‘미성년’(10일 개봉)에서는 관객의 공감을 자아내는 연기를 펼쳤다. 남편의 외도를 알고도 감정을 억제하는 영주 역을 맡아 세심한 연기를 선보였다. 흔들리는 눈빛, 짙은 그림자가 드리워진 표정, 화장기 없는 얼굴로 온전히 캐릭터에 몰입한 연기를 보여줬다.

-‘미성년’을 촬영하며 행복했다고.

“영화 촬영 당시 만났던 후배들이나 동료들에게 ‘행복해’ ‘너무 좋아’라는 말을 달고 살았다. 너무 재미있는 현장이었다. 모두 모여 의견을 나누고 세심한 것 하나하나 맞춰갔기 때문이다. ‘스카이 캐슬’ 동생들이 영화를 보러 왔는데 내가 그렇게 행복하다고 한 이유를 알겠다고 하더라.”

-김윤석의 첫 연출작이다. ‘신인 감독’의 작품이라 걱정하진 않았나.

“한 번도 ‘혹시?’라는 생각을 한 적이 없다. 그냥 잘 하실 것 같았다. 김윤석의 연기는 디테일이 다르지 않나. 연출도 마찬가지일거라고 생각했다.”

-‘미성년’에 어떤 점이 끌려 출연을 결심했나.

“일단 시나리오가 배우 김윤석의 이미지와 너무 맞지 않아 깜짝 놀랐다. 이런 이야기에 관심이 있는 사람인 줄 몰랐다. 내가 아는 그 분과 너무 다를 것 같다는 생각이 들면서 자연스럽게 연출에 대한 궁금증이 생겼다. 첫 연출작인데 내게 책을 건넨 것도 너무 고마웠다.”

-남편 대원(김윤석)의 비밀을 알면서도 결코 먼저 말하지 않는 영주의 마음을 이해했나.

“나라며 어땠을지 모르겠다. 하지만 영주가 그렇게 한 건 충분히 이해한다. 불륜을 저지르고도 계속 외면하는 남편이다. 한 번도 그걸 정면으로 해결하려고 하지 않는다. 심지어 딸이 찾아가는데 도망가기까지 한다. 너무 어이없어서 헛웃음이 나는 상황들 아닌가. 그걸 봐야 하는 ‘영주의 속은 어땠을까’라는 생각이 들었다. 너무 안쓰러웠다.”

-‘스카이 캐슬’ 속 화려한 외형과는 다른 비주얼로 영주를 연기했다.

“색조 화장은 아예 하지 않았다. 피부는 최대한 건조해 보이는 메이크업으로 연출했다. 머리는 중간에 잘라야 하지만 애초에 자르고 시작했다. 긴 머리가 붙임 머리다.”

-극 중 대원의 불륜 상대인 미희(김소진)와 첫 만남이 인상적인데.

“배우들의 연기를 중심으로 이야기를 만드는 걸 알고 있었다. 그래서 부담스러웠고 더 잘하고 싶었다. 굉장히 많이 떨렸다. 내가 해석한 영주와 김윤석 감독이 생각한 영주가 다를까 봐 걱정됐다. 나를 믿고 있을 것 같은데 실망할까 봐 신경 쓰였다. 김소진의 연기를 보면서 에너지를 많이 얻었다. 매 장면마다 보이는 게 다르지 않나. 연기도 너무 잘하고 행동도 바르다. 함께 붙은 장면은 두 장면뿐이지만 굉장히 많이 가까워졌다.”

-육아와 일을 병행하고 있다. 연예계에서는 쉽게 볼 수 없는 성공사례인데.

“나도 힘들었다. 내 일을 하고 싶었지만 다 뜻대로 되지 않았다. 워낙 운이 좋은 편이라 상황에 맞춰서 일을 한 것 같다. 최대한 초조해하지 않으려고 했다. 주인공이 아니더라도 조금씩이라도 할 수 있는 게 있으면 그걸로 만족했다. 그러다 운 좋게 좋은 작품들을 연이어 만나게 됐다.”

-‘미성년’은 진짜 어른에 대한 질문을 던지는 영화다. 염정아가 생각하는 어른은 어떤 모습인가.

“평상시에도 나는 좀 객관적인 사람이 돼야 한다는 생각을 많이 했다. 감정에 휘둘려서 일을 그르치지 말아야 한다는 생각을 늘 하고 있다. 내 아이들에게도 좀 더 객관적으로 대해야 하는데 그게 잘 안 된다. ‘미성년’을 통해 객관적인 사람, 동시에 너그러운 사람이 돼야겠다는 생각을 많이 하게 됐다. 아마도 어른이 되고 싶어서 그런 것 같다.”

사진=쇼박스 제공 

양지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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