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용요약 국내 팹리스 업체는 200여개, 중국은 1300여개
글로벌 팹리스 시장 점유율에서도 한국은 1%미만
대규모 설비투자와 축적된 노하우 등 근본적 해결책 필요

[한스경제=정도영 기자] 지난해 반도체 시장은 슈퍼 호황을 맞이했지만 국내 팹리스(fabless·반도체 설계 전문기업) 상장사들 중 절반을 넘는 기업들이 중국의 팹리스에 밀리며 적자를 기록한 것으로 나타났다.

17일 업계와 기업들의 사업보고서에 따르면 국내 팹리스 상장사 24개 중 절반이 넘는 13곳이 작년에 영업손실을 기록한 것으로 집계됐다. 

또 팹리스 매출액의 상위 1~7위 기업들만 흑자를 냈을 뿐 8위 이후 기업들 중 적자를 면치 못한 기업은 4곳뿐인 것으로 나타났다.

작년 반도체 시장은 슈퍼 호황을 맞이했지만 국내 팹리스(fabless·반도체 설계 전문기업) 상장사들 중 절반을 넘는 기업들은 중국의 팹리스에 밀리며 적자를 기록한 것으로 나타났다. / 사진=연합뉴스

이들 기업 중 아나패스, 지스마트글로벌, 골드퍼시픽은 2017년 흑자를 기록했다가 지난해 적자 전환했다. 지난해 이들 팹리스 상장사의 매출 총액도 1조8959억원으로 전년보다 2.0%포인트 늘어나는데 그쳤다.

특히 팹리스 매출 1위를 기록하고 있는 LG그룹 계열사인 실리콘웍스가 24개 기업 중 전체 매출액의 40% 이상을 차지하고 있어 중하위권 기업들의 성장은 정체되어 있는 상황이다.

이 같은 결과로 인해 비(非) 메모리 반도체 분야의 중요한 한 축인 팹리스가 위축세를 면치 못하고 있는 상황이다.

이에 대해 국내 팹리스를 고객사로 선택할 유인이 부족하다고 국내 파운드리 업체들은 목소리를 내고 있다.

한 업계 관계자는 “국내 팹리스 업체는 200여개뿐이라 기술력과 가격에서 경쟁력이 약하다”며 “반면 중국에는 1300여개의 업체가 각자 경쟁을 통해 빠르게 성장을 하고 있다”고 말했다.

실제로 국내 파운드리 업체들도 중국의 성장세에 눈을 돌리면서 국내 팹리스가 외면을 받기 시작했다는 것이다.

게다가 글로벌 팹리스 시장에서의 한국의 점유율도 매우 낮은 상태다. 반도체 시장조사업체 IC인사이츠에 따르면 지난해 글로벌 팹리스 시장에서 미국이 68%를 기록하며 압도적인 점유율을 차지하고 있고, 이어 대만이 16%, 중국이 13%를 기록하고 있다. 한국은 1% 미만의 미미한 점유율을 보이고 있을 뿐이다. 중국이 빠르게 미국과 대만을 본격적으로 추격하고 있는 상황으로 볼 수 있다.

이러한 조사에 대해 한국무역협회는 중국 팹리스의 약진은 풍부한 인적 인프라가 중요한 역할을 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실제 중국의 팹리스 기업인 캄브리콘(Cambricon)은 인적 인프라를 바탕으로 고성능 저전력 AI(인공지능) 칩을 개발하는 데 성공하며 ‘1조원 이상’의 기업 가치를 보이는 유니콘 기업으로 평가받고 있다. 이어 중국 팹리스 업체들도 중국 파운드리 업체와의 원활한 거래를 통해 빠르게 성장하고 있다.

시장조사업체 IHS마킷에 따르면 중국 팹리스 시장에서 중국과 대만 파운드리 업체로부터 수주한 매출 비중은 각각 34%와 58%에 달했다.

이에 반해 국내 파운드리 업체들은 주로 미국 퀄컴이나 IBM 등에서 수주를 받아 반도체를 생산하고 있어 국내 팹리스 업체들의 수혜는 중국에 비교해 상대적으로 적은 것으로 알려졌다.

이와 같이 중국 팹리스의 성장과 맞물려 적자와 점유율에서 좋지 않은 결과를 받고 있는 한국은 메모리와 파운드리 등을 포함한 제조업에 대해 대규모 설비투자와 축적된 노하우 등과 같은 근본적인 문제 해결이 필요한 상황이다.

최근 한국반도체산업협회는 대기업과 중소기업 간의 상생 협력을 위한 시스템반도체 생태계 강화 방안을 제시했다.

또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DB하이텍 등 파운드리 업체가 1장의 웨이퍼에 여러 종류의 반도체 제품을 생산하는 ‘MPW(멀티 프로젝트 웨이퍼)’를 통해 팹리스 업체들이 반도체를 설계 제작할 수 있게 지원하는 방안을 제시하며 해결책을 펴고 있다.

정도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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