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용요약 약 30조원에 달하는 ‘특허분쟁’ 종결
2년 연장 옵션 포함된 ‘6년’짜리 계약 체결

[한스경제=정도영 기자] “사실상 애플이 졌다.”

애플이 기존 아이폰의 통신 모뎁 칩을 제작했던 퀄컴과의 특허권 분쟁에서 2년여 만에 전격 합의를 하며 5G 아이폰 제작에 속도가 붙을 전망이다.

16일(현지시간) WSJ(월스트리트저널) 등 미 언론들의 보도에 따르면 미국 IT(정보통신) 업계를 대표하는 애플과 퀄컴이 약 30조원에 달하는 대규모 특허 분쟁이 진행되던 상황 속에서 캘리포니아주 샌디에이고 연방법원에서 열린 공개변론 첫날 극적으로 합의에 도달했다고 전했다.

약 30조원의 대규모 '특허분쟁'에서 전격 합의를 한 '애플' / 사진=연합뉴스

이날 전해진 합의 내용으로는 4월 1일 기준으로 애플이 통신 모뎀 칩을 공급하는 퀄컴에 일회성으로 일정 금액의 로열티를 지급하는 것으로, 양측은 ‘2년 연장’ 옵션을 포함한 6년짜리 라이선스 계약을 체결했다. 하지만 구체적인 금액과 계약 조건 등은 공개되지 않았다.

그동안 애플과 퀄컴이 특허권을 가지고 분쟁을 진행하게 된 것은 애플이 지난 2017년 1월에 “퀄컴이 독점적인 지위를 바탕으로 과도한 로열티를 부과했고 10억 달러의 리베이트도 지급하지 않았다”며 손해배상을 청구하며 시작됐다.

또 대만의 폭스콘과 페가트론 등의 아이폰 부품·조립업체들도 소송에 가세하며 소송금액은 최대 270억 달러(약 30조원)까지 늘어났었다.

이에 대해 퀄컴도 “기존 로열티 부과방식에는 아무 문제가 없다”며 “애플이 로열티 지급계약을 위반했다”며 70억 달러의 소송으로 맞선 바 있다.

약 30조원의 대규모 '특허분쟁'에서 전격 합의를 한 '퀄컴' / 사진=연합뉴스

이와 같이 큰 금액이 걸린 특허권 분쟁 속에서 양사가 전격 합의를 도출한 요인으로는 애플이 차세대 5G 아이폰용으로 퀄컴의 모뎁 칩이 필요했던 것으로 보인다.

5G용 통신 모뎀 칩을 생산하는 업체는 퀄컴과 화웨이, 삼성전자가 있지만 화웨이는 트럼프 대통령이 국가 안보 우려를 이유로 미국을 포함한 동맹국들에 장비 배제 압박을 가하고 있는 상황이었다.

특히 삼성전자가 세계 첫 5G 스마트폰인 ‘갤럭시S10 5G'를 출시하면서 5G 스마트폰 시장의 경쟁에서 우위를 점하고 있는 상황이라 5G 아이폰을 제작하기 위한 돌파구(통신 모뎁 칩을 공급하는 기업)는 퀄컴밖에 없다는 결론을 내린 것으로 보인다. 

이에 대해 블룸버그통신은 “애플이 기존에 계약했던 인텔은 내년까지 5G 모뎀 칩을 생산하지 않는 상황이다”며 “이번 합의로 애플은 스마트폰 기술에서 뒤처지지 않게 됐다”고 말했다.

한편 애플과 퀄컴의 특허권 분쟁에 대해 천문학적 소송금액뿐 아니라 글로벌 IT업계 지형에도 상당한 변수가 작용할 수 있을 것이라는 점에서 전 세계적 주목을 받고 있었다. 또 애플이 올해 5G폰을 출시하지 않을 것이라는 분석도 나오는 등 다양한 의견이 많았던 상태였다.

게다가 삼성과 LG가 내놓은 5G 폰들이 품질 문제와 같은 논란들로 인해 5G 시장에서의 점유가 정체를 보이고 있는 상황이다. 이에 따라 애플은 5G 아이폰 제작에 속도를 올리는 것과 함께 서비스 품질을 높이는 것에 초점을 맞춰 퀄컴과 많은 협업을 진행할 것으로 전망된다.

정도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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